동성결혼자 채용정책 허용에 반발 잇따르자 이틀만에 번복
‘신앙과 후원금’ 사이 갈등, 기독교NGO 태생적 한계 드러나

신앙인가, 돈인가? 미국 월드비전의 동성결혼자 채용 정책을 둘러싸고 찬반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 월드비전이 동성결혼자의 채용을 허용하도록 고용정책을 개정했다가 기독교 지도자들의 잇단 반발과 후원 취소로 발표 이틀 만에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월드비전 이사회는 3월 24일(현지시간) 동성결혼자 채용을 허용하는 고용정책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홈페이지(www.worldvision.org)에 공표하고 후원자들에게도 정책 개정 내용을 공고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월드비전을 지지하고 후원해오던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 하나님의성회(Assemblies of God) 조지 우드 총감독, 남침례회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미국복음주의교회재정책임위원회, 국제종교방송인협회 등 기독교 지도자들과 단체들이 잇따라 월드비전의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월드비전을 후원해오던 보수적인 단체들과 개인들이 잇따라 후원 철회를 요구하자, 26일 월드비전은 다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이날 이사회에서 월드비전은 24일 열렸던 이사회 결정이 ‘실수’였다고 개정안을 폐기했다.

▲ 최근 미국 월드비전이 동성결혼자의 채용을 허용하도록 고용정책을 개정했다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사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월드비전 리처드 스턴스(Richard Stearns) 회장은 “이사회는 결혼이 남성과 여성 간의 결합이라는 성경적인 서약 안에서 모든 직원들에게 성적 금욕과 충실을 요구하는 월드비전의 오래된 고용정책으로 되돌아갈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기독교 신앙 및 동성애 차별에 비판적인 이들을 고려해 “미국 월드비전은 결혼의 성경적 관점을 확고하게 찬성하지만, 동시에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하나님으로부터 창조됐으며 존엄과 존경으로 대우받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도 확고하게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신앙에 따라 설립됐던 미국 월드비전의 고용정책 번복은 결국 신앙과 후원금 양자 사이에서 갈등에 놓여있던 기독교NGO의 태생적 한계로부터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어떤 국가보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가 중요시되는 미국사회에서 최근 기독교단체들은 ‘동성애 차별’이라는 이유로 온갖 소송과 반대 캠페인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재정의 대부분을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기독교NGO의 경우는 기독교 신앙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동성애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경우 무신론단체 및 인권단체로부터의 ‘후원금 철회’와 ‘소송’을 각오해야만 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5월 동성애자의 가입을 금지하는 정책을 유지해 온 미국 보이스카우트가 거액 기부단체들의 잇따른 기부 철회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동성애자 회원 가입금지 정책을 변경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월드비전도 ‘기독교 단체’ 혹은 ‘동성애 차별단체’라는 이유로 후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동성애자 중 결혼을 한 사람에 대해 고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정책 개정 후 다수의 기독교 단체와 개인의 후원이 철회되고, 기독교 신앙으로 설립되고 유지되고 있다는 기존의 이미지와 신뢰도 또한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이틀 만에 서둘러 이사회를 소집해 고용정책 개정을 번복했지만, 이미 월드비전에게 실망한 보수적 기독교 후원자들의 후원 취소와 항의가 이후에도 잇따르고 있다. 후원자의 입장에서는 26일 월드비전 이사회의 결정이 기독교 신앙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독교 후원자를 잃지 않기 위한 처세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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