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선교사 100여 가정 중국 땅 떠나 제2의 선교인생 준비
GMS, 동남아 화교교회 등과 연계 모색 … “새 출발 적극 도와야”

중국에서 추방당했던 A선교사는 얼마 전 동남아시아로 사역지를 옮겼다. 동남아시아 지역에 있는 중국 화교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하기 위해서다. 평생 동안 마음에 품기로 했던 중국을 떠나야 했을 때는 상처와 좌절이 컸지만,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화교들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A선교사는 “곧 새로운 사역지에 적응을 마치고 하나님께서 새롭게 주신 사명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작년부터 진행된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선교사 100여 가정이 중국 땅을 떠나야했다. 그 후 한국 선교계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위로와 격려 및 재배치를 위한 다양한 사역들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추방 선교사들은 제2의 선교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추방 선교사 위한 노력 이어져

▲ 중국 추방선교사들이 선교계의 노력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재배치에 나서고, 위로와 회복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새가나안교회에서 열린 중국 추방선교사 모임의 모습.
총회 세계선교회(이사장:박무용 목사·이하 GMS)는 최근 중국 추방선교사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의 사역 방안과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GMS 소속으로 추방당한 선교사는 13개 가정이며, 추방 직전 중국을 빠져나온 가정도 3개 가정이 된다. 이들 대다수는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새 둥지를 틀었고, 서로 간의 교제와 나눔으로 상처를 보듬었다.

현재 동남아시아 화교 교회들은 그 누구보다도 한국 선교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3월 초에는 동남아시아 ㄱ국의 화교교단 임원들이 GMS를 방문, ㄱ국의 화교들을 위한 한국인 선교사를 파송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성장세를 보이는 화교교회에 비해 이들을 섬겨줄 사역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GMS는 앞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인 유학생 등 중국 선교 경험자들이 필요한 곳과 적절히 연계해 추방 선교사들의 재배치를 도울 예정이다.

새가나안교회(이기동 목사)도 3월 13~14일 양일에 걸쳐 중국 추방선교사들을 위한 모임을 열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30여 명에 달하는 추방 선교사들이 모였다. 이기동 담임목사는 중국에서 한인 목회 사역을 하다 추방당한 경험이 있기에 누구보다 추방 선교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안타까운 심정을 가지고 있었다. 선교사들은 강의와 세미나 등으로 영성을 재충전했으며 동남아시아 화교, 중국인 유학생, 제3국에서의 중국 사역자 교육, 한국 교회 내 중국인 사역 등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새로운 출발을 꿈꿨다.

모임에 참여한 B선교사는 “이 모임을 통해 정말 오랜만에 마음껏 웃었고 즐거워할 수 있었으며, 숨겨두었던 아픔을 드러내어 나누면서 치유를 체험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파자마 파티와 같은 나눔 시간에는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밖에도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및 중국선교단체들도 중국 추방 선교사들이 회복되고 다시 선교의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와 세미나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선교에서 선교중국으로

한국 선교계는 중국 선교사들의 추방을 새로운 기회로 삼고 중국선교가 선교중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복음전파로 이제 중국인들 스스로가 자립하여 부흥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방 선교사들은 좌절감에 얽매여 있지 말고, 또 다른 방법으로 중국을 복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 한정국 목사는 “지금 중국 선교사들의 수난은 하나님의 때이자 중국의 부흥을 위한 계기라고 봐야 한다”면서 “하나님께서 선교사들을 향한 또 다른 계획이 있음을 깨닫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선교중국을 위한 노력에 힘 써야 할 것”고 말했다. 더불어 “다만 중국 내지나 소수민족 등 아직 복음을 받지 못한 지역들을 위해서는 계속된 노력이 필요하다”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추방당한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의 몰이해로 후원이 끊기거나 눈치를 보면서 사역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시아 등지로 선교지를 바꾸는 것을 이해 못하고, 또 유학생 사역 등 국내 사역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교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위로와 격려보다 무관심과 의심을 받는 경우도 많다.

새가나안교회 이기동 목사는 “추방 선교사들은 중국을 포기해야 한다는 부담감, 하나님이 다시 나를 쓰실까 하는 좌절감, 갑자기 한국으로 내몰려 기본적인 의식주가 힘든 불편함 등 복합적인 어려움 속에 있다”고 말하고 “한국교회가 좀 더 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이들의 노하우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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