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땅이 기경되고 있다

정치사회적 ‘봄’을 앞당기는 건 오직 복음 뿐

▲ 윤상수 선교사
오늘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 세계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특히 나의 선교 사역지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주권을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크림반도 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기도가 더 절실히 필요한 때다. 서방과 UN이 크림반도 사태에 관한 해법을 논의하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 무장 군인은 크림과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더 많이 집결하고 있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 이후 23년간의 민주 정치와 시장 경제 전환, 그리고 사유 재산 제도 과정에서 야기되었다. 긍정적으로는 사회 부패 척결과 민주화와 국가 정체성 확립의 문제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국민 보호라는 슬로건으로 흑해 진출의 실익을 챙기기 위한 강력한 러시아 확장(푸틴니즘)이 더 큰 문제다.

서방 세계는 경제 제재를 통한 압박과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러시아 남하 정책을 방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분리주의 세력 간의 무력분쟁이 발발할 개연성이 크고 이는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 국무장관을 역임한 키신저는 <워싱톤 포스트>(2014.3.6)에서 우크라이나 위기 해법에 대해 핀란드 모델을 주장하기도 했다.

작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친 유럽에서 친 러시아로 방향 전환을 했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시위가 유혈 사태로 연결된 것이고, 마침내 대통령을 실각시킨 결과를 가져왔으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를 쿠데타로 간주하고 크림 인구 60%에 달하는 러시아인 보호를 내세워 크림반도를 무혈로 침공했다. 서방 세계는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로 합병되면 옆 나라 몰도바와 동유럽도 러시아가 침공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러시아의 남하 정책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크림반도의 선교사역자로서 이번 사태의 관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이번 사태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묵은 땅이 기경되고 있다.(호 10:12) 과거의 정치적 과오와 지도자들의 부패에 대한 진정한 개혁이 시작되었다. 2014년 2월 20일, 키예프에서 ‘피의 목요일’이라 할 수 있는 100여 명의 희생은 ‘키예프의 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둘째, 크림 의회의 독립 결정과 주민 투표가 장갑차와 총으로 무장된 사회 분위기에서 실시되었더라도 투표 결과로 야기된 모든 미래는 이제 크림 의회와 주민이 책임져야 한다. 현재 러시아내 21개 공화국은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독립은 되지만 외교권과 러시아 연방 이탈 권한이 없다. 이런 현실을 크림반도 주민들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더욱이 선거 감시단조차 파견할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와 서방 세계는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경고를 해 온 터라, 향후 크림반도가 국가적 지위를 얻기 위해 더 높은 산을 넘어야 한다. 또한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속한 하나의 공화국으로 전락될 위기에 있다. 조만간 정치, 경제, 외교적 변화로부터의 불이익을 내 이웃들과 성도들이 체감할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셋째, 러시아의 남하 정책과 푸틴니즘은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크림 주민 투표 하루 전에 모스크바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푸틴의 정책에 반대하는 데모를 했다는 것은 곧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봄’이 ‘모스크바의 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정교회의 출발지이며 사도 안드레이가 사역하였던 크림 지역 영혼들을 위해 전 세계가 기도할 때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의 비결은 오직 복음뿐이다.

유다왕 아사의 기도처럼 지금 크림반도의 우리 성도들이 여호와께 부르짖고 있다. “여호와여 힘이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에는 주밖에 도와 줄 이가 없사오니 우리 하나님 여호와여 우리를 도우소서…여호와여 주는 우리 하나님이시오니 원하건대 사람이 주를 이기지 못하게 하옵소서.(대하 14:11)

“내가 비옵는 것은…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요 17:15) 말씀처럼, 주님의 기도가 성취되어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가 하나님의 은혜 안에 보전되기를 기도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