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신론단체 소송… “제거 안되면 무신론 기념비 세우겠다” 억지

▲ 9·11테러가 발생했던 뉴욕 세계무역센터 인근 ‘그라운드제로’에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십자가 기념비.(사진=hediedformygrins.blogspot.kr)
미국 9.11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십자가 기념비에 맞서 미국 무신론단체가 무신론 기념비 건립을 선언했다고 10일 <내셔널포스트>가 보도했다.

지난 1월 2일 개관한 뉴욕 ‘국립 9.11기념관 및 박물관’ 건물 인근에 위치한 제로그라운드에는 테러 직후 무너진 건물더미 사이에 십자가 모양으로 철물골조가 부서진 채 남아있었다. 이를 기이하게 생각한 이들은 이 십자가 철물골조를 9.11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대형 십자가 기념비로 삼았고, ‘그라운드제로 십자가’(Cross of Ground Zero)로 불렸다. 그 이후 이 십자가 기념비는 희생자들의 유족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치유의 상징물이 되어왔다.

문제는 이 기념물이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라는데 존재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무신론단체 ‘미국 무신론자들(American Atheists)’은 지난해 그라운드제로 십자가 기념비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 1심에서 패소를 했음에도, 올해도 포기하지 않고 항소를 제기했다.

당시 연방법원은 이 십자가 기념비가 ‘9.11테러의 역사를 간직한 역사의 산물’이며 이 십자가가 특정 종교기관이나 개인의 종교적 의도가 아닌 테러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세워진 추모비이기 때문에 미국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과 관련이 없다며 철거 요구를 기각했다. 덧붙여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1조의 국교금지조항에 명시되어 있는 정교 분리원칙은 무신론자들의 선언문이 아니다”라며 헌법을 모든 공공영역에서 종교적 상징물의 철거를 정당화하는데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무신론자들을 비롯한 주요 무신론 단체들은 공공장소인 9.11테러 현장에 세워진 십자가가 기독교의 종교적 상징을 강력하게 띤 상징물이며, 나아가 미국시민에게 주는 종교적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이는 명백히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사례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미국 무신론자들의 법률고문 에드윈 카긴(Edwin Kagin)은 “십자가가 죽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상징이든 미국 역사의 일부로 인식되든, 그 무엇보다 종교적으로 십자가가 가진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이 가지는 의미가 압도적인만큼 공유지에 십자가가 상징물로 서있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는 “9.11테러로 사망한 희생자 중에는 무신론자도 존재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되며 이들을 비롯해 9.11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미국 무신론자들을 위해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는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특히 이 십자가는 국립인 9.11기념관 및 박물관 인근에 세워져 있기에 9.11기념관 및 박물관 또한 기독교정신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착각을 줄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며 “미국 무신론자들은 이 십자가 추모비 제거가 불허될 경우 십자가와 동일한 크기의 무신론자 기념비를 같은 장소에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인한 3000여 명의 희생자와 그 가족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는 국립9.11기념관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기념관 홈페이지(911memorial.org)를 통해 ‘방문객 패스(Visitor Pass)’를 사전에 예약하면 더 신속하고 편리하게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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