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 명예교수(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

 
기독인 환경전문 교수로 인도 받다


▲ 김정욱 명예교수. 김 교수는 하나님의 인도로 서울대학교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후학 양성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신앙 간증을 요청 받고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참으로 앞날에 대한 아무런 준비나 계획도 없이 그저 세상 흐름에 떠밀리면서 살아왔던 내가 지금의 내가 된 것이 순전히 하나님의 인도인 것으로 믿고 감사드린다. 어릴 때에는 할머니가 이끄시는 대로 절에 따라 다녔고, 장성해서는 기독교인들의 독선과 고집을 경멸하고 위선을 심히 미워했던 내가 하나님의 존재를 체험하고 예수님을 영접하게된 것이 기적으로만 보인다. 겁 많고 주관 없고 인생에 목표가 없었던 내가 오늘의 내가 된 것은 인생의 시련들을 거치면서 연단이 된 것인데, 그 시련들을 소개하자면 관계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극히 조심스럽다. 또 나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나 부끄러웠던 일들이 많았지만, 진실한 간증을 위해서 이러한 일들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대략을 쓴다.

우리나라에서 내가 만난 훌륭한 사람들 중에는 어릴 때에나 젊을 때부터 장래 꿈을 품고 키워 온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어려서부터 장차 무엇이 되겠다는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내가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하는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었고 잘하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을 갈 때에도 모든 학과를 다 둘러봐도 내가 공부하고 싶은 학과는 찾을 수가 없었다. 토목과를 택한 것은 점수에 맞추어서, 또 친척 중에 토목을 전공한 분들이 더러 있어서 익숙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입학해서 들으니 토목과를 나오면 ‘노가다’가 된다느니 건설현장에서 일하자면 술도 잘 마시고 거칠어야 한다느니 하는 말을 듣고는 크게 실망하고 고민했다.

그러다가 1972년에 스웨덴에서 UN 인간환경회의가 열렸는데 우리나라에 환경전문가가 없다는 말을 듣고는 가슴을 쳤다. “아아, 저런 전공이면 내가 평생을 바쳐 공부해도 좋은데.” 그러나 그 기회를 잡을 수는 없었고, 미국에 계시는 삼촌의 권유로 토목을 전공하기로 하고 유학을 떠났다. 그런데 개학이 되고서 지도교수를 만났을 때 사실은 환경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말을 했더니, 뜻밖에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고 순순히 내 전공을 바꾸도록 도와주었다. 이것이 내 인생을 바꾼 첫 번째 기적이다.

나는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꿈은 전혀 가져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사람 앞에서 말을 너무 못했기 때문이다. 앞에 사람 몇 명만 보이면 그만 혼이 공중으로 떠버리곤 했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에는 분단장을 할 만한 용기도 없었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다. 논문을 발표하라고 해서 스무 명 쯤 되는 사람들 앞에 나갔는데, 그만 뒤의 벽이 앞으로 왔다 뒤로 갔다 이리 비뚤 저리 비뚤 하는데 정신이 아득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모르고 내려왔다. 그래도 들은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겠지 하는 기대에 옆 사람에게 물었더니 자기들도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고 한다. 그래서 그저 주어진 직장에서 얌전하게 연구나 하고 있는 것이 나의 운명이려니 했다. 그러나 상을 받으리라고 기대했던 직장에서 오히려 쫓겨나게 되면서 크게 낙담하고 앞이 안 보이는 절박한 상황에 있을 때에 하나님을 만났고, 때맞추어 앞길이 하나 나타났는데 그것이 바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자리였다. 이것이 내 인생을 바꾼 두 번째 기적이다.

지금 고백하건데, 대학교수야말로 내가 받은 달란트다. 예수를 믿고 나니 사람들이 무섭지 않아 말이 술술 나와서 강의도 잘 할 수 있었고, 하나님을 믿으니 용기가 생겨서 권력이나 돈에 주눅 들지 않고 나의 신념을 어디서나 주장할 수가 있었다. 실제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연구해 가면서 실용적인 학문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좋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좋았으며, 특히 고통 받고 신음하는 피조물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게 되어 더욱 여한이 없다. 이런 일들은 우리나라에서 대학교수가 아니었으면 참 하기 힘든 일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이 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믿고 감사드리며 걸어 온 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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