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에 ‘피임·불임비용 보험 적용 의무화’ 조항 일부 유예
“종교자유 침해 우려” 주장 수용 … 정부는 “예외없다” 입장 재확인

미국 연방대법원이 의료보험개혁법 가운데 피임과 불임 수술 등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보험 적용을 의무화하는 조항의 시행을 일부 유예했다고 2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료보험개혁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1월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대법관은 소위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의료보험개혁법이 시행되는 2014년 1월 1일을 11시간쯤 앞둔 12월 31일 오후, 종교적 원칙에 따라 직원의 의료보험에 피임 및 불임 수술 비용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힌 일부 종교단체에 대해 이 조항의 한시적 적용유예 권한을 부여했다. 한시적 적용유예 권한을 부여받은 종교단체로는 저소득 고령자 구제사역 단체인 ‘가난한 자를 위한 작은 자매회(Little Sisters of the Poor)’를 포함해 기독교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기독교형제직원복지신탁(Christian Brothers Emplyee Benefit Trust)’에 가입된 200여 곳의 종교단체가 포함된다.

이와 함께,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게 1월 3일까지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3일(현지시간) 일부 종교단체가 주장하는 피임·불임시술 비용에 대한 한시적 보험적용 면제에 대해 반대한다며, 종교단체도 예외 없이 피임과 불임수술 비용에 보험적용을 의무화 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10년 3월 서명한 오바마케어는 고용주나 기업이 건강보험을 통해 직원의 피임, 불임 등을 위한 의료비를 보장하도록 규정해 종교계와 보수진영의 반발을 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요 가톨릭 병원이나 대학 등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피임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가톨릭단체와 일부 영리기업들은 피임 보험 의무화 적용 정책, 그 자체의 폐지를 요구하며 반대캠페인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미국에서 의료보험개혁법에 피임혜택 적용 의무화 조항에 반대하는 소송이 86건 제기됐으며, 이 가운데 14건이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았다. 주로 소송은 피임과 낙태 등에 반대하고 있는 기독교 단체들을 비롯한 보수진영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일 미국 워싱턴 D.C. 순회 항소법원은 고용주들이 기업 내 의료보험을 통해 직원들의 피임 관련 의료비를 보장하도록 한 오바마 정부의 의료보험 개혁법의 해당 조항이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미국 보건부에 따르면 오바마케어가 발효된 2014년 1월 1일 210만 명 이상이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거래소를 통해 오바마케어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330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로, 향후 오바마케어는 미국 정치권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가입자 수가 3월 말까지 당초 목표인 700만 명에 근접하거나 초과한다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에 상당한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가입자가 목표에 크게 못 미치거나 건강보험 신규 가입자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초기 시행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누적된다면 레임덕 등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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