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부, 성경협회 급습 주요 임원 체포

말레이시아 슬랑오르(Selangor) 주정부가 ‘알라’ 명칭이 들어간 성경 320여권을 압수해 ‘알라’ 사용을 둘러싼 종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2일 <로이터(Reuters)>가 보도했다.

2일 말레이시아의 경제 및 산업의 중심지인 슬랑오르 주정부 소속 이슬람종교국 직원 20여 명과 경찰 2명이 말레이시아성경협회(Bible society of Malaysia)를 급습해 협회가 발행한 바하사 말레이시아어와 이반어 성경 321권을 압수하고 이 단체 회장과 부장 등을 체포했다. 당시 이들은 체포영장조차 지니지 않은 상태였으나, 이슬람종교국(Jais)은 지난해 10월 14일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이 이슬람을 제외한 다른 종교에서 신을 ‘알라(Allah)’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것을 근거로 이들의 체포를 정당화했다.

이슬람종교국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말레이시아성경협회 리민춘(Lee Min Choon) 회장은 “말레이시아어 성경을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해 보르네오 사바주와 사라왁주에서 배포해도 좋다는 정부 허가를 사전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판권이 없는 이슬람종교국이 체포영장도 없이 협회를 급습해 성경을 압류하고 무고한 직원들을 체포했다”며 당국의 조치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번 성경 압수는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이 이슬람교 외 다른 종교는 신을 ‘알라’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소수 종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말레이시아교회협의회(Council of Churches of Malaysia) 헤르먼 샤스트리 사무총장은 “이슬람종교국은 타 종교단체를 수색할 권한이 없으며, 정부는 연방헌법 아래 종교의 권리를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나집 라작 총리와 슬랑오르주 행정장관에게 기독교 박해 행위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인구 60% 이상이 이슬람교도이고 말레이시아 정부 또한 이슬람 국가를 표방하고 있어, 신을 지칭하는 말레이어 ‘알라’ 호칭 문제는 오랫동안 정치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은 현지 로마가톨릭교회 주간지 <헤럴드>에 ‘알라’ 명칭 사용을 허용한 2009년 12월 31일 말레이시아 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정부 측의 항소제기 권한을 인정해, 이날 항소심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은 가톨릭계 주간지에 ‘알라’ 사용을 허용한 하급 법원 판결을 뒤엎고 정부가 제기한 항소심 재판에서 ‘알라’는 이슬람교에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했던 가톨릭 측을 비롯한 여타 소수 종교들은 ‘알라’라는 명칭이 오래전부터 말레이시아어 성경 등에서 ‘신’을 칭하는 말로 사용됐기 때문에 ‘알라’ 사용 금지는 헌법상 신앙의 자유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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