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은 크건 작건 간에 ‘고난’이라는 숙명과도 같은 담벼락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럴 때면 “도대체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 “왜 나에게 이런 어려움을 주시는가?”라는 한탄어린 질문을 곧잘 합니다. 그럼에도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란 예나 지금이나 쉽지는 않습니다. 각자가 겪는 고난은 그만큼 무겁고 아프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개 그 고난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은 오직 그 고난의 한 가운데에서 맨몸으로 맞선 이후에 느낄 수 있는 은혜입니다. 피하거나 물러서 버리면 느낄 수 없는 일종의 고난 뒤의 카타르시스일 것입니다. 그래서 ‘고난은 위장된 하나님의 축복’이라 하는지도 모릅니다.
2013년 한 해의 끝자락에서, 그 누구 못잖게 큰 고난을 당했던 분들을 여기에 소개합니다. 이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의 한 가운데 있었던 아이 둘과, 청년실업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온 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청년입니다.
단 한 번뿐인 단막극과 같은 인생의 무대에서 만나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겪었던, 겪어야할 우리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대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의 삶에서 인생의 본질,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의 맛, 다시금 용기 내어 걸어갈 힘을 얻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의미 있는 송구영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난민여성들 돕다 길을 찾았어요”

소외된 여성 경제적 자립 도우며 자존감 회복의 희망 만나

난민여성과 결혼이주여성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에코팜므’를 이끌고 있는 박진숙 대표는 인생의 기로에서 막막한 절망과 뜻밖의 희망을 만났다.

▲ 난민여성과 결혼이주여성이 직접 제작한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는 홍대 ‘라꽁뜨’에서 에코팜므의 ‘나비’ 박진숙 대표가 환히 웃음을 짓고 있다.
2006년 서울대 불문학과와 연세대 아동가족학 2개의 석사학위를 갖고 있음에도 ‘경력이 없다’ ‘나이가 많다’ ‘아이가 둘이나 딸린 주부다’ 등의 이유로 그 어떤 직장에도 취업할 수 없었던 서른 중반의 박진숙 씨는 한없이 낮아지는 자존감과 끝없이 밀려드는 우울증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 찾아왔다. 당시 인권변호사의 꿈을 품고 난민을 위한 법률지원 연구 모임에 속해 있던 사법연수생 남편이 국제난민지원NGO ‘피난처’에서 불어를 사용하는 난민들의 소송을 준비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불어를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돼 불어 회화가 서툴렀지만, 자원봉사 차원에서 소송과 관련된 자료 번역을 비롯한 통번역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박진숙 대표는 농담 삼아 “난민여성들 덕분에 죽어있던 ‘불어 능력’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7년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로부터 콩고 난민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글교실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서류로만 만나던 난민여성들과 직접 대면해 그들과 서툰 불어와 한글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른 난민여성과의 만남은 박진숙 대표에게 낯선 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주었지만, 곧 그들 또한 자신처럼 ‘길을 잃고 자신만의 삶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이 한 명의 여성이자 어머니로써 어떻게 하면 자존감을 되찾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난민회의에 참가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곳에서 박 대표는 캐나다로 이주한 난민여성들이 그린 민속적 색채의 매혹적인 그림들을 보게 됐고 ‘바로 이것이다’라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렇게 난민여성들과 그림과 미술 작업을 시작하게 된 박 대표는 미술 작업이 단순히 난민여성들에게 재미있는 오락거리를 넘어서 그들이 한 명의 ‘예술가’로 거듭나며 잃었던 자존감을 회복하는 놀라운 변화를 체험했다.

그리고 박 대표는 난민여성들의 재능을 단순히 취미가 아닌 그녀들의 자립을 돕는 ‘경제적 도구’로 활용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그렇게 2009년 5월 우여곡절 끝에 난민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 ‘에코팜므(EcoFemme)’가 탄생했다.

난민여성과 결혼이주여성이 직접 제작한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는 홍대 에코팜므 매장 ‘라꽁뜨’는 여전히 도전 중이다. 처음 홍대에 의욕적으로 매장을 냈을 때는 수익이 없이 지출만 자꾸 늘어 융자를 받아 간신히 꾸려가다, 결국 함께 일하던 이들과 고통분담을 하고 융자를 반환했다. 그 후 2010년 7월부터 오로지 후원금과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고, 지금도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에코팜므를 이끌어 온 박 대표는 말한다.

“물질적 위기와 정신적 위기가 예상치 못하게 찾아들곤 하지만, 그 때마다 우리 스스로 그 위기를 극복해 가면서 무엇을 선택하고 포기해야 하는지,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 배워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도전하는 것이고, 그 도전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후원계좌:농협 351-0123-7790-53(예금주:에코팜므), 문의 02-336-9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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