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경계에 선 신학, 복음과 현실 사이


첨예한 WCC 논쟁 ‘제2라운드’ 예고

치열했던 ‘바로 알기’ 논쟁, 2014년 연구결과보고 따라 확산될 듯
인권과 결합된 동성애 문제, ‘시민결합’ 등 현실적 고민도 깊어져


2013년 한국 신학계를 정리하고, 2014년 한국 교회를 위한 신학자들의 고민과 대안을 들어보는 연속기획 ‘2013년의 신학과 2014년을 위한 신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회 기획은 2013년 한국 신학계의 중요한 주제 8가지를 선정하고, 목회현장과 간극을 줄이려는 신학계의 노력과 사회 주요 이슈에 성경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모습 등 긍정적인 현상을 고찰해 보았다. 두 번째 주제는 ‘경계에 선 신학, 복음과 현실 사이’라는 제목으로, 대립과 논쟁이 됐던 주제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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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신학계의 중요한 현상들은 △교회 개혁 및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제언 △개혁주의 교회론, 선교적 교회론, 탈성장주의 시대 교회의 방향 등 교회론의 대두 △교리교육의 중요성 강조 △동성애, 갑을관계(경제민주화) 등 사회 현안에 대한 신학 기준과 대안 제시 △교회세습, 목회자청빙, 종말론, 베리칩 등 목회 관심 사안에 대한 연구 △세계개혁교회대회와 WCC 총회를 기점으로 확산된 한국 신학의 세계화 논의 △한기총의 다락방 영입 등 이단 대응 △WCC 신학 논쟁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WCC의 신학 논쟁과 동성애 문제 그리고 이단 관련 사안은 2013년 신학계와 한국 교회에 뜨거운 주제였고, 2014년에도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WCC, 더 벌어진 간극

▲ WCC 총회 이후 ‘교회연합’이라는 주제로 개혁주의 신학자와 에큐메니컬 신학자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WCC 10차 총회에 대한 신학논쟁은 2014년 더 치열해 질 것이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 개최를 앞두고 한국 교회와 신학계는 양분됐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WCC 논쟁은 올해 그 정점을 찍었다.

신학계는 한국기독교학회를 중심으로 2012년부터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WCC 총회를 준비했다. 한국기독교학회는 WCC 총회 주제인 ‘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우리를 인도하소서’에 맞춰 정기학술대회 주제를 ‘통일과 화해’로 정한데 이어, 2013년 10월 학술대회 주제도 ‘정의와 평화’로 정하고, 성경 속에 나타난 정의와 평화의 신학과 교회의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논문들을 발표했다. 에큐메니컬 신학자들은 한국 교회의 상황과 신학 속에서 생명 정의 평화에 대해 연구를 했다. 이 일과 함께 보수 신학자들이 WCC를 비판하는 종교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 용공의혹 등에 신학적 대응을 하면서, WCC에 덧씌워진 오명을 벗기는 일에 주력했다.

개혁주의 신학자들과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2012년에 이어 WCC가 종교다원주의까지 포용하려는 모습, 회심을 통한 구원의 복음 전파보다 사회적 억압과 폭력의 극복에 치우친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춰 비판을 이어나갔다. 이승구 교수는 WCC 총회를 바라보며 “결국 구원에 대한 이해가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십자가에서 죄의 문제가 해결되고, 그것에 근거해 이 세상에 참된 정의와 평화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지 않은 것은, 결국 우리의 노력으로 부정의하고 억압받는 상황을 극복하는 것에 구원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적 신학자들은 또한 WCC 총회를 통해 ‘한국 교회의 신학 주류가 에반젤리컬에서 에큐메니컬로 전환되는 것’에 크게 우려했다. WCC 총회에 적절하게 대처를 하지 못할 경우, 1924년 미국에서 신학교들이 자유주의로 전환한 오번선언서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CC 부산총회 이후 에큐메니컬 신학자들은 총회에서 논의됐던 내용들을 신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가 나오는 2014년에 WCC 신학논쟁은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 성경과 현실

유럽을 넘어 미국 사회의 동성결혼 합법화 논의는 한국 교회와 신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미 세계적으로 동성애가 인권에 대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핍박받는 성소수자’로 이해되면서 ‘동성애 반대는 인권을 핍박’하는 등식이 성립됐기 때문이다.

동성애 문제에 대해 한국 개혁주의와 복음주의 신학자들의 입장은 분명하다. 성경적으로 동성애는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며, 동성결혼의 합법화는 인간이 전통적으로 유지해왔던 ‘결혼’의 가치와 의미를 완전히 변화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성경적인 ‘동성애 반대’가 현실에서 위협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신학자들은 동성애가 인권의 문제와 결합된 상황에서, 동성애자들에게 교회가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서 개혁주의 신학자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주장을 펼친 인물은 신원하 교수(고신대)이다. 신 교수는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 논문발표회에서 “기독교적 신념을 공유하지 않는 불신사회 속에서 교회는 공공선을 위해 ‘시민결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민결합은 동성애 커플 중에서 난잡하지 않고 한 대상에게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결혼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신 교수는 교회가 동성애나 동성결혼 합법화는 용인할 수 없지만, 동성애자의 권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시민결합’과 같은 실제적 대안을 제시하고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호해지는 이단과 정통

이단들의 발호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단들은 단순히 교세확장을 넘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같은 연합기구와 일부 신학자들을 통해 자신의 이단사상을 정통 신학으로 포장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단들은 한국 교회의 비도덕적 비윤리적 모습을 비판하며 정통의 문제를 희석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이단에 편승해 그들에게 신학적 면죄부를 주고 있는 한기총과 일부 신학자들이 이단과 정통 교회의 구별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바른 신학을 수호하기 위해 신학교수들이 호소문을 발표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지원과 관심은 미약한 상황이다.

한기총이 다락방 류광수에 이어 평강제일교회 박윤식까지 이단에서 해제한 상황에서, 2014년 이단과 정통의 싸움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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