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행 명의로 졸업장 안 줄 것” 강한 의지

‘총신 공동체성 강화’ 열망 높아 후보추천위 문호개방·금권선거 근절책 마련 ‘깊은 고심’

 

총신대학교 제5대 총장선출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총신대 재단이사들과 운영이사회 임원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가 오는 11월 8일 첫 회의를 갖는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8월 운영이사회에서 총장후보를 추천하지 못했고, 운영이사들로부터 총장선출을 위한 절차와 방법을 먼저 마련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추천위원회는 일단 총장선출을 위한 시행세칙을 만들어 운영이사회에 보고한 후, 그 시행세칙에 따라 본격적으로 총장선출을 진행할 것이다.


시행세칙, 어떻게 만들까

<총장선출을 위한 시행세칙>(안)은 쉽게 생각하면 어려울 것이 없다. 전임 총장이 퇴임하기 몇 개월 전에 총장후보등록 공고를 낼 것인지, 총장후보 등록자격은 어느 수준으로 정할 것인지, 추천위원회는 접수한 후보자 중 몇 명을 운영이사회에 상정할 것인지 등등. 추천위원회가 이 정도 수준으로 기본적인 절차와 방법만 정해서 시행세칙을 만든다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총신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개혁적인 총장선거를 원한다면, 추천위원회는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일각에서 추천위원회가 재단이사와 운영이사로만 구성되는 것보다, 학교 공동체의 일원인 학생 교수 직원의 대표가 참여하는 ‘열린 추천위원회’로 변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총장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금권선거 의혹을 근절한 강력한 대책을 시행세칙에 넣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단이사장 김영우 목사는 일단 추천위원회의 문호개방과 금권선거 근절책 마련이 좋은 제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열린 추천위원회’는 이번 시행세칙에 제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현행 이사회규칙에 추천위원은 이사로만 구성하게 명시돼 있어 정기이사회에서 규칙을 수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금권선거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총장선거에 금품이 오고가면 학교가 망가졌다. 돈을 쓰고 당선된 총장은 먼저 리더십에 타격을 입고 총장직무를 수행하기 힘들다. 교수들이 총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 개인적으로 선거에 쓴 돈을 메우기 위해 외부로 돌아다니며 학교에 신경을 안쓴다. 총장선출에서 금권은 반드시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8월 22일 열린 총장선출을 위한 운영이사회에서 전대웅 이사장이 총장후보를 추천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추천위원회가 이번에는 시행세칙을 만들어 제때 총장후보를 추천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총장후보, 누가 준비하나

현재 운영이사들은 늦어도 내년 2월 졸업식 전에 신임 총장을 선출하길 원한다. 총장직무대행 이름으로 졸업장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1월 말까지 신임 총장을 선출하려면 바쁘다. 11월 중으로 시행세칙을 완성하고, 12월 한 달 동안 시행세칙에 따라 총장후보등록을 받고, 등록후보 검증까지 마쳐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 8월 추천위원회처럼, 아예 총장후보를 상정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당시 추천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총장후보를 2인으로 압축했지만, 각 후보에 대한 입장 차이와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우려로 운영이사회에 후보를 추천하지 못했다.

추천위원회가 이번에는 내부 갈등이 없이 총장후보를 추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아직 확답할 수 없다. 지난 8월 총장선거에서 김영우 전대웅 두 이사장의 추천을 받았던 김남준 목사(열린교회)는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와 함께 최종후보에 올랐던 한춘기 교수는 총장후보등록이 확실하다. 무엇보다 한 교수는 백남선 목사를 중심으로 호남지역 이사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춘기 교수 외에 김OO 교수도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평양노회 움직임 주시

평양노회의 움직임도 주시를 해야 한다. 최근 평양노회는 총회임원회에 은퇴연령 규정인 만70세 정년에 대해 질의를 했다. 총신대 총장도 총회의 만70세 은퇴규정에 해당하는지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총회임원회는 평양노회의 질의를 받고, 일단 총신대에서 대답하라고 넘긴 상태다.

평양노회의 질의는 곧바로 이미 은퇴한 길OO 목사의 총장출마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퍼져나가고 있다. 길 목사가 지난번에는 교회세습과 한기총 문제 등으로 총장출마를 포기했지만, 이번 평양노회 질의 건으로 총신대 총장의 열망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신대 내에서는 길 목사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총회 결의가 있으니 안된다”는 입장과 “총신대 규약에 따른다면 총장출마를 막을 수 없다”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제98회 총회로 잠시 잠잠했던 총신대 총장선거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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