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화작가 정형기 집사

 
활용도 낮던 전도지에 만화 도입, 쉽고 재미있는 감동 담아 큰 호응
전문제작 출판사도 설립, 본격 사역 나서­… “갈 길 멀어도 정진”


만화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보다 스마트하다. 말이나 글보다 빠를 뿐 아니라, 어려운 내용도 쉽게 전달한다. 복잡한 장문의 기사도 한 컷의 카툰으로 옮겨놨을 때 또렷이 기억에 남곤 한다. 여기에 재미는 보너스다.

이런 만화의 장점을 활용해 10년 넘게 복음을 전해온 사람이 있다. 사랑스러운교회(배만석 목사) 정형기 안수집사가 그 주인공이다.

정형기 집사는 만화계에서도 특급작가로 통한다. 1996년부터 중앙일보에 <만화 동의보감>을 연재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만화 동의보감>을 보기위해서 중앙일보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당시 회당 최고 원고료 역시 그의 몫이었다. 이후 문화일보의 <만화 생활건강>, 국민일보의 <하나님의 사람들> 등으로 그의 이력을 차곡차곡 채웠나갔다.

무엇보다 만화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놨다는 점에서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 시사만화가 아닌 장르만화에 신문지면을 할애한다는 것이 당시로는 쉽지 않은 모험이었으나, 그가 물꼬를 튼 것이다. 조선일보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광수생각>도 그의 덕을 본 사례이다. 요미우리신문 국제만화대상전 입상, 스포츠조선 국제만화대상전 입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도 뒤따라왔다.

▲ 정형기 집사는 전도지를 단순히 교회를 홍보하는 전단지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영적 질문의 해답을 전도지에 명확히 설명해 놓는다. 왼쪽의 만화전도지도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이 문제를 제기했던 하나님에 대한 질문을 성경에 따라 풀이한 작품이다.
그런데 부와 명예를 손에 쥔 그에게 반전의 역사가 일어났다. 원인도 소소했다. 길거리에서 주은 전도지 한 장 때문이었다.

“동네에서 버려진 전도지를 줍게 되었어요. 저희 교회에서 전도지를 들고 나가도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전도지를 자세히 뜯어보니 저도 버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았어요. 전도지를 왜 이렇게 못 만들었을까 생각하던 중 만화전도지를 착안해냈죠”

보다 재밌게, 보다 쉽게, 보다 공감되도록 만화를 덧입히며, 버려졌던 전도지에 생기를 넣었다. 내용에도 변화를 줬다. 교회를 홍보하는 것이 아닌, 왜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지, 어떻게 구원을 받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다.

“일반사람들이 교회를 모를까요. 곳곳에 교회가 있는데요. 그보다는 감동받을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하나님을 영접하게끔 도와야 합니다. 교회를 소개하는 것만으로 교회를 찾을 수 있어도, 그것이 진짜 전도는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형기 집사는 절대 쉽게 작품을 쓰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만화전도지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한 장, 한 컷에 심혈을 기울인다. 끊임없이 소재를 찾고, 취재한다. 그러고 나선 몇 번에 감수를 거친다. 심지어 만화전도지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도서출판 봄’마저 설립했다. 감동의 이야기를 전달하기위해 남모를 노력을 이어온 것이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은 빛을 발했다. 교회전도지가 있더라도 개인적으로 주문하는 이들이 생겨났으며, 멀리 일본과 미국에서 그의 만화전도지를 찾는다. 때로는 감동이 감동을 낳기도 했다. 정형기 집사는 한 개척교회 사모 이야기를 전했다.

“개척교회 사모님이 길에서 주은 저의 만화전도지 한 장을 갖고 병원 선교에 나섰어요. 한 장뿐이라 펴서 보여주고, 또 보여주고 했는데 전도하는 과정에서 은혜를 받았던 분이 퇴직금 10분의 1을 어려웠던 그 개척교회에 헌금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보람이 넘쳤습니다”

돈을 갈구해서 이뤄진 결과가 아니었다. 세상적인 성공을 원했다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만화 같은 그의 만화전도지 사역은 소박한 꿈에서 비롯됐다. 정형기 집사의 꿈은 이랬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늘 기도합니다. 만화라는 달란트를 통해 희망을 전달하고 싶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여백 없이 쓰임 받고 싶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저 작은 소망을 품고 정직하고 묵묵히 걸어왔다. 그 길목에서 뿌려진 복음의 쪽지마다 어떤 사연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정형기 집사가 간직한 선한 마음이라면 어두운 세상을 환히 비출 것만 같았다. 그와 대화를 나누며 그런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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