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신혜 교수(칼빈대)


하나님 말씀 근거한 확실한 지식

인간의 ‘죄성’ 깨닫게 하고 하나님 형상 닮아가는 성화 과정 인도

 

▲ 양신혜 교수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율법과 관련하여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1부 ‘인간의 비참함에 대하여’에서 예수의 계명을, 3부 ‘감사에 관하여’에서는 십계명을 언급하고 있다. 왜 이런 구조로 설명하는 것일까? 이 구조가 지닌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인간의 비참과 예수의 계명의 관계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예수님은 율법의 새로운 해석자이자 율법의 완성자이다. 그의 계명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십계명의 요약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의 해석이다. 예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십계명을 ‘어떻게’의 관점에서 규정하고 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려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5문의 예수의 계명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느냐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그렇지 못한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끌어들인다. 다시 말해서 이 질문을 받은 신앙교육 입문자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며 자기 내부에 내재되어 있는 하나님과 이웃을 미워하는 경향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구원이 인간 자신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인간의 죄와 비참함을 다루는 1부에서 예수의 계명을 언급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본성적으로 죄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자기이해의 길을 열어 두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앙교육 입문자가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관심을 돌리게 한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또한 3부 ‘감사에 대하여’에서 율법으로서의 십계명을 다룬다. 여기에서 ‘감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진정으로 하나님께로 돌이킴으로써 다시 회복하게 된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다. 고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은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참된 의와 거룩함”을 지닌 자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창조주 하나님을 바로 알고, 마음으로 사랑하며, 영원한 복락 가운데 그의 함께 살고 그리하여 그분께 찬양과 영광을” 돌려야만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6문답). 바로 이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작정하여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베푸신 “호의”에 감사를 드리고 찬양을 드려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믿음에 합당한 행위의 열매를 통해서 그 믿음을 확인하며 경건한 행동을 통해서 이웃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해야 한다(86문답).

이처럼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에 나타난 감사의 내용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과 ‘믿음에 합당한 행위’로 요약된다. 이런 맥락에서 그리스도의 보혈로 구속함을 받은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주요 주제로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십계명이다. 그러므로 십계명은 그리스도인이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며 그리스도의 윤리적 행위의 내용을 이룬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관심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신자들의 구체적인 삶으로 그 시선을 확장한다. 신자의 삶은 어떤 것이 선한 행위인지 판단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이에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하나님의 율법에 따라서” 그리고 “참된 믿음으로부터”(91문답)를 그 척도로 제시한다. 여기에서 율법은 하나님의 언약의 결과라는 점과 하나님은 인간의 역사를 통해서 율법의 목적을 이루어가는 섭리를 포괄하는 하나님의 말씀의 모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율법에 따라서”는 어떤 행위를 판단하기 위한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확실한 지식”을 말한다. 하지만 이 지식은 세속사회에서 말하는 지식이 아니라 성령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정한 신뢰”를 도달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21문답).

이외에 선한 행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계명으로서의 십계명을 온전하게 지키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계명을 지키고자 하는 열정을 품고 하나님의 율법에 순종하는 자세뿐이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율법 구조는 이처럼 인간의 본성이 지닌 “죄성”을 깨닫게 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함으로써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성화의 과정으로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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