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모 목사(총회장·성명교회·대신대 교수)

 
‘평화’ 주창하며 다원주의 꽃밭 배회하고 있다

1961년 3차 WCC총회서 제기…일관되게 급진적·혼합적 종교다원주의 견지
타종교 존중이란 휴머니즘 표방하며 그리스도의 유일 구원관 파괴해 버렸다

 

▲ 정준모 목사
1 서론-불꽃 튀는 WCC 신학 논쟁: 2013년도 제 10차 WCC 총회가 대한민국 부산 개최로 선정된 이후 한국 교계의 신학적 뜨거운 감자에서 불꽃 튀는 신학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2013년 WCC 한국 총회 개최를 앞두고 한국 교회 전체가 양분되는 진통을 겪고 있다. 문제가 되는 WCC 신학 논쟁 중 가장 심각한 이슈는 바로 WCC 종교다원주의 문제이다. 다원화 사회에 다원주의를 따르고, 타종교를 존중한다는 명제하에 절대 유일한 진리를 파괴하고 훼손시키는 통탄할 일이 자행되고 있다. WCC의 신학적 패러다임과 정체성을 바로 파악하고 그들이 발표하고 주장하는 문서들을 살펴보면 분명코 종교다원주의 길을 활짝 넣어 놓았고 종교다원주의 꽃밭을 배회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2 WCC 진영 한국 신학자의 일반적 주장들: 자유주의 한 신학자는 ‘최근 한국교회 내부의 WCC 비판의 근거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란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식 논지를 던져 그의 신학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1)WCC는 단일교회를 추구하는가? (2)WCC는 용공적인가? (3)WCC는 사회구원만을 주장하는가? (4)WCC는 정치 단체인가? (5)WCC는 선교에 무관심한가? (6)WCC는 다원주의를 표방하는가? (7)WCC는 교회를 분열시켰는가?

그의 입장은 “한국에서 WCC비판은 WCC공식문서나 학문적 주장에 기초된 신학적인 것이 아니라 50년대, 60년대에 시작된 이야기들이 확인과정 없이 반복되거나 확대 생산되었다고 주장하고 또한 WCC에 대한 비난은 신학적인 것도 있지만 정치적인 것이 훨씬 더 크게 작용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WCC에 반대하는 신학적 정체성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WCC 총회가 단순한 ‘이웃집 잔치’가 아니라 불쾌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그는 “WCC에 대한 한국교회 일각의 비난의 출처는 학문적 연구나 실제적 사실에 근거하기 보다는 한국 장로교회의 분열과 미국 근본주의 단체의 반WCC 선전에 크게 작용했고 WCC활동에 대한 진지하게 살펴보는 기회가 없이 부정적 선입견관을 교육해 왔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그는 한국교회의 WCC 반대 정서를 학문적 연구 결여, 한국장로교 분열, 미국 근본주의 영향, 정치적 영향, 유치장소 불만, 부정직한 선입관, 흑색선전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WCC에서 보고된 문서를 중심으로 종교다원주의에 혼미된 주장들을 소개하고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3 WCC와 종교다원주의: WCC에 가입된 모든 회원 교회들이 다 종교다원주의를 주창하거나 따르지는 않는다. 또한 어떤 학자는 WCC는 “어디에서도 종교다원주의를 수용하거나 긍정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WCC는 세계 교회 연합과 일치의 목적을 위해 종교다원주의를 따를 수밖에 없다. WCC 헌장이나 집행자들이 공식적으로 종교다원주의를 공공연하게 주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총회 및 각종 분과 위원회에서 매우 급진적인 종교다원주의 신학사조를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종교다원주의에 눈을 뜬 WCC-제3차 1961년 뉴델리 총회
종교다원주의 운동은 1961년 뉴델리의 제3차 WCC 총회에서 인도 신학자 더바난단(P. Devanandan)에 의하여 제기되었다. 이 총회는 타종교를 ‘다른 신앙’으로 표현하면서 하나님이 “다른 신앙을 통해서 말씀하시며, 성령이 역사하는 것을 긍정”하였다. 이 총회에서 더바난단은 ‘증인으로 부르심을 받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하였다. 이 강연에서 그는 비기독교적인 종교들을 “성령의 창조자 사역”에 대한 응답이라고 해석하고 복음을 비기독교적인 철학적 신앙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971년 힌두 배경을 가진 인도의 자유주의 신학자 사마르타(Stanley Samartha)에 의하여 주도되고 종교 혼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2.종교다원주의에 미소짓는 WCC-제4차 1968년 웁살라 총회
WCC가 타종교와의 대화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부터이다. 왜냐하면 WCC는 이때 처음으로 아잘톤(Ajaltoun) 회의에 참석한 기독교(개신교와 로마 가톨릭)와 무관한 타종교인들(무슬림, 힌두교도, 불교도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며 이것을 “그리스도인들과 다른 살아 있는 신앙들의 사람들 간의 대화”라 불렀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타종교를 “다른 신앙들”(other faiths)라고 불렀으나 이 때 이후로 다른 신앙들은 “살아 있는 다른 신앙들”(other living faiths)로 불리게 되었다.

3. 종교다원주의에 박수를 보내는 WCC-제5차 1975년 나이로비 총회
1975년 WCC 총회의 일각에서 타종교에 대한 급진적 견해가 등장하였다. 제3분과는 타 종교 및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의 공동체를 논하면서 ‘어떤 사람’은 그것을 “보다 확대된 에큐메니즘”이라 묘사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당분간” ‘에큐메니칼’이라는 용어는 기독교인들 사이의 대화로 국한하고 그보다 더 확대된 대화는 종교간 (inter-religious) 대화로 부르자고 결정했다. 1975년 나이로비에서 모인 WCC 총회에서 총회 주제인 “예수 그리스도는 해방하고 연합한다”는 주제 아래 강연한 토마스(M. M. Thomas)는 “그리스도 중심적인 혼합주의”를 제안한다. 토마스(M. M. Thomas)는 “그리스도 중심적인 혼합주의”에 대해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해서 수행되며, 문화와 종교가 서로 침투하는 “거짓된 혼합주의가 아니라,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서 교리적인 차이를 초월하고,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기초로 한 그리스도 중심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였다.

4. 종교다원주의에 열광하는 WCC- 제6차 1983년 벤쿠버 총회
1983년 7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WCC 제6차 총회에는 나이로비보다 3배나 많은 15명의 타종교 대표자들이 참석하였다. ‘하나님의 선물인 생명’이란 주제하에 모인 전체회의에는 캐나다 원주민, 불교도,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그리고 유대주의자 등이 각자의 입장을 발표함으로 종교다원주의적 신론을 추구하였다. 또한 WCC 출범 이후 처음으로 리마 성만찬 예식서를 따라 공동성찬식을 거행하였다. 그러나 범교회적 차원과 교회 일치의 차원을 넘어 범종교적, 종교다원주의적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캐나다 인디언의 토템 제막식, 한국의 무당의 강신굿도 행하는 범신론적 성만찬식이 거행되었다.

5. 종교다원주의에 포옹하는 WCC- 1990년 바르 선언문
WCC의 문서들 중 가장 현저하게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이 드러난 것은 1990년 CWME에 의해 작성된 바르 선언(Baar Statement: Theological Perspective on Plurality)이다. 이 선언을 시점으로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본격적으로 포용, 열애하면서 신학화하는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바르 선언문은 그 이전까지 견지해왔던 기독교 우월적 상대주의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기독교 평등 상대주의를 표방하는 내용들로 가득찼다.

6. 종교다원주의 영에 혼미된 WCC-제7차 1991년 캔버라 총회
1991년 2월 호주 캔버라에서 개최된 제7차 WCC 총회에서 한국의 여성신학자 정현경은 ‘오소서 성령이여, 온 우주를 새롭게 하소서’라는 주제 강연에서 초혼(招魂)굿의 향연을 벌였다. 그녀는 (1) 호주 원주민 무용수와 함께 춤을 추면서 영성을 표현하려 했다. (2) 여러 종류의 혼 또는 영을 부르면서 무속적 정령을 성령과 동일시했다. (3) 성령을 동양의 기(氣)로 표현하면서 성령의 형상을 관음보살의 형상과 연계시켰다. 여기서 정현경은 기독교의 성령을 한국의 무당의 영과 일치시키는 혼합주의 성령관을 피력하고 있다.

7. 종교다원주의를 위한 새 옷을 갈아입는 WCC-2011년 6월 제네바 선언문
2011년 6월 28일 제네바 선언문은 선교적 차원에서 타종교와의 대화 원리에 대한 지침서를 발간하였다. WCC가 함께 이 선언문 작성을 위해 지난 5년간 동참한 교단과 교파을 보면 결국 신학적 일치가 없는 채, 비가시적 교회론을 배제한 채. 가시적 교회론 입장에서 단지 전도를 위해 전도전략의 원리와 전도 있으나 이 문서에서 다분히 포괄적 종교다원주의 색체를 띠고 있음을 직시할 수 있다.


4 결론: 현재의 WCC의 논란은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신학적 문제이다. WCC 신학의 문제 중 제일 혼란스러운 문제가 종교다원주의 문제이다. WCC가 노골적으로 “우리는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한다”라고 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WCC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살펴 볼 때, 종교다원주의의 신학적 매력에 흠뻑 젖어있다. 인본주의 신학원리 속에 종교적 평화주의를 주창하면서 종교다원주의 꽃밭을 배회하고 있다. 타종교 존중이란 휴머니즘을 표방하면서 그리스도의 유일 구원관을 파괴해 버렸다. 종교다원주의는 교회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신학적 적수이며 신앙적 배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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