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분립의 5가지 체크 리스트

준비는 1년 이내, 최소 20명으로 시작하라

추진단계서 비전 공유, 자발적 성도 참여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
목회철학 공유한 부목사 청빙 많아 … 형제교회 관계유지 중요

연속기획 ‘교회분립, 한국교회 대안될까’ 마지막 순서로, 교회분립을 할 때 꼭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한다. 본문에 제시된 다섯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취재기자가 선별한 것으로, 이외에도 교회분립을 위해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은 많다. 또한 다섯 가지 질문에 대답으로 제시된 사항 역시 분립한 교회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가장 일반적이며 적절하다고 판단된 방법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 교회의 상황에 따라 분립의 준비와 절차와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음을 먼저 밝힌다.<편집자 주>


▲ 일러스트=강인춘
참여: 성도들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까?

교회분립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성도 입장에서 익숙하고 안정된 공동체를 떠나 개척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꾸준히 분립하는 교회들은 나름대로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분립개척에 동참하도록 격려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 소그룹을 통한 교회분립 방식을 추구하는 예인교회 정성규 목사는 “소그룹 안에서 예배와 교제와 선교(섬김)의 사역이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양육된 소그룹 2개 정도를 합해서 분립개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성도를 대상으로 교회분립 추진을 설명하고, 성도들의 참여를 기다리는 기획분립에는 성도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아직 분립 준비 중이지만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분립교회에 본 교회가 하던 사역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하고 주기적으로 분립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하는 방법 등을 준비하고 있다.

분립을 진행하는 교회들은 성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통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성경적으로 교회분립의 의미를 설명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청빙: 분립하는 교회의 목회자 청빙은?

성도들이 분립의 목적과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해도 담임하게 될 목회자의 자질이 교회분립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분립개척 할 때 어떤 목회자를 청빙해야 할까?

분립하는 교회 사례를 보면, 분립하는 교회들은 대부분 부목사를 분립할 교회의 목회자로 선정했다. 교회에서 함께 한 부목사는 일단 인품과 자질을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담임목사에게 훈련을 받으면서 동일한 목회철학과 목회 DNA를 갖고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성도들과 함께 있었기에, 분립으로 인한 성도들의 불안과 걱정을 가장 빨리 안정시킬 수 있다.

부목사를 분립할 형제 교회의 담임 목회자로 보낸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로 동역자 의식이다. 교회분립을 진행하는 목회자는 부교역자를 미래의 동역자로 여기고 존중하며 훈련시켜야 한다.

취재 결과 부목사를 동역자로 그리고 개척자로 잘 훈련시키는 교회는 산울교회였다. 산울교회는 부목사를 전임사역자로 6년 사역하게 하고 3~6개월 정도 안식월을 준다. 교회에 복귀를 하면 교회에서 개척세미나를 열고 본격적으로 분립개척을 준비한다. 또한 매주 1부 주일예배 설교자로 세우고, 개척기도회를 열어 성도들에게 자신의 목회철학과 비전을 설명하도록 하는 등 교회분립개척 로드맵을 잘 갖춰놓고 있었다.

자립: 분립개척에 필요한 재정과 인원은?

교회를 분립개척할 때 빼놓지 말고 고려해야 할 사항은 ‘분립한 교회의 자립과 성장 가능성’이다. 분립개척한 교회가 자립하려면, 몇 명의 성도가 동참해야 하고 재정은 어느 정도 지원해야 할까?

교회분립개척의 최전방에 서 있는 동네작은교회는 20명을 한계로 정했다. 개척 6년 만에 세 교회를 분립시킨 김종일 목사는 공동체가 그들만의 교회로 폐쇄성을 갖지 않고, 소멸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20명의 성도가 분립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규 목사와 이문식 목사는 최소한 40명 이상, 50명이 넘으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원 면에서 가장 대담한 분립개척을 진행하는 곳은 성남성산교회다. 현상민 목사는 30가정을 분립교회로 파송한다. 1년간 헌신하고 돌아올 수 있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80% 이상이 분립교회에 남아 지속적으로 섬긴다고 말했다.

재정 지원 방법과 액수는 모든 교회가 달랐다. 예배당 공간도 따로 마련하지 않고 공공시설 등 주일 빈 공간을 사용하겠다는 교회는 분립개척 당시부터 재정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교회를 이끌어 나간다. 또 아예 개척자금으로 2억 원을 책정해 놓고 예배당까지 지원하는 교회도 있다.

준비: 분립 준비 기간은 얼마나, 어떻게 그리고 누가?

교회분립 준비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단계는 교회 차원에서 분립개척을 선포하고 개척할 목회자와 동참할 성도가 파악됐을 때이다. 두 번째 단계는 분립할 목회자와 성도들이 개척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이 사실상 분립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기간이며, 하나의 교회 안에 사실상 두 교회가 공존하는 시간이다.

대체로 분립을 준비하는 기간은 1년 이내가 가장 이상적이다. 예인교회의 경우 2년 넘게 분립준비기간을 가졌는데, 분립할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은 1년 동안 그들만의 교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체적으로 주일예배를 드리고 그 횟수를 점점 늘려나간다. 헌금도 자체적으로 드리고, 그 헌금으로 예산을 짜서 선교와 섬김의 사역을 펼치며 독립된 교회로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성남성산교회도 마찬가지다. 12월 분립을 위해 1월부터 파송될 교인들을 준비하고 함께 모이며, 십일조도 분립교회로 내면서 스스로 새로운 교회를 준비한다. 무엇보다 준비기간 동안 기도회와 정규 모임을 갖고 공동체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립교회들은 입을 모았다.

교류: 형제교회들끼리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할까?

분립된 교회들이 본 교회와 어떻게 교류하는지는 다 달랐다.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가지면서 함께 사역하고, 큰일도 함께 힘을 모아 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1~2년에 한 차례씩 교역자들이 수련회를 하는 것 외에는 교류를 자제하는 교회도 있었다.

전자는 개교회가 할 수 없는 일을 여러 개의 분립교회들이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동역할 수 있는 일들을 공유하고, 한국교회 전체에 유익이 될 수 있는 일들을 감당하고 있다. 반면 후자는 새롭게 들어온 교인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교류를 자제한다. 교회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또 새로운 교회가 본 교회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 않도록 노력하고, 파송 받은 성도들에게도 기득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섬기고 내려놓을 것을 강조한다.

형제교회들끼리의 교류는 각 교회의 사정이나 목회자의 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독립성을 지켜주고, 분립된 교회가 본 교회의 아류가 아닌 하나의 건강한 교회로서 사역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님께서 다시 한번 교회개척의 기회를 주셨다. 나는 여전히 하나님께 가능성이 있는 목회자인 것이다. 그것이 기쁘고 감사하다.”

산울교회가 네 번째로 교회를 분립했다. 산울교회를 개척해 16년 동안 사역하던 이문식 목사가 직접 개척자로 나섰다. 예순을 앞둔 나이, 원로목사를 4년 남긴 시점, 건강한 교회와 안정된 목양을 뒤로하고 7월 7일 수원 합신대 앞에 광교산울교회를 개척했다.

산울교회는 1997년 개척 당시부터 교회분립을 목표로 세웠다. 이문식 목사는 개척 5년 만에 출석성도가 500명을 넘어서자 분립개척을 시작했다. 성도가 500명을 넘으면 목회자와 성도가 인격적으로 교제할 수 없고, 교회가 공동체성을 유지하려면 흩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목사의 지론이었다. 또한 성장주의와 개교회주의에 발목이 잡힌 한국 교회가 변화하려면, 건강한 교회들이 세워지고 자라야 한다고 확신했다. “하나의 큰 나무가 아니라, 아름다운 숲이 되자”는 목회철학을 배운 부교역자들이 산오름교회 한숲교회 사랑숲교회를 분립개척했다.

지금처럼 이문식 목사가 산울교회를 담임하며 부교역자들을 훈련시켜 분립개척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왜 이 목사는 자신이 개척자로 나섰을까.

“산오름교회와 한숲교회는 중직자를 포함해 50여 명의 성도들이 분립개척에 나섰다. 2012년 사랑숲교회를 분립개척했는데, 예상보다 성도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분립개척의 동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약해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산울교회 산오름교회 한숲교회 사랑숲교회는 형제교회지만, 중심은 아직 산울교회다. 구심점이 강하면 원심력이 생기고, 결국 교회가 흩어지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문식 목사는 그 구심점을 약화시킬 방법은 자신이 직접 분립개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현실적으로 부목사보다 개척경험이 많고 지명도도 있는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광교산울교회의 개척 방법은 이전 교회들의 분립개척과 똑같이 진행됐다. 산울교회 분립개척 원칙(본문 기사 참조)에 따라 이 목사도 개척헌금 2억 원을 지원받고, 함께 광교산울교회를 세워갈 약 80여 명의 성도들과 기도하며 준비했다.

이문식 목사가 분립개척을 준비하면서 가장 노력한 것은 산울교회 후임자 선정이었다. 부목사가 아닌 담임목사가 떠나는 상황이기에, 후임자는 성도들의 상실감을 잘 치유할 인물이어야 했다. 그의 기도대로 산울교회에 재직하다가 중국 한인교회에서 사역하던 윤여길 목사가 후임으로 선정됐다. 또 이 목사는 이번 분립개척에 장로와 권사 등 중직자들은 동참하지 못하게 했다. 중직자가 담임목사의 개척에 따라나서면 남은 중직자들의 마음이 상하고 분립이 아닌 분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광교산울교회 분립개척 후 한 달이 지나서 이문식 목사를 만났다. 60살을 앞둔 자신이 다시 교회개척을 하도록 이끈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했다.

“교회분립, 힘들다. 나도 분립할 때 따라나서는 성도들을 보면 살을 베어내는 아픔을 느낀다. 아프지 않은 목회자는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아픔을 참고 교회분립을 하는 것은 복음을 위해서 우리는 흩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성령께서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교회 갱신은 목회자부터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것에서 시작한다. 한국 교회를 살리는 길은 분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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