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목회하려고 분립한다

“공동체성 잃은 공룡교회는 되기 싫었다”

성산교회 - 건강한 작은 교회 여럿이 더 큰 일 … 부흥 시너지 효과도 컸다
예인교회 -‘250명 넘으면 분립추진’ 정관 명문화 … 성도 변화 눈에 보였다

한국교회의 교회분립 움직임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성도 500명 이하의 교회들이 분립에 나서고, 분립을 위한 준비도 성도들이 주도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교회분립에 대한 신학적 성찰도 깊어졌다.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한 방법,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면서 많은 교회들이 분립을 선택하고 있다. 왜 그 목회자와 성도들은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분립을 선택했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교회분립의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그리고 교회분립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400~500명 정도의 교회로 분립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성남성산교회 현상민 목사와 예인교회 정성규 목사에게 ‘교회분립’을 물었다.<편집자 주>


성산교회: 교회 연합과 목회를 고민하다

성남성산교회는 1998년 현상민 목사가 부임한 이후 교회분립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2005년 아름다운성산교회에 이어 2008년 예일성산교회와 2010년 행복한성산교회를 분립했다. 네 번째 교회분립은 2015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아름다운성산교회는 성남성산교회 설립 30주년기념으로 분립한 것으로, 세 교회 모두 성도 30가정과 개척자금 2억 원 그리고 예배당 건물까지 매입해서 분립개척을 했다.

현상민 목사는 분립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분립을 하게 된 이유는 큰 교회 한 개 보다 건강한 중·소 교회 여러 개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가 분립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지금 분립한 교회들까지 합한 성도 수나 목회자 수만큼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 교회가 하나의 일만 할 수 있는 것도, 네 교회가 하니까 열 개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 성남성산교회가 파송예배를 드리면서 분립교회로 떠나는 성도들을 위해 안수기도를 하고 있다. 교회를 분립한 목회자들은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작은 교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더 많은 사역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즉 교회분립을 해 본 교회와 목회자들만이 알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그 경험, △큰 교회 하나보다 여럿의 작은 교회들이 더 많은 사역을 할 수 있다 △큰 교회 하나가 전도하고 성장하는 것보다 작은 교회 여럿이 전도하고 성장하는 것이 전체를 보면 더 많다는 것을 성남성산교회도 체험한 것이다. 분립한 교회도 부흥했을 뿐 아니라 본 교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나보낸 성도 수만큼 다시 채워지는 기적을 경험했다.

교회분립은 현상민 목사에게 목회자로서의 존재론과 역할론 측면에도 의미를 갖는다. 현 목사는 “성도가 500명이 넘어가면 목회자가 성도를 모두 돌보기 어렵다. 300~500명까지는 주일에 성도들이 누가 빠졌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 성도들이 많아지면 부목사들에게 맡기게 되고 성도들 한 명 한 명을 인격적으로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교회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목회를 하는 방법이다.”

예인교회: 참 그리스도인 양성 위한 과정

최근 교회를 분립한 예인교회 정성규 목사도 목회자로서 현 목사와 같은 고민을 했다. 정 목사는 “교회 공동체 속에서 성도가 성도를 모르고, 목회자가 성도를 모른다면 문제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목회자의 능력과 연관이 있겠지만, 나는 성도가 300명을 넘고 400명이 됐을 때 교회 공동체성을 위해 분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동체성 유지를 위해 예인교회는 교회정관에 성도가 250명을 넘으면 아예 분립을 추진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공동체성 외에 정성규 목사가 생각하는 교회분립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 목사는 “성도들이 참다운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는 결과로서 교회분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예인교회 성도들는 ‘아둘람’이라는 이름으로 소그룹 모임을 하고 있다. 약 20여 명으로 구성되는 아둘람은 여느 소그룹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대부분 교회의 소그룹은 성경공부와 교제가 주요 활동이다. 그러나 예인교회 아둘람은 성경공부와 교제 외에도 나눔 사역과 연 2회 자체 예배도 드리도록 한다. 아둘람 소속 성도들이 자체적으로 지역을 위한 나눔 사역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소그룹 아둘람을 통해서 성도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생활과 성도의 교제 그리고 나눔을 통한 선교의 사역까지 훈련을 받는 것이다.
대그룹 차원에서도 참 그리스도인 양성을 위한 훈련은 이어진다. 예인교회는 교육·선교·나눔 사역은 독립사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선교사역의 경우, 성도들이 자체적으로 지난 해 결산을 하고 올해 어떤 사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한다. 회장도 목회자나 당회가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선출한다. 각 독립사역 부서가 한 해 사업계획을 결정해서 당회(운영위원회)에 보고하면, 당회는 그 의견들을 수렴하고 조정한다. 당회가 결정기구가 아니라, 성도들의 ‘의견 수렴과 조정’의 기구이다.

이렇게 대그룹과 소그룹을 통해 예인교회 성도들은 예배와 행정과 나눔(선교)의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바로 작은 교회로서 자질을 갖춘 소그룹 아둘람이 분립을 하는 것이다.

정성규 목사는 이렇게 성도들을 훈련시켜 그리스도인으로 양성하는 것이 한국 교회를 위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4~5년 해야 성도들이 바뀐다. 목회자가 주도권을 갖고 교회를 이끌면 편하다. 성도들도 고민할 것이 없어서 편하다. 그러나 목회자가 잘못되면 교회 전체가 힘들어 진다. 지금 한국 교회에 나타나는 문제들도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교회분립, 힘들지만 해야 할 일

현상민 목사와 정성규 목사는 모두 교회분립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재정적으로, 심적으로, 교회 내부적으로도 희생이 많지만 그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교회분립에 대한 소명을 가진 것이다.

성남성산교회는 교회에서 사역했던 부목사 가운데 분립교회 목회자를 선택한다. 분립 1년 전부터 성도들에게 분립계획을 알리고 동참할 사람들을 받는다. 이후 일 년 동안 분립할 성도들은 따로 모임을 갖고 예배를 드리며 준비를 한다. 십일조까지 분립할 교회에 드리며, 재정 권한도 부여한다.

현상민 목사가 교회분립을 하며 가장 큰 어려움을 꼽는 것은 일꾼이 분립교회로 이동한다는 것. 현 목사의 목회철학을 공유하는 30~40대 청장년들이 교회분립에 동참하는 비율이 높아 어느 기간 동안 본 교회에 젊은 일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인교회 정성규 목사는 오랫동안 소그룹으로 활동했던 ‘폐쇄성’을 걸림돌로 꼽는다. 이번에 진행한 분립은 ‘공동체성 확보를 위한 기획분립’으로 소그룹 아둘람 일부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단계를 거쳤다고 한다. 그래도 2년 넘게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교회분립을 이뤄가도록 기다린 덕분에 시작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교회 분립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교회에 갇혀있지 않고 한국교회 전체를 하나님나라의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유익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교회 분립은 그 희생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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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유로 분립 전권 맡겼다”

   거룩한빛광성교회 분립기획팀 효율적 운영

경기도 고양시 거룩한빛광성교회(정성진 목사)는 1997년 설립돼 지금까지 장년 출석자가 7000여 명에 달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대형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기대도 있고, 나름대로 시대적 소명을 잘 감당해 왔지만 부작용 또한 적지 않았다. 정성진 담임목사는 “대형교회 하나가 서면 주변의 여러 교회가 문을 닫게 된다”며 “모든 교회가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교회 분립을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 거룩한빛성광교회는 성도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율적으로 분립을 준비하고 있다. 정성진 담임목사(가운데)와 기획팀장 양혁승 집사(오른쪽 여섯번째)를 비롯한 기획팀의 모습.
교회분립의 필요성을 인지한 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올해 3월 한국교회에 건전하고 효율적인 분립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팀을 조직했다. 특별한 점은 기획팀이 온전히 일반 성도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원한 성도들은 본인들의 시간들을 쪼개가며 회의를 거치고, 분립에 성공한 교회들을 직접 탐방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한 걸음씩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가 분립을 성도들에게 맡긴 이유는 교회의 주인은 목사도 장로도 아닌 성도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성진 목사는 “아무래도 당회원들의 생각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좀 더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기획위원들에게 맡기는 것이 교인들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기획팀은 담임목사와 목회철학을 공유하며 교회 분립 과정을 도맡고 있다. 분립을 해야 하는 이유, 방향성, 성도들에 대한 동기부여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의견을 조율한다. 기획팀장 양혁승 집사(연세대 교수)는 “교회가 양적으로 커지면 비용은 높아지고 공동체는 약화되며, 성도들은 익명성 속에 숨어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면서 “교회분립은 교회가 건강성을 회복하고 후손들에게 진정한 교회를 물려주는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비전을 성도들과 공유하는 측면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내에서 공청회를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도들에게 교회분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또 새로운 의견이 있다면 수렴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올해 벌써 2차례 열린 공청회는 다수의 성도들이 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분립계획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그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감당했다.

거의 매년 교회를 개척해왔던 거룩한빛광성교회가 올해부터 분립을 준비하게 된 것은 개척교회는 자립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가 목회자의 희생 역시 너무 크다는 것을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양혁승 집사는 “개척교회는 교회를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투자하는 비용이 커서 원래 목표인 복음전파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면서 “500여 명의 성도들과 함께 분립을 한다면 어느 정도 교회의 모습을 갖출 수 있어 그 정도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획팀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과연 성도들이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본 교회를 쉽게 떠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획팀은 옮겨간 성도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1년에 몇 차례는 본 교회가 분립교회로 가서 함께 예배를 드리거나, 본 교회의 주요 프로그램을 분립교회가 진행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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