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특별취재팀, 조사팀과 공동 현장확인

 
예장합동 교단명·로고 사칭…소속 묻자 거칠게 부인하다 결국 본색
가입절차 허술한 군소교단 통해 ‘신분세탁’…검증없는 교계현실 악용

하늘은 여전히 잔뜩 물을 머금고 있었다. 장마가 잠시 멎은 7월 17일, 신천지 위장교회를 취재하기 위해 취재기자들은 신천지에서 탈퇴한 회심자들과 만났다. 이미 회심자들로 구성된 조사팀들이 16일부터 서울 인천 수원 평택 등으로 흩어져, 미리 파악한 위장교회들을 재확인했다.

기자팀은 다른 팀과 달리 현장확인을 위해 하루 늦게 출발했다. 기자팀이 먼저 위장교회를 급습할 경우, 전국적으로 정보망을 구축한 신천지가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잠복   위장교회 활동자를 찾아라

오전 11시, 중계역 6번 출구 인근 당현천근린공원에 몸을 숨겼다. 200밀리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가 주목한 곳은 H플라자 정문. 이 건물에 신천지 서울 야고보지파 본부인 성북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 신천지 대체예배가 열리는 장소다.

대체예배는 추수꾼이나 특별전도대 그리고 위장교회 활동자들이 신천지 정규예배를 대신해 참석하는 예배다. 그들은 정규예배를 드릴 경우, 신분이 노출될 수 있어 이렇게 대체예배를 드린다. 앞으로 급습하게 될 서울 지역 신천지 위장교회 목사와 전도사, 구역장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12시가 가까워오자 H플라자 앞은 신천지 신도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취재에 동행한 회심자들은 계속 신천지 활동자들을 지목했다. 그들의 뒤를 따라 올라간 성북교회는 4층에 위치해 있었다. 입구 정면에 커다란 이만희 사진이 붙어 있었다.

정장을 입은 남성 두 명은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며 경계에 열중했다. 이날 대체예배에 모인 신도 수는 약 500여 명. 많을 때는 1000명 가까이 참석한다고 했다. 취재에 동행한 회심자는 “이중 약 20% 정도가 신천지 위장교회 활동자”라고 설명했다.

 급습   예장합동 사칭 교회를 찾아라

신천지 위장교회들은 대부분 ‘대한예수교장로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통교회인양 위장을 한다. 그중 예장합동의 교단명과 로고를 사용하는 위장교회를 급습해 신천지 교회라는 것을 확인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향한 신천지 위장교회는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행복한교회였다.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행복한교회는 외벽간판과 1층 상가입구 전면간판, 계단 중층 현수막까지 예장합동 교단명과 로고를 내걸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기독신문 기자임을 밝히고 전도사에게 담임목사를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전도사는 “목사님은 외출중이고 무슨 일이냐”며 대뜸 언성을 높였다. 뒤이어 5명의 여신도가 예배당으로 들어와 기자들을 둘러쌌다. 예장합동을 사칭하는 신천지 위장교회라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왔다고 하자, 신도들은 카메라를 뺏으려하면서 나가라며 소리쳤다.

전도사는 행복한교회가 예장합동 소속이라면서, 안주노회에서 발행했다는 노회소속증명서까지 내보였다. 증명서에 기재된 연락처는 실제로 예장합동 안주노회 사무실 전화번호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자리에서 통화한 안주노회 관계자는 행복한교회와 담임목사 방 모씨가 안주노회 소속이 아니라고 거듭 확인해줬다. 예장합동 마크 도용에 머물지 않고, 노회소속증명서까지 위조하는 신천지 위장교회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어 서울 성내3동 주사랑교회로 이동했다. 주사랑교회는 4층 예배당 입구에 예장합동 로고가 표기된 홍보간판을 버젓이 내걸고 있었다. 주사랑교회 신도들 역시 담임목사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무단으로 예장합동 로고를 사용하는 것을 추궁하자, 잘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러나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 신천지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고 모씨가 공동담임목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전정보가 있었다. 기자들을 복도로 몰아낸 성도에게 담임목사 성함을 묻자 “고 모 씨와 유 모 목사가 공동담임목사”라고 답했다. 예장합동 교단을 도용하는 신천지 위장교회가 확실했다.

 

 경악   정통교회를 핍박하는 신천지

신천지 위장교회 중 가장 대담한 곳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대로변에 위치한 온세상교회였다. 온세상교회는 광명시 행복한교회처럼 건물 입구에 예장합동 교단명과 로고를 크게 붙여놓고 있었다.

교역자가 없다는 핑계를 하지 못하게 일부러 수요예배 직전인 7시 20분에 들이쳤다. 담임목사는 없고 협동목사라는 사람이 나왔다. 교단 소속을 묻자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이기창 총회장’으로 발급된 목사안수증명서를 내보였다. 노회와 신학교 졸업 여부 등을 세세하게 묻자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전도사라는 건장한 청년과 남성 신자들이 기자들을 거칠게 끌어냈다. 그들은 끝까지 예장합동 교단 소속이라고 우겼지만, 이미 기자들은 온세상교회가 예장합동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기자를 끌어낸 남성 신자는 18일 전화를 걸어와 “신천지교회인지 알고 온세상교회에 다닌다”고 실토했다.

온세상교회 취재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같은 건물에 ‘진짜’ 예장합동 교단 소속인 엘림교회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림교회 김선종 목사는 “온세상교회가 신천지 위장교회라는 것을 알고 수차례 교단 이름과 로고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들은 척도 안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위협   정통교단에 가입하는 위장교회

청주 지역 신천지 위장교회인 행복한교회와 사랑나눔교회는 일 년 만에 공간을 2배나 확장했다. 문화교실을 이용해 미혹하는 두 교회의 포교방식을 취재코자 급습했다.

그런데 행복한교회 구역장으로부터 놀라운 말을 들었다. “저희 교회는 신천지 위장교회가 아니고요. 예장웨신 교단 소속입니다.” 곧이어 전화통화를 한 담임 안O원 목사도 예장웨신 소속임을 강조했다. 분명히 청주 이단상담소를 통해 신천지 위장교회임을 확인했고, 인근 교회에서도 재확인한 상태였다.

예장웨신 총회에 당장 확인했다. 행복한교회와 안O원 목사는 예장웨신 충청노회 소속이었다. 심지어 청주의 또 다른 위장교회인 사랑나눔교회도 같은 교단 같은 노회에 소속돼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전주와 광주에서도 발생했다. 신천지 위장교회로 의심받고 있는 광주 주월동 온누O교회는 합동대림 교단 소속이었다. 신천지가 교단명과 로고를 도용해서 정통교회로 위장하는 단계를 넘어, 신분을 숨기고 기성 교단에 침투해서 보다 철저하게 위장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 신천지 위장교회들이 사용하는 전략은 ‘기성교단 가입을 통한 신분세탁’이다. 이들은 증명서 위조를 비롯해 신분을 위장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한다. 특히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교회를 가입시키는 한국 교회의 병폐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신천지가 코앞까지 침투해 있었다

-------------------------------------------------------------------------------

점점 대담해지는 침투 전략

예장웨신·합동대림 등 기성교단에 버젓이 가입활동
문제 커지자 뒤늦게 “검증시스템 마련, 예방하겠다”

▲ 청주지역 신천지 위장교회인 행복한교회(위)와 사랑나눔교회. 두 교회는 예장웨신에 가입해 신분세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취재를 통해 신천지 위장교회가 기존 정통 교단에 가입하고 있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기성교단에까지 침투한 신천지 위장교회는 청주 행복한교회(담임:안O원, 구 명성교회)와 사랑나눔교회 (담임:김O선), 광주지역 신천지 위장교회로 의심받고 있는 온누O교회(담임:안 모씨)이다. 이들은 교단 가입절차가 허술한 군소 교단을 신분세탁의 거점으로 삼았다. 피해교단은 예장웨신(총회장:이재갑 목사)과 합동대림(총회장:최선군 목사)이다.

행복한교회는 신천지라는 제보만 10번 이상 접수된 대표 적인 청주지역 신천지위장교회이다.

청주이단상담소 김덕연 소장에 따르면 담임목사 안O원은 청주 신천지문화센터인 더하기재능봉사문화예술교육원(구 태흥교회)에서 신천지 강사로도 활동한 인물이다.

안O원은 예장웨신 가입 이전 합동개혁(당시 총회장:신동수 목사) 소속 당시에도 신분을 숨기고 있었다. 지난해 8월 합동개혁이 예장웨신과 통합하면서 예장웨신에 발을 들여놓았다. 게다가 안O원은 올해 4월 청주 지역의 또 다른 위장교회인 사랑나눔교회를 예장웨신 충청노회에 가입 시켰다. 예장웨신 충청노회 소속 교회는 총 4개, 그중 2개가 신천지 위장교회인 셈이다.

본지를 통해 사태를 파악한 예장웨신 충청노회는 지난 7월 29일 임시노회를 열어 안O원과 김O선을 제명하고 총회에 목사면직을 청원하기로 결의했다.

충청노회장 데이비드 김 목사는 “참으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노회장으 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제가 교단 신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만큼 체계적인 교회가입 검증시스템을 마련해 이단들의 침투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이단상담소(임웅기 소장)에서 신천지 위장교회로 줄곧 의심해온 광주 온누O교회는 합동대림교단에 적을 두고 있다. 이 교회는 취재 당시에도 출입을 통제하며 극렬한 반응을 보였다. 또 교회 앞에서 임웅기 소장 납치 감금 폭행 사건에 가담한 김 모씨가 목격돼 의심이 가중됐다.

경찰까지 출동한 끝에 통화가 이루어진 온누O교회 담임 안 모씨는 출신 신학교와 목사안수 과정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더니, 지난 7월 29일 돌연 합동대림 교단을 탈퇴했다. 또 안 모씨의 합동대림 교단가입에 관여한 순천 사랑O교회 이 모씨 역시 탈퇴했다.

이번 취재에서 밝혀낸 기성 교단 소속 신천지 위장교회는 3개. 그러나 현장의 분위기는 이보다 더 많은 숫자를 가리켰다. 앞으로 신천지 위장교회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가 이뤄진다면 기성교단에 침투한 위장교회들이 더욱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