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교수(고려신학대학원)


비참을 벗는 길은 자비와 긍휼

죄와 비참 바른 이해 없으면 참된 위안 알 수 없어

개혁교회의 3대 신앙고백문서 중 하나로 꼽히는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 450주년을 맞아 신학특집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로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탄생과 그 의미’(이남규 교수)를 고찰한 글에 이어, 문병호 교수(총신대)가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첫 주제인 ‘위로’를 설명했다.
이번 호부터 이성호(고신대) 김재윤(국제신대) 김병훈(합신대) 양신혜(칼빈대) 교수가 각각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을 죄와 비참, 중보, 믿음, 율법을 주제로 기고한다. 마지막 7회는 교리 교재의 새로운 지평을 연 <특강 소요리문답>의 저자 황희상 강사(고신대)가 마인드맵을 이용해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전체 특징을 설명한다. <편집자 주>

▲ 이성호 교수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핵심 주제는 위안이다. 삼위 하나님께서 주시는 유일하고 참된 위안 속에서 살기 위해서 우리는 세 가지를 알아야 한다고 요리문답은 가르친다. 제1부 나의 죄와 비참함이 얼마나 큰가? 제2부 나의 모든 죄와 비참함으로부터 어떻게 구원을 받았는가? 제3부 그러한 구원을 주신 하나님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하는가? 비참, 구원, 감사 이 세 가지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죄와 비참에 대한 이해 없이 구원을 알 수 없고, 구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 감사의 삶이 따라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요리문답은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와 같이 정겨운 방식이 아니라 시작부터 죄와 비참을 먼저 다룬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죄와 비참이 성경의 중심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경 속에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와 함께, 인간의 죄와 비참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있다.

오늘날 강단에서 죄와 비참에 대한 설교가 거의 없다는 것은 설교가 성경의 주 메시지에서 떨어져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죄와 비참에 대한 설교가 약화되면 복음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설교자는 요리문답의 안내를 받아야만 할 것이다.

비참은 요리문답에서 위안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참에서 벗어나는 것이 위안이다. ‘비참’은 좀 추상적인 단어인데, 요리문답에 사용된 ‘비참’은 독일어로 ‘Elend’라고 한다. 이 말은 ‘땅에서 추방된’이란 의미이다.

이 용어는 낙원에서 추방된 아담과 하와를 연상시키게 하는 단어이다. 이 비참은 가나안 땅에서 추방되어 바벨론으로 포로로 끌려갔던 이스라엘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결국 인간이 비참한 이유는 죄로 인해 마귀의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추방된 자들, 포로들, 노예들, 나그네들(외국인들)에게 위안은 없다. 그들의 삶은 항상 불안하다. 그들의 삶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 그들의 운명은 훨씬 큰 세력의 손아귀에 잡혀 있기 때문이다.

마치 늪에 빠진 상태와 같아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그들은 더욱 비참함에 빠진다.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이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날 길은 전혀 없다.

죄는 비참의 궁극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율법을 통해서만이 죄를 알 수 있기에, 요리문답은 비참을 율법의 관점에서 다룬다. 율법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목숨을 다하여 사랑해야 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할 것을 요구한다.

문제는 인간이 그 율법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영적 무능력은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하와가 스스로 불순종했기 때문이다. 이 불순종이 바로 죄의 근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더욱 비참해 진다. 현재의 비참이 아주 오래 전에 일어났던 어떤 비극적 사건에 근거한다면, 오늘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죄는 그것을 행하는 자의 본성을 부패시키고 하나님의 진노를 촉발시킨다. 죄로 인해 인간은 본성상 부패했기 때문에 스스로 구원할 수 없고, 하나님의 진노도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우리의 본성이 거듭나고 하나님의 진노가 진정되어야 한다.

전자는 성령에 의한 중생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후자는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결국 우리가 비참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 밖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하나님의 형벌을 짊어짐으로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켜야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 우리에게 임하여 현재의 비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요리문답이 처음에 비참을 그토록 강조한 이유는 그 비참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참 하나님이시면서 참 인간이신 중보자의 구속사역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제1부가 끝나고 제2부에서 중보자이신 그리스도를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요리문답이 핵심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성경에서 계시된 복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신자들을, 특히 그들의 어린 자녀들을 복음의 핵심으로 인도하는 탁월한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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