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교수(총신대 신대원)


기독교 교육은 ‘위로’에서 시작

성도가 마땅히 누리고 추구해야 할 위로의 실체 제시

개혁교회의 3대 신앙고백문서 중 하나로 꼽히는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 450주년을 맞아 은 신학특집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주(본지 1923호) 첫 번째로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탄생과 그 의미’(이남규 교수)를 고찰한 글에 이어, 이번 호부터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내용 속으로 들어간다. 레포500 아시아본부가 진행한 ‘하이델베르크캐터키즘 450주년기념 아카데미’에서 강의한 문병호 교수(총신신대원)가 <하이델베르크요리 문답>의 첫 주제인 ‘위로’를 설명해 준다.   <편집자 주>


▲ 문병호 교수(총신대 신대원)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the Heidelberg Catechism)은 벨직신앙고백서(the Belgic Confession)와 돌트신경(the Canons of the Synod of Dort)과 더불어 개혁주의의 삼대 표준 문건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요소요소 칼빈의 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개혁주의의 유산이다.

이사야 선지자가 새로운 시대를 깨우는 메시지를 그렇게 전했듯이(사 40:1),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이 전하는 ‘기독교 교육’(Christlicher Underricht)은 ‘위로’(Trost, consolatio)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인생의 제일 목적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으로 서장을 여는 웨스트민스터 대소요리문답과 비교가 된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첫 번째 문답은 성경이 전하는 위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여기에 제시된 위로는 그리스도의 복음의 은총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두 번째 문답은 이러한 위로가 세 가지로 계시된 방식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전체 구조를 뜻한다.

문. 삶과 죽음에 있어서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

답: 몸과 영혼을 가진 나는 삶과 죽음 둘 다에 있어서 나의 것이 아니라 나의 신실하신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분은 자신의 보혈로 나의 모든 죄들을 위한 값을 완전히 지불하셨고, 나를 마귀의 모든 권세로부터 구원하셨으며, 또한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 없이는 머리털 하나도 내 머리로부터 떨어질 수 없도록 나를 보호하십니다. 그래서 만물도 또한 나를 섬기되 나의 구원을 위해 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은 내게 성령을 통해서도 영생을 확신시켜 주시고, 이제부터는 그분을 위해 자발적이고 준비된 삶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십니다.

참 위로는 내가 내 자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속한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고전 6:19-20). 이는 칼빈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논하면서 그토록 강조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오로지 주님만이 “나”의 위로의 실체가 되신다. 그리스도의 공로로 헤아려지는 위로는 단지 나의 죄의 값이 치러졌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고, 마귀의 권세를 나로부터 물리치시고, 내가 나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아버지의 보호하심을 받는 자리에 서게 되며, 모든 만물이 나와 나의 구원을 섬겨야 하는데 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한 첫 문답에 기초하여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줄곧 그리스도가 “자신의 영으로” 우리에게 영생을 확신시키고 자발적이고 준비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그리스도가 전체 구원의 의를 다 이루셨기 때문에 보혜사 성령을 그의 영으로 받은 사람은 거듭난 생명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거룩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율법이 약속의 법으로 여겨지고 그것에 순종이 감사의 영역에서 다루어진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의 형성 배경, 사상의 축, 그리고 그곳에 담긴 각각의 교리는 개혁주의적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다. 무엇보다 “위로”라는 개념은 그리스도가 역사상 구원의 의를 다 이루시고 이제 그 의를 성도 각자에게 전가해 주신다는 칼빈-개혁신학의 요체인 구속사적-구원론적 언약 개념이 여기에 잘 용해되어 있다.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은 성도가 마땅히 누려야 하고, 마땅히 추구해야 할 위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뚜렷이 제시해 준다. 여기에서 우리는 오직 감사의 위로가 거룩함에 이르는 길이 됨을 깨닫게 된다. 다만 성경과 일반계시, 구원서정, 예정론 등에 관한 흠결이 있음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대 배경과 형성과정상의 애로 등이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신앙교육상 이러한 부분은 분명히 보충되어야 할 것이다. 칼빈의 제네바 신앙교육서,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서 등이 이와 함께 읽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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