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마지막 기회’ 의지는 결연

상당한 물증 확보·변호사 자문 통해 법정 공방 대비 … 관련자 반발도 거세


은급재단 납골당 문제에 대한 제97회 총회의 결의는 확고했다. 9인 전권위원회에 기소자격을 부여해 헌법에 따라 소속 노회로 하여금 관련자 권징절차를 밟게 하고, 이를 불이행할 경우 소속 노회 전원 5년간 총대 중지를 결의했다.

또 잘못 집행된 금액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해 사법처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한 마디로 납골당 의혹을 사회법과 교회법에 의거해 함께 처리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한 것이다. 십여 년 넘게 교단의 근심거리였던 납골당 관련 의혹을 이번에야말로 낱낱이 파헤치라는 명령이었다.

납골당문제사법처리전권위원회(위원장:정중헌 목사)는 첫 회의 때부터 조사대상자들과 개별접촉이나 향응, 뇌물수수를 일절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는 등 의지를 다졌다. 벽제 납골당 현장을 전격적으로 방문하고, 공동사업자와 매수자 등을 수차례 소환하는 등 조사활동 또한 돋보였다.

결과물 또한 상당했다. 우선 전권위는 현장 방문을 통해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록되지 않은 820여 기의 별실과 특실의 존재를 확인했다.

▲ 납골당전권위는 철저한 법률검토를 거쳐 후속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2009년 납골당 매각위원들의 의견을 듣는 장면.
전권위는 별실과 특실 누락으로 은급재단이 15∼20억 원 가량을 손해 봤다고 추정하고 있다. 별실과 특실에 대해서는 2009년 납골당 매각위원들조차도 전혀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권위는 더 나아가 복수의 조사대상자로부터 “은급재단이 양해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존재 확인과 함께 의혹에 대한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증언을 확보한 셈이다.

2011년 12억 5000만원 감액 문제에 대해서도 관계자들로부터 납골당 매매계약 시 납골당 기수가 1만 8011기에 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골당 기수 확인은 부부단 문제와 관련된 부분으로, 추후 납골당 감액 문제에 대한 논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조사과정에서 납골당 부지 244평 누락 문제도 드러났다. 공동사업자 최 모 씨가 은급재단과의 계약서에 명시된 일부 부지를 명의이전하지 않고 자신의 소유로 이전한 문제로, 이와 관련해 전권위는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입장이다.

2009년 납골당 매각과 관련해서는 외적으로는 진전된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전권위는 2009년 공동사업자 최 모 씨로부터 납골당 지분 25%를 매입할 때는 납골당 평가액를 140억원으로 산정했다가, 2개월 만에 90억원에 매각한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매각이었고, 이로 인해 은급재단이 수 십 억원을 손해봤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관계자들은 납골당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어 금액이 낮아졌고, 주위에 경쟁업체들도 많아진 상황에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권위는 납골당 매각에 관해서 일부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판단이 나온 데는 항간에 떠돌던 관련 의혹들을 뒷받침할 만한 상당한 수준의 증언과 물증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증언들 가운데는 특정인사에게 고정적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총회를 앞두고 정치자금을 요구받았다는 진술도 있었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전권위는 모든 절차를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교회법에 의한 관련자 징계 또한 변호사 자문을 거친다는 생각이다.

민·형사상 소송 주체에 대해서는 총회장이 아니더라도 위원장 명의로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전권위 한 관계자는 “교회법에 의한 기소자격은 물론 사법처리 권한까지 부여받았다”며 해결 의지를 다졌다.

반면 전권위 활동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전권위는 전 매각위원장 김 모 목사에 대한 사법처리와 소속 노회를 통한 징계 결정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 김 목사가 반박을 하고 나선 것이다.

김 목사는 최근 모 신문 광고를 통해 90억 원 매각건을 수차례 이사회에 보고했으며, 이사회 전체가 결정한 일로 자신 개인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전권위의 징계결정을 불법이고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반박에 대해 전권위는 사법 조사에서 문제점들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며,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사결과가 조금씩 구체화되면서 김 목사 이외에도 관련자들의 반발은 만만찮을 전망이다. 교회법에 의한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상당수가 은급재단에서 활동하고 있고, 교단 지도자급 인사들도 적지 않아 전권위로서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권위가 납골당 의혹을 파헤치는 마지막 조사활동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리 의혹들은 전권위가 조사한 자료들을 토대로 사법에 맡기고, 교회법에 의한 징계는 제98회 총회 현장에서 총대들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다.

총회가 엄연히 위임해 준 권한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이 왈가왈부해서는 안 되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총회 현장에서 바로 잡자는 주장이다.

전권위는 납골당 사업으로 인한 은급재단 손실액을 70억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노후생계를 위해 한푼 두푼 모은 기금이 수 십 억원 손실됐는데도 그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제97회 총회 결의는 이런 교단 현실에 대한 통분이었다. 남은 조사 활동 기간 동안 납골당문제사법처리전권위원회가 총회 결의를 얼마만큼 명확히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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