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밀알연합 25일 장애인신학 세미나

 
성경서 장애는 차별 아닌 은혜의 대상…사회복지신학 재정립해야


▲ 세계밀알연합이 주최한 장애인신학세미나에서 발제자들이 성경과 개혁신학에 입각해 장애신학의 가능성과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한국 사회에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사회복지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장애인복지이다. 한국 교회는 선교초기부터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장애 관련 사역을 펼쳐왔다. 그러나 여전히 교회 안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수혜 대상자’로 한정시키고 있다. 사회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이 여전하다. 한국 사회 장애인 선교와 복지에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 온 세계밀알연합이 장애인신학세미나를 열고, 장애(장애인)에 대한 신학 정립 작업을 시도했다.

사단법인 세계밀알연합(총재:이재서 박사)은 5월 25일 서울 사당동 총신대학교 종합관에서 제9회 장애인신학세미나를 개최했다. 1부 예배에 이어 진행된 세미나는 김종인 교수(나사렛대)의 사회로 9명의 발제자가 장애의 문제를 성경적 신학적으로 조명했다.

발표는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김이석 교수(서울대)가 ‘전적타자의 하나님과 열망의 존재론’이란 제목으로 첫 번째 발표를 했고, 이어 이동영 교수(웨신대)의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장애신학의 구성 가능성 모색’과 정승원 교수(총신대)의 ‘하나님 나라 주역으로서의 장애인’ 발표가 진행됐다.

2부는 이계윤 박사(전국장애인아동보육제공기관협의회)와 이범성(실천신대) 장승익(숭실대) 교수가 등단해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나타난 장애인 인권의 이해’와, ‘장애인 복지에 대한 일반사회복지와 기독교사회복지의 인식차이’, 그리고 ‘장애인신학을 위한 성경적 근거로서의 환대’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3부는 김옥기 교수(나사렛대)의 ‘요한복음9장의 제자도 신하과 재활선교 공동체’ 발표, 이재서 교수(총신대)의 ‘예수님의 장애치유의 함의와 선교적 효과 연구’ 발제, 마지막으로 김희석 교수(총신대)의 ‘이사야서에 나타난 장애 관련 표현의 신학적 함의’를 발표했다.


장애신학은 신앙공동체의 신학

조직신학 입장에서 장애신학 정립을 연구한 이동영 교수는 “장애(인)신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고 장애인을 게토화하는 신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은 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고 모든 인간은 장애를 가진 존재라며, “그러므로 장애신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장애문제를 신학적 주제로 연구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연대하는 신학 및 신앙공동체의 형성을 지향하는 신학”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이 교수는 장애신학은 전통적인 신학이 간과해 온 장애인의 문제를 다루고, 장애인의 문제에 신학적으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장애신학은 기존 정통적인 신학이 장애인의 문제에 소홀했던 점을 지적하며 ‘장애’를 중심으로 새로운 신학체계를 구성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정통 신학 안에서, 정통 신학이 부족했던 점을 새롭게 인식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애신학’을 정립하기 위한 기초를 설명한 후 이동영 교수는 삼위일체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 측면에서 장애신학의 구성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조직신학 측면에서 장애신학은 충분히 확립되어야 한다며 “조직신학 카테고리 내에서 장애신학을 체계적으로 구성한 ‘장애조직신학’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성경은 장애인 인권을 존중한다

교회가 장애인을 ‘도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로 성경 말씀에 나타난 ‘장애인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과 장애를 죄의 결과로 이해하는 말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계윤 박사를 비롯해 김옥기 이재서 김희석 교수는 “성경은 장애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 모순으로 지적하고 있다. 예수님은 장애의 문제를 인간의 권리 차원에서 이해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이계윤 박사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나타난 장애인 관련 말씀을 분석했다. 이 박사는 특히 예수님께서 나병환자 중풍병자 귀신들린 자 등을 치유하시는 모습을 보면 △장애인의 욕구와 자기결정을 존중 △장애인을 직접 찾아가는 사랑의 실천 △장애인의 인격을 존중 △장애인을 볼 때 장애보다 인간으로 대하시는 모습 △하나님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인정 △장애인과 자신을 동일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약에 나타나는 장애인에 대해 고찰한 김희석 교수는 “이사야서에서 장애는 육체적 장애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기 보다는 영적무지와 불신앙의 상태를 나타내기 위한 비유로 사용됐다”며, “장애 그 자체보다 고침을 받고 회복되는 것,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가 필요한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성경에 나타나는 장애인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그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성경에서 육체적 장애는 차별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은총의 대상이다. 그리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은 동일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함을 분명히 말씀하신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신학 다시 정립해야

교회의 장애인복지 사역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이범성 교수는 교회가 장애인복지를 포함해 사회복지를 처음 시작했지만, 기독교사회복지이론 정립에 실패해 일반사회복지이론에 근거해서 사역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 교회가 ‘사회복지를 위한 신학’ 곧 ‘다이코니아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다이코니아학 정립이 일반 사회복지와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교회의 디아코니아학 정립은 일반사회복지와 상호보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곧 교회는 세상의 상식과 다른 기준으로 복지사역에 이바지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담은 복지사역”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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