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개혁교회대회가 총신대학교에서 5월 2일 시작돼 어제 마쳤다. 미국, 화란, 스코틀랜드, 남아공 및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세계 보수개혁주의 진영을 이끌고 있는 40명의 지도자들이 초청돼 국제적인 명색을 갖추었고, 국내 학자들과 목회자들 100여 명이 강의 또는 회의를 맡아 세계대회로서 무난히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홍보와 진행면에서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본 교단에서는 그간 신학적 차원의 국제적 행사를 거의 치르지 않아 처음부터 “과연 가능할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개혁주의 진영에는 이미 글로벌한 단위의 기구들에 개별적 또는 교단적 참여로 이루어진 조직들이 여럿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간 세계적인 기구나 조직들과 거리를 두어 온 본 총회가 갑자기 세계적 규모의 대회를 열겠다고 나섰을 때 주변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그러나 그에 실망하지 않고 차분하게 준비하고 끈질기게 설득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우리 교단은 태생적으로 보수를 지향하면서 세계 교회들과는 그다지 원만한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 WCC 용인 여부 때문이다. 1959년 우리는 그 일로 거의 모두를 잃었다. 이후 30여 년에 걸쳐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했다. 미국식 복음주의 내지 신복음주의가 새로운 목회적 대안인 양 판쳤기 때문이다. 급기야 일부 신학자와 목회자 중에는 이제 WCC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취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우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개혁주의적 지표를 재확인하면서 정체성을 지켜 왔다. 우리에게는 향후 한국 장로교회를 허브 삼아서 21세기 또 다른 아시아 국가의 개혁주의적 성취를, 세계 개혁주의 교회들이 다 같이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야 할 책임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중국에는 급격히 교회가 성장하고 있으나 지도자들의 신학적 빈곤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때에 개혁주의 교회들이 신학적 도움을 주면 중국은 한국처럼 개혁주의적인 교회가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날 세계 개혁주의 진영은 또 하나의 든든한 실력자를 얻게 될 것이다.

이번 행사의 성과 중 하나는 ‘서울 선언문’ 채택일 것이다. 선언문은 우리의 개혁주의 신학의 본질을 새롭게 정립하고 앞으로 더욱 단단하게 지키고 보수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임과 세계교회 앞에 약속이다. 그 약속을 항상 숙고하고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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