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WCC 준비위’ 분열 아이콘되나
보수교단 불참 잇따르고 에큐메니컬 진영 불신도 커져 … ‘장소 이전’ 해프닝까지

1.13 WCC부산총회지지 공동성명을 기화로 표면에 부상한 WCC 제10차 부산총회 준비위원회(대표상임위원장:김삼환 목사, 이하 준비위원회)의 내분 상황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WCC 부산총회 개최일이 6개월이 채 남지 않았으나 WCC 한국준비위의 내분은 좀처럼 정리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4월 25일 열린 한국준비위 확대상임위원회 모습.
지난 4월 25일 경동교회에서 열린 WCC 총회 확대상임위원회 결단예배가 참석률 저조와 일부 위촉 위원들이 불참 성명서 발표로 망신을 산데다가, 준비위원회의 파트너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도 별개의 대회를 불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에큐메니컬 단체 일부는 이미 별도의 WCC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해 준비위원회는 연이어 체면을 구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거센 내부 반발은 교회협 인사들과 에큐메니컬 관계자들이 참여를 위해 마련한 실행위원회를 준비위원회가 삭제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어 1.13 공동선언이 교회협과 WCC의 전통적 입장에 맞지 않을 뿐더러, 준비위원회가 보수교단을 끌어안기 위해 교회협과 에큐메니컬 단체들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의도였다는 불신이 더해졌다. 급기야 4월 23일 준비위원회 상임위원회가 몰래 부산총회 장소를 옮기기 위한 7인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회협과 에큐메니컬 단체들의 불신은 극도에 달했다.

이같은 내홍의 결과는 준비위원회 조직의 불안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준비위원회측이 보수교단들을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예장백석교단 외에는 모두 준비위원회와 결별을 선언한 상황이다. WCC 확대상임위원회에 앞서 부산총회준비위원장이며 상임위원이었던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먼저 준비위원회측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목사는 사임이유에 대해 “본인이 속한 교단이 WCC에 가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준비위원회가 상임위원으로 선정해 언론에 명단을 발표한 예성 교단 신화석 증경총회장 등이 불참을 선언하고 반박 성명서를 발표했다. 4월 25일 발표된 성명에서 예성교단은 “WCC 총회가 개최된다면 한국교회 성장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만일 부산총회를 강행한다면 우리 교단은 적극적 행동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항의 사절단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협력 단체로 이름이 올려진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박위근 목사)도 같은 날 성명을 냈다. 한국교회연합은 “준비위의 한국교회연합기관장 명단에서 한국교회연합은 삭제하라”면서 “대표회장 박위근 목사와 직전 대표회장 김요셉 목사의 이름이 게재된 것은 한국교회연합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특히 직전 대표회장 김요셉 목사에게는 사전의 동의 절차 없이 광고에 이름을 게재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준비위원회에 대한 불만은 4월 25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교회협 실행위원회로도 고스란히 옮아왔다. 특히 이날 실행위원들은 준비위원회의 4월 21일 회의를 문제 삼았다. 실행위원들은 준비위원회가 7인위원회를 만들어 부산총회 장소를 서울을 포함한 타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논의했다고 성토했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총회 장소 이전의 이유에 대해 부산에서 총회 반대 움직임이 거세고 외국 대표들이 새벽기도회에 참가할 수 있는 대형교회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장소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을 접한 교회협 관계자들은 서울로 장소를 옮기려고 한 가장 큰 이유는 교회협과 에큐메니컬 진영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또 이런 결정을 한 이면에는 준비위원회의 독자적 행정에 반발해, 교회협 소속 국내 4개 교단이 총회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고 자칫 교회협 유지재단을 통해 받아야 할 20억 원의 국고보조금도 얻어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서울, 특히 명성교회로 부산총회 장소를 이전하면 대회 참석자들의 서울 부산 간 왕복 경비, 대행사인 리컨벤션에 들어가는 비용 등 4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장소를 서울로 변경한 뒤에는 준비위원회 명의로 사업자 등록증을 교부받아 국고보조금을 타내고, 회원교단의 분담금 없이도 총회를 치러내지 않겠느냐는 것이 교회협과 에큐메니컬 단체들의 주장이다.

물론 교회협이나 에큐메니컬 단체들이 부산총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준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준비방식이 교회협이나 에큐메니컬 단체들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보수교단을 포함한 교단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협은 최근 실행위원회에서 WCC총회 지원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말이 지원위원회이지 내용적으로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별개의 총회를 진행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가운데 보수교단 일부와 시민단체들의 WCC 부산총회 철회 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현재 100만 명 이상의 WCC 총회 철회 서명을 받아놓은 상태이며 지난 4월 20일에는 서울역에서 반대집회를 하기도 했다. 또 정부의 국고보조금 지급 중단 소송을 진행하면서 준비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

준비위원회 상임위원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반대운동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강력히 하고 홍보대사를 위촉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교회연합을 기치로 유치한 WCC부산총회가 한국교회를 보수와 진보, 뿐만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대형교단과 에큐메니컬 단체 간의 분열을 낳는 기형적인 대회로 전락시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