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총회본부, 견제하고 기획하라

 
‘정치 총무’로는 건강한 견제 힘들다

행정능력 갖춘 인물 선출해야 정치권 월권·불법에 제 목소리
지원부서 통일하고 기획중심 조직으로 전환, 전문성 살려야


총회정치 개혁을 위한 연속기획 ‘정치를 바꿔야 총회가 변한다’ 마지막 아홉 번째 주제는 “총회본부, 견제하고 기획하라”이다. 제97회 총회 파행 이후 시작한 연속기획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4회에 걸쳐 총회의 정치개혁 과제를 제시했고, 이어 3회는 정치와 뗄 수 없는 총회재정 사용의 문제점과 비효율적인 사업을 다루었다. ‘정치를 바꿔야 총회가 변한다’ 연속기획 마지막으로 총회본부가 정치를 견제하고 정책을 기획하는 조직으로서 변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지난 몇 년 동안 총회에서 총회본부 직원의 업무와 관련된 안건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총회 상비부 회의에 직원들을 동석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총대들은 총회본부 직원들이 특별위원회와 상비부 등에 참석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총회본부 직원들을 배제하도록 결정했다. 총대들의 입장에서 총회본부 직원들이 월권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지금도 막강한 총회정치권의 힘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위험성이 있다.


견제가 없는 총회정치권

지금 총회의 의사결정 및 사업시행 구조는 전적으로 총대(총회정치권) 중심이다. 삼권분립 원칙을 갖고 있는 국가 조직체계를 빌어 표현하자면, 입법부(국회)와 행정부(정부)가 분리되지 못한 구조다. 총회 임원회 실행위원회 특별위원회 상비부 등이 의사결정을 하는 동시에 사업시행까지 하고 있다. 삼권분립원칙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감안하면, 현재 총회 정치 조직은 권력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회정치가 건강하다면 이런 불균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총회정치에 대한 불신과 부정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막강한 총회정치권의 힘은 법을 초월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현재 총회 상황이 바로 그렇다. <총회 정치에 대한 인식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의 90% 이상이 ‘총회 정치가 썩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총회에는 정치권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 유일하게 국가 조직에서 행정부(정부)에 해당하는 총회본부가 총회정치권의 의사결정과 사업시행을 보조하면서 조율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회의에 직원의 참석을 금지시키는 것과 같이 총회본부의 역할을 더욱 축소시킨다면, 총회정치권의 권력만 더욱 키울 뿐이다.

이미 총회본부는 이 견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총회본부에서 근무한 직원은 “총회 임원회나 실행위원회 상비부 등에서 안건을 결의할 때, 총회 직원들은 헌법과 규칙을 따져보고 그대로 집행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지금 총회는 법에 맞지 않은 정치적 결정이 내려올 때,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한탄했다.


총무는 비정치적 인물이어야

총회본부가 정치권의 견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총회총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총무선거에서 보듯, 과거와 비교해 총무의 역할과 위상이 상당히 커졌다. 총대들은 임기가 1~2년에 불과한 총회임원보다 총무가 더 큰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총회본부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총무의 역할을 중요하게 인식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총회본부가 ‘총회정치권의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면, 총무의 선출 역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총회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을 총무로 선택한다면, 총회본부의 견제역할이 흔들릴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총무를 선출할 때 정치력이 아니라, 법과 원칙을 중시하고 행정력을 갖춘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 지금처럼 총무 자격을 목사장립 연한과 총대경력 등으로 규정하면, 총회정치권에서 독립된 인물을 선출하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총무가 총회본부 행정의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무 선출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총회본부를 기획조직으로

총회정치권 견제의 기능과 함께 총회본부가 갖춰야 할 기능이 교단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 ‘기획의 기능’이다. 이미 본지는 10년 전인 2002년 ‘교단활성화 연속기획’을 통해 예장통합 총회본부와 비교를 하며, 합동 총회본부도 기획의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10년 동안 총회본부를 기획 중심 조직으로 전환한 예장통합은 지금 그 결실을 누리고 있지만, 총회본부는 여전히 정책을 개발하고 기획하는 사역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총회본부 관계자는 현재 총회 상황에서 “총회본부를 정책개발과 기획 중심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총회본부를 기획조직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임원회 특별위원회 상비부 등의 사업을 돕는 행정지원 부서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다. 지금 총회본부의 기획조정실과 행정사무국이 이 업무를 전담하는 것이다. 둘째는 총회본부 내에 교육진흥국 국내전도국 출판사업국 등은 정책개발을 위한 부서로 만들고, 소속 직원을 각 부서 전문가로 양성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총회본부를 변화시키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총회본부 직원은 총무를 포함해 정규직원만 60명이 넘는다. 예장통합은 70여 명이다. 그러나 예장통합은 해외선교를 담당하는 부서가 총회본부 내에 있다. 본 교단은 해외선교부서인 GMS를 독립시켰고, 현재 25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다. 단순비교 한다면, 예장통합보다 본 교단 총회본부 직원 수가 더 많은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인력을 어떻게 채용하고 활용하는가이다. 예장통합은 총회본부 직원 가운데, 정책개발과 기획만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 5명이 있다. 이 전문가 5명이 큰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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