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강인춘
 
순간, 긴 대못 하나가 발을 뚫고 지나가며 나무에 박혔다
이제, 어린 양의 피로 그는 영광 이상의 영광이 되었다


“자네가 대장장이인가?”
“네, 그렇습니다.”
“내일 도적놈 둘과 폭도 한 놈을 십자가에 달아야 하네. 정오가 되기 전에 못이 필요할 걸세. 시간 맞춰 만들어 줄 수 있나”
“도적이 또 있는 것입니까?”
“아니, 갈릴리 사람이야. 지난 주에 사람들이 온통 환호하며 맞아들였던 그 사람. 그 사람에 대해 아는가?”
“갈릴리 사람이라고? 사실 나도 그 사람 소문을 들었지! 그가 정말 하나님이라면 나는 지금 무슨 끔찍한 일을 하려는 거지? 이 세상을 창조하신 분을 십자가에 매달 못을 만들어야 한다고? 아… 그가 정말 하나님이라면, 그들이 하려는 것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일이야.”


“아버지,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채찍이 아닙니다. 못도 아니고 무리들의 비웃음도 아닙니다. 저의 원수인 사망조차도 두렵지 않습니다.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잔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은 울기 시작했고, 그의 눈물에 아버지의 눈물이 더해졌다. 그의 간구는 아버지의 뜻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저들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우리처럼……. 오, 아버지. 그것을 위해 이 잔조차 허락하소서!”


불안정한 손길이 베드로를 흔들어 깨웠다. 뒤이어 떨리는 목소리도 들렸다.
“일어나라, 야고보와 요한.”
세 남자는 번쩍 잠이 깨서는 천천히, 그러나 당혹스런 표정으로 일어섰다.
도마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저기 봐! 유다야. 그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유다야!”
자기를 부른 사람이 예수님이라는 게 확실해지자 유다는 앞으로 나서며 주님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예수다. 너희가 찾고 있는 그 나사렛 사람이다.”
베드로는 칼을 빼들고 무리를 향해 내달렸다.
“지금 이 칼을 들고 싸워야 할 순간이지요, 주님?”
예수께서 베드로의 질문에 막 대답할 순간 베드로의 칼이 말고라는 종의 귀를 내리쳤다. 무리 가운데 몇몇 사람이 베드로를 움켜 잡았다.


심문은 한 시간 넘게 계속되었다. 가야바는 필사적이다 못해 거의 미친 사람 같았다.
“지금처럼 해서는 빌라도에게 이 자를 죽여야 한다고 말할 수 없어. 사형 집행자인 빌라도를 설득시킬 수 없다고. 저 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이 자를 쳐라. 채찍질이 끝나면 이 자의 몰골이 실제로 괴물처럼 보이는 지 확인하라. 그런 다음 빌라도에게 데려가라. 나는 이 갈릴리인을 유월절 전에 죽일 작정이다. 이제 명령대로 시행하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병사들이 휘두르는 채찍 소리가 심판정 안에 찰싹찰싹 울렸다.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된 길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던 목수 예수님은 연거푸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럴 때마다 병사들은 그 분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넘어졌을 때 그 분은 바닥에 고꾸라진 채 격렬히 몸을 떨기 시작했다.
“죄수가 쓰러졌다. 그 자 혼자서는 들보를 지고 갈 수 없다.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십자가를 대신 옮길 사람을 찾아봐라.”
지난 주만 해도 그는 영웅이었다. 온 도성 사람들이 다 그를 맞으러 여기 이 베다니 길로 나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노래도 하고 온갖 법석을 떨었다.
“무슨 짓을 했는데요?”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했다나 뭐라나.”


병사 네 명이 양쪽에서 두 명씩 예수님이 못 박힌 십자가 들보를 잡았다. 망치 소리와 함께 십자가 들보는 순식간에 나무에 걸렸다. 목수 예수님의 두 발이 잠깐 허공에서 덜렁거렸고, 못박힌 손목에 온 몸의 체중이 실렸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 병사 하나가 그분의 양 발을 잡아 포갠 뒤 위로 들어 올렸다. 그 다음 순간 긴 대못 하나가 그분의 발을 뚫고 지나가며 나무에 박혔다.
“아직 안 끝났다. 빌라도가 휘갈겨 쓴 이 나무 명패를 받아서 들보 위 나무에 못으로 고정시켜라.”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


성전 출입문의 경첩이 뜯겨지기 시작하고 곧이어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며 문짝이 무너져 내렸다. 지성소 앞에 걸려 있던 거대한 휘장도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 때 땅이 또다시 흔들렸다. 결국 휘장은 황금빛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를 보라. 영광이 영광을 향해 다가가듯 그를 보라. 그의 손과 발을 보라. 바로 얼마 전 그는 십자가에서 죽었다. 범죄자로. 그런데 이제, 어린 양의 피로 그는 영광 이상의 영광이 되었다.
영원한 영의 모든 권세가 한 자리에 모였다. 바로 무덤이었다. 생명 없는 예수님 몸의 가장 내밀한 부분에서, 창조가 시작될 때 폭발했던 빛보다 훨씬 더 큰 빛이 터져 나왔다. 광희가 모두 지배했다. 축하는 곧 황홀경이 되었다. 그 시간 만큼은 혼돈에 가까울 만큼 큰 기쁨과 격한 열광으로 채워졌다.


“두려워하고 있느냐? 마음에 의심을 하고 있느냐? 베드로, 이 손을 보느냐? 야고보, 내 발을 보아라.”
“못에 찢긴 자국이 보이지 않느냐?”
“자세히 보아라. 거기, 옆구리 흉터다.”
“평안할지어다.”


나는 늘 내 아버지와 함께 있다.
아버지가 내 안에 있다.
나는 아버지 안에 있다.

 

부활절을 맞아 진 에드워즈가 지은 <영원한 승리>(터치북스 펴냄)를 원문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천사들이 목격한 십자가와 부활 이야기를 소설 형식을 빌어 쓴 이 책은 예수님의 고뇌와 부활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역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편집자 주>

정리·구성=강석근 기자 harikei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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