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총회본부, 역할 무엇인가


행정 지원에 막힌 장기 정책 개발

회의·행사 진행 등 ‘수동적 업무’ 시달려 … 전문가 인정 않는 구조 문제
분야별 전문 업무 전념하는 통합측과 대비 … ‘조직 재구성’ 논의 시급

총회정치 개혁을 위한 연속기획 ‘정치를 바꿔야 총회가 변한다’ 여덟 번째 주제는 “총회본부, 역할 무엇인가”이다. 그동안 연속기획은 총회의 정치개혁 과제를 제시했고, 이어 정치와 뗄 수 없는 재정과 사업의 문제를 다루었다. 총회연속기획 8~9편은 총회 행정과 사업을 담당하는 총회본부의 개선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총회본부 개선을 위한 첫 과제로 총회본부의 조직을 살펴보고, 타 교단의 본부조직과 비교해 개선방향을 알아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본부는 총회장을 중심으로 한 총회임원회와 총회실행위원회가 정책결정 기구로 존재한다. 각 상비부와 특별위원회는 총회의 정책을 집행하는 기구로, 기독신문사 총신대학교 총회세계선교회는 각기 독립된 기관으로 전문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총회본부는 총회 정책과 집행을 지원하고, 재산을 관리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총회본부는 기획조정실 사무행정국 교육진흥국 국내전도국 출판사업국 법인복지국을 두고 있다. 총회본부 조직이 전문화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문성과 거리가 멀게 운영되고 있다.

정책 개발 못하는 총회본부

현재 총회본부 직원들은 상비부와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회의록을 정리하고 보고하는 업무에 상당한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사무행정국 교육진흥국 국내전도국 출판사업국 등 거의 모든 부서는 각기 담당한 상비부 또는 특별위원회가 있고, 그 회의 결과를 정리하고 보고하고, 상비부 임원들이 결정한 사업을 실무적으로 진행하는 역할을 한다. 즉 총회본부는 ‘수동적 보조자’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예장통합 총회본부는 행정지원 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예장통합 총회본부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행정지원본부 국내선교부 세계선교부 교육자원부 사회봉사부 총회훈련원 군농어촌선교부로 구성돼 있다. 통합 총회본부도 상비부 등 각 기구들의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행정지원본부를 두고 있다. 행정지원본부는 산하 사무국에서 행정과 기획 및 정책을 담당하고, 재무회계실에서 총회 재정에 대한 업무를 담당한다.

통합 총회본부와 합동 총회본부의 차이점은 행정지원본부가 상비부 등 지원과 보조 업무를 전담하고, 다른 부서들은 전문 영역에서 정책을 연구하고 자료를 개발하는 창조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총회본부의 모든 조직이 지원업무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국내선교부는 합동 총회본부의 국내전도국과 이름까지 똑같지만 사역은 다르다. 합동 국내전도국은 전도부 농어촌부 구제부 등 각 상비부의 회의에 참석하고, 각 부서가 진행하는 해외수련회 전도훈련대회 등 사업을 준비하는 업무가 주를 이룬다.

통합의 국내선교부는 상비부의 사업과 별개로 국내 전도와 교회개척, 목회지원을 위한 사역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사회봉사부는 사회문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사회봉사 및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책을 개발하고, 그 정책을 교회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방법을 개발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합동 총회본부에서 그나마 정책 개발의 역할을 하는 부서는 총회 교육교재 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교육진흥국뿐이다. 국내전도국에서 열정을 갖고 전도정책 관련 자료집을 내놓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정책개발은 요원한 상황이다.

총회본부에 전문가가 있는가

총회본부의 역할이 정책개발이냐, 지원업무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총회본부가 조직적으로 정책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그 업무에 맞는 전문가를 본부 직원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다. 단순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총회본부는 굳이 전도전문가, 사회복지전문가 등을 채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채용할 필요성이 없으면, 직원 채용은 정치의 힘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총회본부 직원 중 상당수가 정치인 자녀들이고, 교회가 그 자녀까지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현재 총회본부에서 전문가 그룹은 IT 관련 업무 등 소수를 제외하면, 교육진흥국에서 교육교재 집필개발자들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들도 ‘총회본부의 직원’이라고 여겨, 다른 부서로 배치하는 사례가 몇 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다. 교육전문가를 채용해 놓고 일반행정 업무를 보게 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총회본부가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단적인 예이다.

총회본부가 수동적인 차원에서 지원업무만 수행할 경우, 총회의 발전은 기약할 수 없다. 총회임원회를 비롯해 상비부 어느 곳도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정책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목회자들에게 총회정책 개발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총회본부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수동적으로 지원 업무를 하는 조직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정책을 개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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