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일 목사(이스라엘 밥 아카데미 대표)


‘반드시’ 내야했던 ‘성전세’

부림절부터 각 동네에 상자 마련해 징수


▲ 장재일 목사
1. 반 세겔이란?

‘반 세겔’이란 히브리어로 ‘쉐켈 하 코데쉬’ 즉 ‘거룩한 세겔’이라고 불리며 출애굽기 30장 13~16절에 근거하여 여자와 미성년자들을 제외한 이스라엘의 20세 이상 모든 성인 남자들에게 부과되던 ‘성전세’였는데 그 대상에는 노예나 자유를 얻은 종들까지도 포함된다. 반 세겔은 성경의 도량형으로 20게라(1게라= 0.568g)였는데, 오늘날의 도량형으로 따진다면 은 11.36g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당시 1 데나리온(Denarius)이 은 3.9g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약 4 데나리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써 백성들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구제(쯔다카)로 먹고 사는 거지라 하더라도 20세 이상 된 남자라면 자신의 옷을 팔아서라도 반드시 내야만 했고, 내더라도 나눠서 내면 안 되고 한 번에 내야만 했다.
반 세겔의 용도는 일반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공동 제사를 위한 제물을 구입하는 데 사용 되거나, 가난해서 제물을 가지고 성전에 오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물을 사거나, 기타 성전에 필요한 목재, 기름, 포도주, 제사장 의복을 위한 옷감을 구입하고 성전 기구들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사용되었다.
“무릇 계수 중에 드는 자마다 성소의 세겔로 반 세겔을 낼지니 한 세겔은 이십 게라라 그 반 세겔을 여호와께 드릴 지며 계수 중에 드는 모든 자 곧 스무 살 이상 된 자가 여호와께 드리되 너희의 생명을 대속하기 위하여 여호와께 드릴 때에 부자라고 반 세겔에서 더 내지 말고 가난한 자라고 덜 내지 말지며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서 속전을 취하여 회막 봉사에 쓰라 이것이 여호와 앞에서 이스라엘 자손의 기념이 되어서 너희의 생명을 대속하리라”


2. 반 세겔을 징수하는 방법

반 세겔 징수 기관인 예루살렘 성전은 히브리력으로 맨 마지막 달인 아다르월 첫째 날부터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하여 ‘반 세겔’을 공지한다. 그 이유는, 아다르월이 지나고 나면 바로 니산월이 되고, 니산월 14일째 날은 유월절로써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이 예루살렘에 올라가기 때문에 성전세를 징수하는 입장에서는 미리 반세겔을 준비하라고 공지하는 것이 공무(公務)를 위하여 유리했고 또 한꺼번에 반세겔을 걷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었다.
반세겔을 징수하는 좀 더 자세한 방법은 이러하다. 아다르월 15번째 날, 즉 부림절부터 각 동네에 반 세겔을 거둘 수 있는 상자(Pushket)를 마련했다. 그리고 부림절 열흘 후, 즉 아다르월 24번째 날에는 이 반 세겔을 위한 상자를 성전 마당에도 마련했다. 왜냐하면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올라오는 순례자들은 빠르면 니산월 첫째 날부터 올라오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성전 마당이란 성전 본 건물의 마당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흔히 이방인의 뜰이라고 불렸던 곳으로써 솔로몬의 행각이라고 불리는 곳에 돈을 바꾸는 자들의 상을 마련했고 또 비둘기파는 자들의 장소를 마련했다. 복음서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환전상들이 필요했던 이유는 예수시대의 예루살렘 성전이 반 세겔을 징수할 때는 유대동전으로 받기 보다는 환전의 차익을 노리고 두로세겔(Tyrian shekel)로 징수하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때 환전상들은 환전의 대가로 반 세겔의 1/24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았는데 그것을 ‘콜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은 반 세겔을 반드시 거둬들이기 위해서 강제 집행관을 임명했다. 이렇게 임명된 집행관의 권력은 아주 막강해서 반 세겔을 내지 않는 사람들을 잡아서 매로 때릴 수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그 사람의 재산을 몰수할 수도 있었다.

 
3. 예수와 반 세겔

마태복음 17장 24절에서는 가버나움에서 ‘반 세겔’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러므로 이 시기는 부림절 바로 이후며 유월절을 앞두고 있는 시기인 것을 짐작할 수 있으며 제자들에게 다가와 반 세겔 낼 것에 대해 종용하는 자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임명된 집행관들일 가능성이 높다.
“가버나움에 이르니 반 세겔 받는 자들이 베드로에게 나아와 이르되 너의 선생은 반 세겔을 내지 아니하느냐.”
또한 마태복음 21장 12절에서는 예수께서 유월절기간에 성전에 들어가셔서 돈 바꾸는 자들의 상을 엎으시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반 세겔을 거두는 시기가 유월절의 시기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로세겔을 성전세로 환전해주고 콜본이라는 환전의 댓가를 받는 환전상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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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일 목사는 총신 신대원을 졸업(90회)하고 이스라엘 예루살렘 대학(성경역사지리학) 석사와 이스라엘 University of Holy Land 박사과정을 밟았다. 현 한국이스라엘 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이스라엘 밥 아카데미 대표다. 저서에는 <밥하면서 보는 복음서의 유대적 배경> (쿰란) <밥하면서 보는 성경의 절기 上> (쿰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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