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필요한 곳, 고소한 빵 들고 갑니다”

국내 이방인선교 도구로 출발 … 직접 만든 빵 사회 곳곳에 전달
담백한 맛 인기 … 사회적 기업 세워 자립기회 제공하는 꿈 키워

매주 토요일이면 인천시 서구 석남동의 한 주택 마당에서 고소한 빵냄새가 흘러나온다. 빵냄새에 후각이 익숙해질 무렵이면 빵들은 어느새 비닐포장으로 곱게 단장한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빵만드는사람들선교회(이사장:고광신 목사) 사람들이 만든 단팥빵, 식빵, 크림빵, 곰보빵 등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한부모가정,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전달될 채비를 마쳤다.

▲ 빵만드는사람들선교회 사람들이 구워진 빵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 부터 김재연 모선하 학생, 고광돈 총무, 고광신 목사, 정행락 사모, 지수 양.
빵만드는사람들선교회의 작업장은 6평 남짓한 가건물 내에 자리잡고 있다. 좁은 공간에 믹서기, 발효기, 오븐, 건조대가 차지하고 있어 앉아서 쉴 곳도 여의치 않고 빵을 만들다가 어깨를 부딪치기 일쑤다. 그러나 2007년 4월 이 작업장을 짓고 활동을 시작한 이래 빵굽는 손놀림이 멈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나님이 주신 기회

선교회가 태동된 것은 우연이었다. 아니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만남 때문이었다. 선교회 이사장 고광신 목사는 고려인들을 위한 서울고려인교회를 중구 쌍림동에 2005년에 개척해 지금까지 사역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고목사는 고려인들을 위한 목회가 필요하다는 도전을 받고 과감하게 국내 이방인 선교를 시작했다. 그러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이동이 잦은 고려인들을 제자 삼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교회에 더욱 다가서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 고가도로 아래에 있었던 이 교회를 지나 봉사활동을 다녔던 ‘원조’ 빵만드는사람들선교회(대표:김정순 집사)의 제빵사들이 고목사를 찾아왔다. “교회 이름이 특이해서 방문했습니다. 혹시 필요하면 고려인 성도들을 위해 빵을 드릴 수 있을까요?”

고 목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고목사는 단지 빵을 받는데서 만족하지 않았다. 선교의 도구로 직접 빵을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그는 학원에 다니면서 제빵 기술을 익혔고 1년여의 준비 끝에 선교회를 만들었다. 선교회를 세울 즈음에는 성도들뿐만 아니라 목회자와 선교사들에게 제빵 기술을 전수해 전도와 선교에 도움을 주겠다는 꿈도 꾸었다.

선교회가 만드는 빵의 맛은 남다르다. 담백하고 순수하다. 작업장 한쪽 벽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재료별 사용량이 빽빽이 적혀있다. ‘일반빵:선교회빵=설탕 690:420, 물 600:240, 이스트 120:45, 개량제 30:14, 쇼트닝 300:180(모두 g)’.

고목사와 함께 선교회 사역을 하고 있는 친동생 고광돈씨(빵만드는사람들선교회 총무)는 이렇게 말한다. “몸에 좋지 않은 재료는 최대한 줄여서 넣고 있습니다. 설탕이나 첨가제가 든 빵에 입맛이 길들여진 분들은 처음에는 맛이 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좋은 빵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달지 않은 맛 때문에 초기에는 빵을 가져다주면 맛이 없다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빵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고 특히 담백한 빵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아졌다.

“나쁜 재료는 안 써요”

빵은 먹는 이에게는 기쁨이지만 만드는 이에게는 정성이다. 더구나 선교회의 빵은 이익을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에 제빵에 들이는 시간은 순전한 희생이다. 빵을 만드는 작업은 고되다. 내내 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빵 작업에 동참하고자 찾아오는 이들의 숫자는 많지 않다. 일반인들이나 중고교생들이 선교회의 취지에 동감해 참여하지만 들쭉날쭉한 편이다.

빵을 만들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사람들은 고광신 광돈 형제, 광돈 씨의 사모 정행락씨, 광돈 씨의 아들딸인 두인, 지수, 지은이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는 사모 정행락씨는 주말에 여가를 즐기지 못하고 빵을 만드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외국에서 산 경험이 있어 여행에 대한 미련은 없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고목사 뿐 아니라 광신씨 부부 역시 빵 기술자다. 각각 6개월에서 1년까지 학원에 다녔다. 이제는 5년여 실전 경험까지 보태져 베테랑이다. 한 가정의 헌신이 바탕이 돼 선교회의 명맥은 이어져오고 있다. 한때 선교회는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고 해외에 선교기지를 마련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이 꿈

요사이 빵만드는선교회 사람들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한 끼의 빵을 제공하는데서 나아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까지 전진하려고 한다. 제빵 학교도 다시 열어 선교사로 나가려는 이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노하우도 제공할 계획이다.
“빵을 통해 더 멀리까지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빵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쉼터도 만들고 싶고요, 외국인 자녀들과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려고 합니다.” 고목사는 요사이 기업을 하기에 적당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지금은 예닐곱 사람 서 있기도 벅찬 공간 속에 있지만 선교회 사람들의 꿈만은 세계를 품을 만큼 크다. 그 꿈을 안고 오늘도 오병이어의 행복한 빵만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 송년모임을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서울고려인교회 성도들 모습.
빵만드는사람들선교회가 정성껏 구운 빵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서울고려인교회(고광신 목사)다. 현재 예장합동 평남노회에 소속된 고려인교회는 교단은 물론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려인’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고 목사는 필리핀에서 가나안농군학교 사역을 전수하면서 4년여 선교사역을 했다. 귀국한 고 목사는 목회자 모임에서 고려인들을 위한 교회가 필요하다는 도전을 듣고 당시로서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선교사역 경험은 있지만 고려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터였다. 현재 고려인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은 30여명이다. 출신지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하다. 고향에서 러시아정교회를 다니던 몇몇을 빼놓고는 대부분 교회를 처음 나온 사람들이다. 또 경제적인 환경에 따라 교인들의 이동도 잦은 편이어서 목회가 쉽지만은 않다. 빵을 만들어 전하는 일도 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제자로 양육하기 위한 고육지책 가운데 하나였다. 빵만드는사람들선교회의 빵은 대부분 주일 예배 후 집으로 돌아가는 고려인교회 성도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최근 제작되는 빵은 식빵 20개, 단팥빵 140개 가량이다. 이 빵은 고려인교회뿐 아니라 선교회 주변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에게도 제공되고 있다. 또 3년째 매달 경기도 광명시의 한 요양원을 방문해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빵을 드리고 있다. 선교회의 빵을 구입하거나 소외된 이웃들에게 보내고 싶은 이들은 010-8842-2506(고광신 목사)로 연락하거나 422401-01-318440(국민은행/빵만드는사람들선교회)로 후원하면 된다.

 

‘저비용 고효율’  호응 얻어간다

제빵 통한 선교사역

자비량 선교가 미래 선교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빵을 통한 선교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농업기술과 더불어 제빵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기술을 익힐 수 있고 사업 비자를 발급받아 선교제한지역에서도 사역이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선교사 양성과정에서 제빵 기술을 가르치는 곳은 거의 없으며 제빵 선교사를 멤버로 가지고 있는 선교기관도 극소수다. 이런 가운데 선교에 접목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커다란 성공을 거둔 사례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빵 기술을 통한 선교는 짧은 기간에 습득이 가능하고, 적은 비용으로 설비시설을 갖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점차 호응을 넓혀가고 있다.

빵만드는사람들선교회 총무 고광돈씨는 제빵 선교를 고려하고 있는 사역자들을 위해 이런 성공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본인이 기술을 가져야 한다. 다른 기술자를 고용하더라도 선교사가 빵을 만들 줄 알아야 사업에 성공한다. 제빵 학원에 다니거나 대기업이나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교육의 기회를 참여하라. △시장 조사를 정확히 해야 한다. 외부에서 듣는 것과 사업을 시작할 지역에 들어가서 파악하는 정보는 다를 수 있다. △판매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 빵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판매에 성공하지 않으면 사역을 지속할 수 없다.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도전해야 한다. △헝그리 정신을 가져라. △교단 선교부나 선교단체도 전문인 선교의 일환으로 제빵 기술을 가르치거나 교육기관과 연계하는 실습교육에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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