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날아간 교회지붕 “한숨도 안나와”

허망하게 파괴된 교회 처참한 피해…완파된 현장서 외로운 복구작업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수많은 교회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교회들이 대부분 농어촌 지역이고 성도들도 노인들이 많아 눈앞에 닥친 피해 복구마저 힘에 부친 상황이다. 건물이 파손된 교회는 물론이고 음향시설 등 침수를 당한 교회들은 당장 예배를 드리기도 힘들다. 이들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교회는 사실상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총회와 전국 교회의 지원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본지는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교회들에게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2회에 걸쳐 교회와 성도 가정의 피해 상황을 보도한다.<편집자 주>


① 고흥읍교회 종탑이 태풍에 쓰러져 예배실과 어린이집을 덮쳤다.
②해남 송지교회 본당 탑이 태풍으로 망가지면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③태풍으로 교회숙소가 완파된 하도제일교회 피해 모습.
8월 29일 새벽 4시, 해남 송지교회 임홍길 목사는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직감적으로 무엇인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급히 예배당을 살펴보니 교회 지붕이 어느새 날아가 버린 상황이었다. 태풍이 남겨놓은 결과는 처참했다. 본당은 물론이고, 창고로 쓰고 있는 건물까지 완파되어 안에 있던 교회 물품들이 죄다 망가지고 말았다. 이틀 후에 찾아온 제14호 태풍 덴빈은 지붕이 훤히 뚫린 예배당 안으로 엄청난 빗물을 퍼부었다. 올해 3월에 송지교회에 부임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목회를 펼쳐온 임 목사에게 불과 반 년 만에 찾아온 커다란 위기이다. 간신히 천막을 쳐서 임시 예배처소를 만들고 주일예배를 드렸지만, 40여명의 교우들과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 아득하다.

연이어 닥친 태풍으로 교회들이 주저앉고 있다. 엄청난 피해 앞에 복구는 엄두도 못내는 교회들이 부지기수다. 허망한 얼굴과 눈물로 무너진 교회를 바라보고 있다. 평생동안 일군 목회지를 날려버리고, 미래 마저 기약할 수 없는 목회자들이 총회와 전국 교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누구보다 먼저 태풍을 맞은 제주도 하도제일교회(김국빈 목사)도 송지교회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은 조립식으로 지은 100㎡ 규모의 교회 숙소를 파괴시켰다. 식당 지붕 역시 날아가 버렸다. 제주동산교회(김경태 목사) 역시 교회 지붕이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피해를 당했다. 이도교회(김성욱 목사)는 강풍과 폭우로 사택 지붕을 덮었던 마감재가 떨어져나갔고, 예배당과 사택이 침수돼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태풍을 가장 먼저 맞은 제주도 교회의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제주중앙교회(박병해 목사)는 교회 현관문이 완전히 부서지고 유리창 곳곳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지붕 파손으로 사택이 침수됐으며, 교회 식당 역시 유리 파손과 지붕 파괴로 침수됐다. 제주신일교회(정장호 목사)는 조립식 건물로 지은 교육관이 파손돼, 주일학교 활동과 식당 사용이 불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산교회(이우근 목사)는 해수가 교회로 덮쳐 교회와 교회 차량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교회 건물의 경우 전면 도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성교회(김종철 목사)는 교회 종탑이 비바람에 날아가 버렸고, 열린문교회(이수덕 목사)는 교회 간판이 파손됐다.

제주도에 이어 태풍은 전남 도서지역과 땅끝마을 해남을 덮쳤다. 해남 땅끝교회(이소명 목사)는 강풍으로 교회당과 사택의 지붕이 날아가는 타격을 맞았다. 십자가 종탑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내려왔고, 교회당 주변에 심어놓은 나무며 밭작물들은 거의 남아나지 못했다. 게다가 일대가 나흘 동안 단수와 단전이 되는 바람에 교회는 물론 마을 전체가 고립상태에 놓였다. 고령의 노인들 10명이 교인의 전부인 교회로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목사는 “8년 전 정말 어렵게 건축한 예배당인데 이렇게 파손된 모습을 보니 가슴이 얼마나 아픈지 모릅니다. 주변에서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어서 복구를 하려면 시일이 걸릴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할지 막막합니다”라고 탄식했다.

해남 신창교회(천용호 목사)의 경우는 6년 전 세운 예배당을 전면 개축해야할 정도로 파손 정도가 심했다. 심지어 교회당 지붕이 강풍에 파손되어 잔해들이 이웃집 가옥을 부수고, 전신주까지 파손하는 바람에 변상까지 해주어야 할 형편이다. 두 번째 태풍까지 겪은 후, 쓰레기로 변한 교회당 건물자재며 집기들까지 트럭 몇 대 분량을 끄집어내며 청소하느라 지친 천 목사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에 한숨만 내쉰다.

해남 지역에서는 이외에도 신방교회(김기주 목사)가 본당 지붕을 이루는 강판 4분의 3가량이 바람에 떨어져나가고, 성민교회(박승호 목사)가 교육관으로 사용 중인 구 예배당 지붕이 날아가며 내부 집기들이 망가지는 등 수많은 교회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인근 영암지역 천해교회(이정태 목사)는 차고와 창고가 반파되어 무너지면서 교회 차량이 망가지는 사고를 당했고, 구림교회(김경원 목사)에는 십자가탑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영암 풍성한교회(문미식 목사)는 예배당 건물이 태풍에 밀리며 강한 진동으로 벽체가 몽땅 떨어져나갔다. 이 때문에 밖에서 예배당 안이 훤히 보일 정도로 파손 정도가 심하다. 건축한 지 4년 밖에 안 된 건물인데도 엄청난 강도의 바람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현재 건축업자로부터 붕괴의 우려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재건축을 고민하는 중이다.

장흥지역 교회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행원교회(김기현 목사)는 첫 번째 태풍에 교회당 종탑이 쓰러지고, 지붕이 날아가는 소동을 겪었다. 인명피해가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두 번째 태풍은 예배당을 침수시켰다. 장년 교인들이 8명에 불과하지만, 주일학교가 제법 부흥해 주목을 받아온 행원교회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해서 희망의 꿈을 키워가길 기도 중이다.

장흥 북문교회(김판기 목사)는 교회당 천장이 무너지고, 사택 지붕이 손상돼 사방에서 물이 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대상과 피아노 등 장비들은 비에 젖어 못쓰게 되어 빠른 대처가 필요하지만, 15명의 교우들 모두 고령자들이라 김 목사 혼자서 쓰레기를 치우는 수준의 작업만 벌이고 있다.

완도 생일도에서는 금곡교회(이점호 목사) 예배당이 전파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금곡교회는 장년 5명, 주일학교 어린이 5명이 출석하고 있지만 강단을 지킬 사역자가 마땅치 않아, 은퇴 후 아프리카선교사로 섬기던 이점호 목사가 3년 전부터 들어와 섬기는 중이었다. 낙도를 강타한 태풍으로 예배당과 사택 뿐 아니라 교우들 가옥 대부분도 크게 망가진 상태이고, 주민들이 가꾸는 전복 양식장마저 파손 정도가 심각해 모두가 실의에 잠겨있다. 78세의 이 목사는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목포 주님의교회(손관호 목사)는 교회당 벽체가 모조리 뜯겨나가면서 얼마 전 새로 장만한 교회 차량에 부딪쳐 파손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가난한 교우들과 한 건물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지내온 주님의교회는 신앙과 생활의 터전인 교회당이 속히 복구되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고흥읍교회 최동식 목사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본당 종탑이 쓰러지면서 예배실과 당회실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게다가 사고 잔해가 다시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사용하는 건물을 덮쳐 무너뜨리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사고 당시 교회당 안에 있었던 최 목사는 무너진 건물더미가 옆으로 비껴가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최 목사는 “교회 111년 역사상 가장 큰 사고를 당했지만,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재영 기자 jyjung@kidok.com  김병국 기자 bkkim@kidok.com

 

▲ 태풍으로 지붕이 파손되어 건물 안이 훤히 드러난 장흥 낙원교회 예배당.
“볼라벤의 습격에 먼저 지붕이 떨어져나갔어요. 그러면서 교회당 외벽이 함께 무너져내렸죠. 무너진 벽체들이 앞에 주차되어있던 교회 차량을 덮쳤고요.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장흥군 회진면 낙원교회를 담임하는 송기철 목사는 지금도 첫 번째 태풍이 불어 닥친 8월 21일 오전의 기억이 생생하다. 교회당과 차량을 한꺼번에 잃은데 이어, 쉴 새 없이 교우들의 안타까운 피해소식이 마치 재난영화의 클라이막스처럼 이어졌다.

“논밭에 심어놓은 작물들이며, 과수원에서 수확을 앞둔 과일들이 죄다 바람에 휩쓸려나갔다며 울먹이는 교우들의 하소연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교회의 기둥과 같으신 황기주 장로님이 강풍에 날아오는 양철지붕 조각에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는 연락이 왔을 때는 정말 청천벽력처럼 느껴졌습니다. 현재 장로님은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이틀 후 또 다른 태풍 덴빈이 엄청난 양의 비를 뿌려 이미 지붕이 열린 예배당에는 물이 가득찼다. 예배당 안에 있던 장비들이 죄다 못쓰게 된 것은 물론이다. 태풍이 지나간 지 여러날이 지났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지경으로 낙원교회는 큰 상처를 입었다.

전체 교인이라고 해봐야 장년들이 불과 20명 안팎. 게다가 송기철 목사 자신은 뇌경색으로 오른쪽 몸이 불편하고, 둘째 아들 예준군은 희귀성난치병인 페닐케톤뇨증으로 힘든 투병생활을 하는 중이다.

“하루하루 어렵게 버텨온 농촌목회 생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듭된 시련에다 태풍이라는 치명타까지 맞고 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그저 하나님의 긍휼하심만 의지하며 기도하는 중입니다.”

지금 송 목사와 낙원교회 교우들에게는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정성스럽고 다정한 친구가 필요하다.

후원계좌:농협 657-12-128886(예금주:송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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