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마음의 상처 치유한 교회…감사라는 선물 나누고파

▲ <공부의 락> 저자 김찬기 군. 찬기 군은 이 책을 통해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두 발로 땅을 디뎌본 적이 없다. 200g의 펜도 버거운 무게다. 감각신경은 멀쩡한데 운동신경의 흐름이 미약해, 할 수 있는 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머리를 잠시 가눌 수 있는 것뿐이다. 그는 척수성근육위축성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하지만 장애를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주어진 하나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선천성 장애라는 역경을 딛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 입학한 김찬기 군(하늘중앙교회) 이야기다. 찬기 군은 이렇게 말한다.

“내전 통에 태어나 전쟁을 겪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있듯이 장애도 하나의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불편한 점이 많지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고, 나보다 어려운 조건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입니다”

공부, 그것이 장애를 이겨낸 수단이었다. 찬기 군은 어려서부터 학업능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왔고, 충남 외국어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로 ‘공부의 재미’를 꼽았다. 공부가 재미있다고? 누가 들으면 욕깨나 먹을 이야기지만, 찬기 군에게는 정말 그랬다. 공부를 공부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던 것이다. 공부는 세상과 접촉하는 통로였고, 독서는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이었다.

“저는 세상을 나가기 힘든 몸이었어요.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 세상을 나간 겁니다. 책 속에서 여러 직업을 가졌고, 외국도 우주도 여행했어요. 그렇게 재미로 시작했는데 공부와 밀접하게 연관이 됐죠”

대화하는 내내 정말 공부의 기쁨을 아는 듯 한 느낌이 다가왔다. 또 자신만이 누릴 것이 아니라, 입시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후배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건네길 바란 그였다. 그래서 펴낸 책이 신작 <공부의 락>(국일미디어)이다.

제목 그대로 <공부의 락>은 점수만 올리기 위한 공부법이 아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라는 공부철학과 누구나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공부비법을 찬기 군의 경험을 토대로 공개한 책이다.

“저는 항상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제가 잘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바라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그의 말처럼 사랑하는 부모님, 친구, 선생님 모두가 조력자였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듯이 다른 누군가에게 절실한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 소망이라고 찬기 군은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를 인도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고백도 이어졌다.

2살 때 병명을 알고 나서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한다. 전국을 돌며 치료유랑을 다녔다. 용하다는 곳에 가서 기(氣) 치료를 받고, 심지어 굿까지 해봤다. 그러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햇수로 5년이 지났을 때, 결국 하나님께로 간절히 다가섰다.

“교회는 누군가처럼 ‘치료하면 낫는다’라는 헛된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지친 마음을 다독여 줬어요. 절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어요”

또한 13살 때 고관절이 부러져 6개월 동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도 하나님을 의지하며 아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고통 속에서 신앙은 무르익어갔고, 그날 이후 찬기 군은 매일 밤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어렸을 때는 아프지 않고 친구들과 잘 지내게 해달라는 것이 기도제목이었지만, 이제는 희망에 대해 기도를 한다.

찬기 군은 자신의 일로서 남을 도와야겠다는 확신 속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감사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간구하고 있었다.

“제 꿈의 지향점은 세상의 감사함에 대한 ‘보답’이며 그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눔’을 선물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20대 청년의 얼굴에는 행복한 청춘이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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