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아니스트 히데오 고보리

 
씨뮤직윈터페스티벌 이어 드림의교회 수요공감무대 주인공으로 방한

손목 부상 치유과정서 깊은 희망 얻어… “평생 찬양의 손으로 바칠 터”


작년 1월이었다. 제1회 씨뮤직윈터페스티벌에서 조우했던 그의 연주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Bless you’, ‘파라다이스’, ‘생명의 샘’. 회장을 휘감던 소리마다 하나님을 향한 애절함이 묻어났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터치가 뿜어내는 음의 향연은 매서운 추위가 엄습했던 지난 겨울밤, 차디찬 공기 속에 유일한 온기였다.

일본인 피아니스트 히데오 고보리(42). 그날 밤 이후 그가 그리웠다. 인터뷰라도 해두었으면 좋았으련만...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 그의 음악이 안타까움을 더욱 부추겼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 여름이 찾아올 무렵, 기별이 왔다. 드림의교회(이상화 목사) 수요공감무대 11번째 주인공이 바로 히데오 고보리라고 말이다. 한걸음에 그의 무대로 달려갔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시금 마주한 오사카 출신의 피아니스트는 매너와 겸손을 겸비한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드라마틱한 음악 이야기와 신앙 여정의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 피아니스트라는 그를 향한 수식어는 3가지 궁금증은 자아내게 한다.

첫 번째는 언제부터 피아노를 쳤느냐는 것. 아주 오래 전이다. 어리디 어린 4살 때부터 건반에 손을 얹었다. 꼬마 히데오는 음악에 조예가 깊던 아버지 덕에 자연스레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아버지의 교육방식은 다소 엄했다고 한다. 치기어린 마음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고, 피아노를 제쳐두고 친구들과 놀러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어느 피아니스트의 공연장에서 다가온 감동은 그를 음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또 그의 능숙한 한국말 솜씨에 놀란 사람들은 항상 이런 질문을 한다. “한국말을 어쩜 그렇게 잘하세요? 어디에 한국어를 배우셨어요?”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독학입니다.” 물론 뜻 깊은 이유가 있다. 오사카음대를 다녔을 무렵이다. 그곳을 찾았던 한국 선교단체 학생들의 깊은 신앙심에 영향과 도전을 받고 그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기 위해서 한국어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피어오른 것은 말 안 해도 알 일이다.

일본 전체 인구의 1%. 크리스천이 극소수인 일본에서 신앙인이 된 계기도 놀라운 사건의 연속이다. 히데오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때, 아버지의 재혼이 단초가 됐다. 다름 아닌 그의 두 번째 어머니가 크리스천이었던 것이다. 당시 결혼식 주례를 맡은 목사를 만나게 됐고, 초청받은 집회에서 영감을 주었던 찬양이라는 음악을 통해 하나님을 영접하게 된 것이다.

그때만 해도 히데오는 촉망받는 음대생이었을 뿐이다. 하나님, 음악, 한국을 한데 묶어 사랑하는 영성의 피아니스트 히데오 고보리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절망의 빗물이 내린 이후였다. 비 온 뒤 무지개가 피고 땅이 굳듯이 말이다.

대학교 3학년 때 당한 교통사고로 히데오는 피아니스트에게 생명과도 같은 손목을 심하게 다치게 된다. 진단 결과는 회복 가능성 전무. 의사는 피아노를 포기하라고 했다. 깨져버린 손목은 일상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를 절망 가운데 두지 않았다. 몇 주가 지났을까. 치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그의 손목이 붙기 시작했다. 그것도 하나의 오차도 없이 말이다. 담당 의사마저 믿기 어려웠다. 히데오에게 기적이 찾아온 것이다.

그는 일생을 두고 간절히 고백했다. “이 손은 이제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한 손으로 평생 바치겠습니다”

유리코 나카무라, 유키 구라모토, 이사오 사사키. 일본에는 서정적 연주로 마음의 안식을 주는 유수의 피아니스트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도 히데오 고보리의 연주는 단연 특별하다. 듣다보면 기쁨과 환희가 스며든다는 느낌이 든다. 이유가 무엇일까?

▲ 한국에서 3장의 앨범을 발표한 히데오 고보리는 한국팬 사이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 올 가을에는 4번째 앨범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히데오 고보리는 “이 세상에는 유명한 음악, 감동적인 음악도 있지만 저의 음악의 다른 점은 선율 하나하나 음표 하나하나에 저만의 신앙고백을 담는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하나님 품안에 있다는 축복, 그것을 연주하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작별인사를 하며 또다시 그리워질 히데오 고보리가 그의 꿈을 말했다. “다윗이 수금을 가지고 하나님을 찬양했듯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온 세상에 표현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기쁨과 환희, 위로와 격려라는 날개를 달고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 세계 모든 이에게 그의 신앙고백이 전해지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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