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라봄의 기적> 펴낸 주대준 카이스트 부총장

“지독한 가난 속에 고아원을 전전했던 어린 시절,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키워갈 수 있었던 이유는 제게 기적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그 기적은 바로 예수님과의 만남이었죠”

의외였다. 대통령경호실 경호차장, KAIST 사이버보안연구센터장이라는 이력만 보고 주대준 부총장(카이스트)이 으레 유복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거라는 짐작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리산 산골마을 경남 산청에서 자란 주 부총장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도망치다시피 거처를 거제도로 옮겼지만, 급기야 부모님까지 여의게 되면서 그의 유년 시절은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친척집과 고아원을 전전했던 그에게 한줄기 희망으로 다가온 이는 거제도 조그마한 교회에서 만난 ‘주 예수’였다고 고백했다.

“주 예수라는 이름이 너무 친밀하게 다가왔어요. 예수님의 성이 나와 같은 주 씨라고 생각했거든요. 나중에 아닌 것을 알게 됐지만 예수님을 가깝게 느끼며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은 제게 축복이었습니다”

성경말씀 중 유독 요셉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주 부총장은 어려운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환경을 바꾸고, 환경을 지배하는 하나님만을 바라보겠다는 믿음으로 꿈을 키워나갔다.

주경야독으로 밤을 지새웠던 고교 시절과 삼사관학교를 거쳐 전산장교를 역임하면서 그의 꿈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1979년 정부전자계산소에서 교육을 받으며 뒤편에 우뚝 서 있던 푸른 색 멋진 집에 입성하겠다는 청년의 기도가 10년 후 청와대 전산실이 생기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요셉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주 부총장은 청와대에 들어오게 된 공간적 인연, 시간적 순서, 동기부여까지 돌이켜보며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청와대 옆 삼각산을 오르며 3개월간의 산기도 끝에 그 계획이 ‘선교사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깨닫고 나자 그는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에서 기독신우회 창립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6공 시절이었다. 권력의 심장부에서 드러내놓고 종교활동을 펼치는 것이 불가능했던 때, 주 부총장은 11명의 직원들과 함께 기독신우회를 창립하고야 만 것이다.

창립예배조차 교육문화회관에서 드리고, 비밀결사대 마냥 청와대 주변을 배회하면서 예배를 드렸던 기독신우회는 문민정부 때 김광일 비서실장과 김광석 경호실장 등 당시 실세들을 주 부총장이 인도하면서 청와대에 안착하게 됐다.

그리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 김대중 대통령, 이희호 여사, 노무현 대통령의 지원 하에 기독신우회의 절정기를 맞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였음에도 큰 힘을 실어주셨고, 경호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섬기는 교회를 찾았던 이희호 여사의 신앙의 절개는 신우회원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라고 주 부총장은 회고했다.

프로그램팀장을 시작으로 경호차장까지 역임하며 20년 동안 다섯 명의 대통령을 모시면서 청와대를 최첨단 정보화의 산실로 구축한 업적을 남긴 동시에 기독신우회 연착륙이라는 하나님의 명령까지 올곧게 수행한 주 부총장은 2008년 12월 영예로운 은퇴를 맞게 되었다.

공직생활을 마친 그는 또 한 번의 의외의 선택을 한다. 통상적으로 갈 수 있었던 국가기관장이나 여러 기업들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사이버보안학과 창설을 준비하던 카이스트로 향한 것이다. 그리고 불과 7개월 만에 지연이나 학연보다 실력을 우선시 했던 서남표 총장의 용단이 그를 대외부총장으로 올려놓았다.

“하나님은 모든 일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계신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사이버보안이 국가경쟁력인 이 때에 대한민국의 사이버 안보를 위해 카이스트에 제 자리를 마련해 놓으신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인생의 2막, 주 부총장은 사이버안보 강국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품고 다시 한 번 내달리고 있다. 사이버 보안의 기반을 닦고, 인재 양성, 신제품·신기술 개발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오늘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의 기적 같은 삶의 고백을 담은 신간 <바라봄의 기적>을 펴내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비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언제나 바라볼 때마다 저를 이끌어 주신 하나님, 앞으로 그분이 주신 사명을 지난 30년 보다 더 빛나게 쓰겠습니다. <바라봄의 기적>은 물론, 제 삶의 주인공은 전적으로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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