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 먹구름에 가린 십자가

강단회복 없으면 교회미래 없다설교


선교엔진은 배기량 아닌 투명한 사역 통해 힘 얻어야
쇠퇴 접어든 주교교육 새 패러다임으로 역전시켜라

2012년 총회 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총회 차원에서 여러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지난 100년을 감사하고, 새로운 교단 100년을 기약하는 뜻 깊은 행사로 치르자는 기대와 함께 차분히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자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 100년의 교단 역사를 되짚어 새로운 100년을 더 진실되고, 풍성하게 가꾸자는 바람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교단설립100주년 대기획>을 정리하며 목회와 신학, 선교, 주일학교 교육 등 교단 주요사역들에 대한 과제를 정리해 제시한다.<편집자 주>

†설교

“한국교회의 위기는 설교의 위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얼마전 총회 내 목회자 그룹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제기된 주장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넘어 사회의 걱정거리가 된 한국교회 현실 뒤편에는 설교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설교위기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성경에서 벗어난 설교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70년대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삼박자 구원론. 예수 믿고 구원받으면 물질 축복, 건강 축복이 덩달아 따라온다는 이론이다. 믿고 구원받으면 한 박자, 그 후에 잘 살면 두 박자, 건강하면 세 박자라는 것이다. 이 삼박자를 다 갖춰야 좋은 신앙이라는 설교가 유행했었다. 삼박자 구원론은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라는 요한삼서 1장 2절 말씀을 기복신앙으로 왜곡한 것이다.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강단은 기복주의에서 성공주의로 흘러갔다. “성경과 신학이 어떻든 간에 교인만 많이 모이면 된다”는 의식이 목회자들 사이에 팽배해져 갔다. 문제는 이러한 성공주의가 오늘날 한국교회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정성구 박사(한국칼빈주의연구원장)는 “오늘날 경건한 실용주의 때문에 설교자들은 복음의 순수성과 그리스도 중심에서 벗어난 설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교자들은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십자가의 고난과 영광을 전달하지 못하고, 듣는 귀가 얇아진 성도들은 심장을 찌르는 설교를 외면한다. 그 결과는 한국교회 침체라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복음의 능력이 없는 설교는 성도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이런 성도는 쉽게 교회를 등지게 되어 있다. 교인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시도한 성장주의 설교가 오히려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 침체 원인이 되고 있는 강단을 다시 회복하는 길은 무엇일까? 류응렬 교수(총신신대원 설교학)는 “무엇보다도 성경적 설교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적인 설교란 말씀에 근거하여 구원과 성화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본문에 대한 바른 이해와 청중에게 적실한 적용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류응렬 교수는 또한 “설교자의 사명을 회복해 오늘 설교가 지상에서 하는 마지막 설교라는 비장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교의 목적도 회복해야 한다. 설교란 목회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백성을 살리고 변화시키는 생명사역이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이밖에도 “삼위 하나님이 중심이 되는 설교를 회복해야 하며, 성령이 주도하는 설교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미래를 위해서는 신학교육의 변화도 요구된다. 현재 한국교회는 목회현장과 신학교육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목회현장에서는 이사·질병과 같은 심방 설교, 주일학교 설교, 교회행정과 같은 실제적인 문제들이 제기되지만 신학교에서는 교리만 가르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뼈대가 되는 교의신학과 목회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신학을 강화해야 한다.

†선교

 
세계 제2의 선교대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한국선교가 질적으로도 그만큼 성숙했는가 하는 질문이 늘 뒤따른다. 최근 총회세계선교회(GMS)의 일련의 갈등과 혼란은 한국선교의 질적 성숙이 양적 성장에 못 미쳤다는 뚜렷한 증거이기도 하다. 반면 이번 GMS 사태는 예장합동 교단의 선교현실을 점검하는 기회이자, 새로운 100년 선교를 준비하는 과제로 삼을 만하다.

내적으로는 당장 GMS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의 저변에는 GMS가 교단선교부인지, 선교단체인지에 대한 견해차가 깔렸다. 이사들 내부에서도, 선교사들 내부에서도 생각이 통일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임원회 주도로 열린 선교전략 포럼에서 “교단선교부를 근거로 하되, 선교단체의 전문성을 살려나가자”는 말로 정체성을 확인하긴 했지만, 구성원들 사이에서 GMS 정체성 논란은 여전하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매듭과 함께, 구성원들 사이의 공유가 필요하다. 정체성 정리에 있어 주도권 다툼이 아닌 어떤 것이 현 시대 선교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최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전략적인 팀사역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지역선교부에 대한 이해와 보완도 필요하다. 대체적으로 지역선교부 제도가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현 시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고, 다시 지부장 제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는 만큼 지역선교부를 보다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GMS 행정과 재정운용에도 개혁이 요청된다. 당장 선교비 현실화와 더불어 선교사 은퇴 대비책이 필요하다. 국내 목회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가 취약한 선교사들이 마음 놓고 선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보장책이 마련돼야 한다. 재정운용과 관련해 가장 쟁점인 4대 기금 운용에 있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4대 기금 운용의 전용 방지를 정관에 규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안정과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GMS를 포함한 한국선교계 전체 차원에서는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선교계의 화두가 디아스포라, 비즈니스, 변화, 상황화 혹은 성육신, 가정교회, 교회개척운동, 선교개척운동 등임을 기억하고 이들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실천이 필요하다. 특별히 GMS는 그간의 목회자 위주였던 사역을 확장시켜, 평신도 선교사를 개발하고 선교 현장으로 내보내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이외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진행하고 있는 ‘타겟 2030’ 비전에 따라 전 교단선교부와 선교단체가 네트워킹하고 협력하는 일이 필요하다. KWMA는 타겟 2030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이론 연구’, ‘훈련 파송’, ‘선교 행정’, ‘전략’, ‘동원 홍보’ ‘지원분야’ 등 6개 영역을 설정해 연구와 교육 등을 실천하고 있는데, 6개 영역의 순차적이고 꾸준한 활동 또한 한국선교계의 미래를 밝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

50년대 후반~60년대 초반에 부흥했던 주일학교 학생들이 70~80년대 한국교회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현재는 주일학교가 없는 교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주일학교가 쇠퇴 일로에 서 있다.

전국주일학교연합회 전국대회 참석자만 봐도 그 현상을 짐작할 수 있다. 3년 전만해도 5100여 명이 전국대회에 참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지만 작년에는 5000명에도 미치지 못했고, 올해는 4628명이 참석하는 등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주일학교가 이런 길을 걷게 된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출산율 저하는 물론 장년 위주의 목회시스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교육프로그램의 부재, 입시에 대한 강박 등 다양한 이유들이 겹치면서 현 상황이 초래됐다.

현재 한국교회는 성장 제일주의에 빠져 장년 중심의 목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일학교는 신학대학원을 아직 졸업하지도 않은 경험 없는 전도사들이 맡는 경우가 대다수다. 꽃동산교회 김종준 목사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장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하지 어린이, 청소년에게 전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또한 교육전도사는 목사가 되기 전 아르바이트처럼 하다 보니 사명감이 결여된 경우가 많고 전문성이나 말씀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신앙보다 좋은 대학이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가치와 빠르고 쾌락적으로 변해가는 문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교회 프로그램에도 문제가 있다. 교회 중직자들도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간 뒤에 교회에 다녀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고, 교회에 다니던 학생들도 천편일률적인 교회 프로그램에 흥미를 잃게 됐다.

주일학교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같은 상황에서도 부흥하고 있는 교회가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현재 부흥하고 있는 주일학교를 보면 담임 목사의 패러다임부터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상도제일교회 조성민 목사는 “주일학교에 새로운 학생이 오면 담임목사가 직접 전화를 한다”면서 “작은 관심에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교회에 애정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사로잡을 새로운 프로그램 발굴도 중요하다. 모두가행복한교회(강장식 목사)는 아이들의 흥미를 간파한 놀이문화스쿨로 주일학교의 부흥을 이끌었고, 주다산교회(권순웅 목사)는 교회 안에서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비전스쿨을 통해 학생들의 신앙과 지성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전체적인 기독교의 하락세 속에 주일학교마저 붕괴된다면 기독교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지금부터 다시 어린 학생들을 위한 사역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주일학교의 부흥은 지나온 백주년을 뛰어넘을 또 다른 백주년을 준비하기 위해 꼭 짚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