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구성 합의로 학내분규 봉합했지만 노회 반발로 불씨는 여전

이사회·평양노회 ‘총장선임’ 갈등 예고

▲ “이사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라.” 12월 5일 칼빈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들이 김재연 총장 선임을 반발하며 법인이사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칼빈대학교가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칼빈대 신학대학원 원우회가 김재연 총장 선임에 반발해 수업거부에 들어갔다가 5일 만에 강의실로 복귀했다. 여기에 평양노회는 12월 6일 임시회를 열고 “칼빈대학교는 평양노회와 교단 소속이다”라고 재확인했으며, 평양노회 임원회는 “김재연 목사는 교단과 상관없기 때문에 칼빈대학교 총장 직무수행이 불가하다”고 결의했다.

칼빈대학교에서 무슨 일이?
칼빈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우회(회장:안진호)는 11월 30일 임시총회를 열고, 수업거부에 들어갔다. 학생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이유는 김재연 목사 총장 선임 때문. 칼빈대학교 법인이사회(이사장:김진웅 목사)는 11월 28일 은석교회(김진웅 목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길자연 총장을 직위해제하고 차기 총장에 김재연 목사(LA월드비전교회)를 선임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김재연 목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총장 선임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학사일정 전면거부, 다음 학기 등록거부, 법인이사회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신임 총장 선임에 대해서는 △본 교단의 출신으로서 본 교단에 소속된 자 △학위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박사학위(Ph.D) 소지한 자 △전 과정 투명한 공개와 경선을 요구했다. 안진호 원우회장은 “김재연 목사는 총회 소속 목사가 아니다. 따라서 학교 건학이념과 개혁주의 정체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진웅 이사장은 “김윤찬 증경총회장의 아들이며, 총회에서 강도사 인허도 받았다. 또한 김의환 목사가 목회한 나성한인교회에서 활동한 인물”이라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수업거부에 들어간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기도회와 토론회를 하며 법인이사회 퇴진을 강하게 압박했다. 12월 5일 총장 이임식에서는 “타 교단 소속 김재연 총장 선임 결사반대” “칼빈대학교 김진웅 이사장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칼빈 신대원생 수업 복귀
반전은 12월 6일 새벽에 일어났다. 극렬하게 대치할 것만 같았던 이사장과 원우회는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를 통해 극적인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김진웅 이사장은 △총장대행을 일단 인정하고 검증위원을 선출하여 총장자격 확인 △검증 불가시 자격 취소 △칼빈의 연수 및 강도사 고시에 대하여 책임을 질 것 △이사회와 총장과 학생 간의 대화 창구 개설 △총장과 이사회는 학교 발전계획 제시 △사태 종결에 있어 원우에게 피해 없도록 조치 및 수업일정 조정으로 학습권 보장 등 6가지를 약속하는 확인서에 서명했다.

이에 원우회는 12월 6일 오전, 임시총회를 열고 5일간의 집단행동을 해제했다. 김진웅 이사장은 “일주일의 공백으로 학사일정도 한주간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12월 초 김재연 총장 내정자가 귀국하면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의혹을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갈등 뇌관은 남아 있다
김진웅 이사장의 확인서로 일단락 된 칼빈대학교 학내분규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먼저 총장자격 확인 과정에서 문제점이 들어나면 학생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칼빈대학교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뇌관은 교수회에서 터질 수도 있다. 김진웅 이사장과 길자연 전 총장 사이의 갈등이 교직원 내분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칼빈대학교 A교수는 “이번 학내분규 배경에는 교수들이 있다”면서 “총장을 하고 싶어 하는 모 교수와 보직교수들이 학생들을 이용해 이사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칼빈대 한 관계자는 “교수 개입을 주장하는 A교수가 오히려 이사회와 결탁되어 있다”면서 “칼빈대를 일류 보수개혁주의 학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교수와 학생들을 호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편 평양노회(노회장:허충욱 목사)는 12월 6일 왕성교회에서 제169회 1차 임시노회를 열고 “칼빈대학교는 평양노회와 교단 소속이다”라고 재확인했다. 최근 법인이사 구성과 길자연 전 총장과의 갈등, 학내분규 등으로 칼빈대학교가 내홍을 앓자 노회가 교통정리를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평양노회는 “칼빈대는 평양노회(전신 동평양노회)에 의해 설립된 학교이며, 소속이 평양노회와 교단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장 및 현재 이사들의 학교 경영과 행정에 있어 교단과 노회와의 관계 단절을 꾀하는 불순한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시노회에 이은 임원회에서는 “학교 소속이 평양노회와 교단에 있으므로 김재연 목사는 교단과 상관없기 때문에 총장 직무수행이 불가하다”고 결의했다. 사실상 평양노회가 칼빈대학교 법인이사회가 결정한 총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김진웅 이사장은 “법인이사회 결의는 사립학교법에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노회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반발해 평양노회와 이사회의 갈등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