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문화유산 답사기(20)] 충남 북부
[한국교회 문화유산 답사기(20)] 충남 북부
  • 정재영 기자
  • 승인 2011.11.08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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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자취 따라 천천히 길을 줄여간다

  
두 차례나 불에 탄 매봉교회에는 애국신앙 흔적 고스란히 남아
민족운동 요람 ‘영명학교’ 거쳐 중학동 기독교복지관으로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며 성하의 계절을 만끽하던 능수버들도 멀건 안색으로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하는 천안 삼거리. 이곳에서 충남의 마지막 순례를 시작한다. 오늘의 여정은 한 여인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이다. 버드나무 푸른 가지들 사이로 언뜻언뜻 그녀의 잔영이 비취는 듯도 하다.
본격적인 답사에 앞서 먼저 들를 곳은 독립기념관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앞선 답사를 통해 만났던 반가운 얼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군산과 익산에서 마주쳤던 문용기 열사는 피묻은 의복과 함께, 전주와 서천에서 인사 나누었던 김인전 목사는 임시정부 요인들 틈 사이에서 당당한 표정으로 순례객들을 반긴다.
그리고 앳된 모습으로 죄수복을 입고 있는 한 소녀의 수형일지가 전시실 한 모퉁이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해가 여러 번 지고 강산이 수십 번 바뀌어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누나, 바로 오늘의 주인공 유관순이다.

①공주선교의 개척자인 샤프 선교사의 묘지.
②충청남도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각광받는 공주 학봉교회당.
③1970년대의 한국교회 정서를 드러낸 예산중앙교회당.

매봉교회와 유관순 생가

천안 태생인 유관순은 이화학당 재학 중이던 1919년 삼일운동이 일어나고, 학교가 휴교하자 고향으로 내려와 만세시위를 주도한다. 3000여명의 군중들에게 태극기를 나누어주며, 힘차게 만세함성을 외치던 그녀는 출동한 일본 헌병대에 체포되어 공주로 이송된다.
이미 양친은 헌병들에게 피살되고, 집은 불탄 뒤였다. 재판에서 3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던 그녀는 일제의 잔인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이듬해 가을, 열여덟 아까운 나이에 옥에서 숨진다. 그녀는 독립을 갈망하는 이 땅 모든 이들의 가슴에 꽃으로 다시 피었고, 해방조국에서도 여전히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그 뜨거운 함성이 울려 퍼졌던 아우내장터를 거쳐, 유관순의 유년시절이 간직된 생가와 매봉교회를 찾아가기 위해 병천면 용두리로 향한다. 오래전 지령리교회로 불리던 매봉교회는 1900년대 초기에 설립된 유서 깊은 교회이다. 그러나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일제에 의해 두 차례나 예배당이 불에 타는 수난을 겪는다.
첫 번째는 을사조약 체결 후 전국에서 봉기한 의병들을 위해 교우들이 군비를 모아 도왔다는 이유, 두 번째는 국채보상운동에 대다수 교우들이 가담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관순의 아버지 유중권 등에 의해 교회가 재건되지만, 결국 기미년 만세운동 이후로 계속된 핍박 속에서 폐쇄된 이후 해방 후까지 오래도록 문을 열지 못한 아픈 사연이 간직되어 있다.
이처럼 애국신앙으로 똘똘 뭉친 부모님과 교우들 사이에서 유관순이 어떤 의식을 키우며 자랐을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교회당 바로 옆에 기역자 모양의 초가집으로 복원된 유관순 열사의 생가에는 만세운동을 준비하던 당시 풍경들이 실감나게 재현되어 있어, 어린 방문객들의 눈길까지 사로잡는다.


공주 영명학교와 선교사 묘지

유관순이 이화학당에 입학하게 된 과정은 그녀가 공주에 있던 영명학교를 다니던 중, 어느 선교사의 도움으로 이화학당에 진학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이제 그 자취를 찾아 공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공주에는 미국 감리교선교부에서 파송한 로버트 샤프(한국명 사) 선교사와 그의 아내인 앨리스 샤프(한국명 사애리시) 선교사가 선교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들 부부는 각각 남학교인 명설학당과 여학교인 명선학당을 설립하여 어린 학생들을 지도했고, 이 두 학교를 모태로 훗날 윌리암스(한국명 우리암) 선교사가 영명학교를 세운 것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영명학교는 기미년 당시 공주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1929년 벌어진 광주학생운동에도 동참하는 등 민족운동의 요람으로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공주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한 인물 중 한 사람이 유관순의 친오빠 유우석이다.
매봉교회에서 당차게 섬기던 유관순을 눈여겨보고 영명학교로 데려와 공부시키다가, 훗날 약속대로 이화학당에 진학하게 도와준 인물이 바로 사애리시 선교사였다. 영명학교 교정에는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한 기념탑 아래에 황인식 교장, 조병옥 박사와 함께 유관순의 흉상이 설치되어 후배들에게 자랑이자 귀감이 되고 있다.
영명학교에는 1921년에 건축한 양관 건물이 오랫동안 남아있었으나 8년 전 철거되고, 건물을 이루던 벽돌만 남아 고등학교 교사 벽면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대신 영명학당이라는 간판을 단 새 건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정 한 편에는 사애리시, 우리암, 황인식 등 학교 설립자와 초창기 공로자들을 기리는 공적비들이 나란히 장식되어 있다.
학교를 빠져나오기 전에 반드시 들려야할 곳이 있으니 영명학교 뒷동산에 자리잡은 선교사 묘역이다. 여기에는 공주선교부의 개척자인 샤프 선교사와 함께, 우리암 선교사의 자녀들이 묻혀있다.


선교사 가옥과 중학동기독교복지관

학교를 빠져나와 중학동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오래된 서양식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샤프 선교사 부부가 신혼집이자 선교센터로 사용하며 거주했던 사택이다. 공주 최초의 양관인 이 3층짜리 붉은 벽돌건물은 명설학당의 교실로, 나중에는 공주사범학교 여자기숙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큰 의미를 지닌 이 건물은 등록문화재 제233호로 지정되어 복원 작업 중에 있으나, 안타깝게도 개인 소유로 넘어가 있다. 영명학교와 감리교 쪽에서는 이 건물의 소유권을 되찾는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선교사가옥 아래쪽에는 공주기독교사회복지관이라는 이름의 말끔한 건물 두 채가 세워져있다. 덴마크 출신의 마렌 보딩(한국명 보아진) 선교사가 처녀로 살면서 소외된 한국인들을 위해 사랑을 펼친 공간이다.
1923년 유아진료소로 시작된 그녀의 사역은 이후 대한민국 최초의 우유급식소로, 유아복지센터로, 공중위생간호학원으로, 매일보육학교(탁아소)로 확장되며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어린이집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장애아보호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다.
자주국가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기쁨, 천만 그리스도인을 자랑하는 눈부신 교회성장, 경제강국을 넘어 복지국가로 발돋움하는 우리들의 긍지 속에는 이처럼 우리 겨레를 위해 눈물겹도록 사랑의 헌신을 한 은인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후세에 물려줄 또 다른 유산들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일 것이다.

④유관순 열사에게 애국신앙을 키워준 천안 매봉교회.
⑤공주 영명학교 교정을 장식하는 100주년 기념탑.
⑥90년 가까이 소외된 이들을 향해 사랑을 실천해 온 공주기독교복지관.
⑦한옥구조에 벽돌 벽면이 조화를 이룬 성공회 부대동교회.


충남의 아름다운 교회당 순례


충남 일대에는 저마다 다른 시대의 특성을 지니고, 다른 사연을 지닌 교회당들이 많다. 그곳들을 차례대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역사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천안 성공회부대동교회

1920년 충남 일대에서 최초로 설립된 한옥교회당이다. 전체적으로는 기와지붕의 목조한옥 형태를 띠고 있지만, 벽면을 붉은 벽돌로 장식한 독특한 절충식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전쟁중에는 인민군들이 마구간으로 사용하며 수난을 겪기도 했다. 부대동교회에서 설립한 북일학교는 오늘날 천안의 명문인 북일고등학교로 성장했다.


공주제일감리교회

1930년 공주시 봉황동에 건축한 교회당으로, 전쟁 통에 파괴된 건물을 1955년과 1979년 두 차례 개축하여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다. 특히 강대상 뒤쪽을 장식하고 있는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인상적이며, 금년 6월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5762호)으로 등록되었다. 예배당 뒤편에는 전도와 건축에 큰 공을 세운 양두현 지라두 부부의 기념비가 세워져있다.


예산중앙교회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한국교회가 왕성하게 성장하던 1970년대의 건축물이다. 당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교세에 대한 자신감과 복음에 대한 확신이 건물의 위용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웅장하게 솟아오른 종탑과, 3층에서 1층까지 시원하게 뻗어내린 아치기둥이 눈에 띈다. 한 때 장항선 방향에서는 가장 큰 교회당으로 불리기도 했다.


공주학봉교회

계룡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한 번쯤을 고개를 돌리게 될 아름다운 예배당이다. 산자락을 끌어안는 학의 형세를 지닌 이 예배당은 1984년에 지어졌지만, 지금도 최신식 건물 못지않은 산뜻함과 유려함을 자랑한다. 자연석을 사용해 친근감을 살린데다, 한옥의 미와 천연 채광의 매력을 한껏 살린 내부 구조로 충남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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