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기독교윤리연구소‘목회자와 돈’심포지엄

교회 수익사업 소득 납세의무 강조 … 돈 빌려 성전 건축은 비성경적

최근 한기총의 금권선거와 대형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운영으로 불거진 교회 내 분쟁, 교회 및 목회자의 교회자산 수익성 사업 투자 등으로 교회 안팎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목회자의 경제윤리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0월 10일 기독교윤리연구소 주최로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목회자와 돈’ 심포지엄은 기존의 비슷한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나 토론회와 달리, 경영학과 회계학 등 재정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참석해 ‘교회와 목회자가 수익성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성경적인가?’, ‘교회재산은 담임목사 혹은 재정장로 명의로 등기되는 것은 바람직한가?’, ‘목회자와 교회는 납세의 의무를 가지는가?’, ‘목회자가 거액의 퇴직금을 받는 것이 옳은가?’, ‘교회와 교단 직분자 임명에 돈이 오가는 것은 정당한가?’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성경적으로 분석하고 논의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재정 전문가들이 “바른 동기와 원칙에 따른 교회재정의 사용 및 투자를 통한 이익 창출은 청지기의 사명이며 성경적이다”는 결론을 도출해 눈길을 끌었다.
‘교회와 투자’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박정윤 교수(영남대 경영학부)는 성경 속 ‘달란트 비유’(마태복음 25장)를 인용하며 “자원을 낭비하거나 사장시킬 것이 아니라 주인의 뜻을 바로 이해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투자해 가치를 높이는 것이 재무 청지기가 맡은 바른 투자의 자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교수는 그러한 투자가 주인의 뜻에 합당한 ‘바른 동기’에 따른 것이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교회 재정의 바른 투자 동기는 무엇일까?

▲ 기독교윤리연구소가 ‘목회자윤리’를 주제로 첫번째 심포지엄을 열었다. ‘목회자와 돈’에 패널로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이 올바른 교회재정 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교회재정의 바른 투자 동기는 더 많이 (이웃과 사회에) 나누고 위해 원금을 잘 투자해 부를 배가하고, 미래의 필요를 위해 잉여의 일부를 저축하고, 복음을 유지하고 촉진하기 위한 사역에 투자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특히 박 교수는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를 강조하며 이를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지역과 소외이웃에 기여한 교회의 성공사례를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그러나 성전건축 문제에 있어서는 “성경 그 어디에도 교회가 돈을 빌려 성전을 건축한 사례가 기록된 바 없다”며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성전건축을 하는 일은 ‘비성경적’이라고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하나님의 돈-교회 재정사용의 원칙과 방향’이라는 발제한 황호찬 교수(세종대 경영대학원)는 “선한 청지기라 함은 단순히 주어진 자원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를 투자해 이익을 남기는 능력까지 포함한다”며 교회 재정의 효율적인 투자와 이익 창출이 성경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교회의 재정이 교회 내 특정인의 돈이 아니라 ‘하나님의 돈’이라는 점, 교회운영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이라는 점, 그리고 교인들의 피와 땀이 밴 헌금이라는 점에서 교회가 건전하고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해야만 한다”며 교회 재정사용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특히 황 교수는 “교회에서 사례나 월급을 받는 사람은 소득이 발생한 것이므로 소득세 납부대상”이라며, 교회가 수익사업을 할 경우에는 영리법인 등록을 한 뒤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납세의 의무를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교회의 갱신을 위해서는 서열화 되고 권력화 된 직분제도가 갱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회 직분과 돈의 관계’라는 주제를 발표한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교회 내의 지나치게 많은 직분을 교회 타락의 요인으로 지목하며,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분에 대한 바른 이해와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 목사는 “성경에서 언급된 교회의 직분은 목사, 장로, 집사 정도이지만, 한국교회는 신도 이외에 권찰, 서리집사, 안수집사, 권사, 장로의 수직적 직분으로 서열화 돼 있으며 이러한 직분이 권력화 돼 있다”며 “직분이 은사와 소명에 따른 것을 망각한 한국교회의 직분 제도는 갱신되어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위해 신 목사는 무엇보다 직분의 본질을 매도하는 동시에 서열화 하는 직분 헌금을 폐지하고 불필요한 직분(명예, 공로, 원로직)은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독교윤리연구소 이상원 소장(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은 “한국교회 70~80%는 자립이 어렵거나 근근이 자립하고 있는 영세교회들이며, “어떤 경우에도 이들의 헌신과 기도와 명예가 한국교회의 타락에 대한 비판에 묻혀 버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을 위한 비판’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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