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시선·경제적 부담·불안한 미래 … 마음둘 곳 없는 장애인 가족
교제 나누며 안식 찾는 소망이풍성한교회 ‘자조모임’ 소통의 모델 된다

상처 입은 영혼들과 꽃을 나누세요

▲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거나 장애인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평생 차별과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일이었다. 중증장애인 가족은 사회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미약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불안감을 안고, 수시로 닥치는 우울증을 이겨내야 한다. 수많은 교회가 있지만, 그곳 역시 장애인에게 따뜻한 공간이 아니었다. 소망이풍성한교회와 같이 장애인 가족을 위로하고 품는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 사진은 소망이풍성한교회에서 진행하는 자조모임에서 교제를 나우고 있는 장애인 가족들.
“중증 장애아를 둔 가족으로 산다는 거요? 놀이터를 가든 버스를 타든 어디를 가든지 내 장애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요. 우리 아이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요. 그래서 먼저 다가가지도 못해요. 중중 장애인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늘 한 구석에 어두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따가운 시선들

올해 정훈이는 다섯 살이 됐다. 뇌병변 중증장애인인 정훈이는 다섯 살이지만, 혼자 걷지도 서지도 못한다. 혼자 밥을 먹지도 화장실에 가지도 못한다. 엄마 김지영 씨(가명)의 하루는 정훈이의 하루이다.
지영 씨는 정훈이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나온다. 그녀는 빠듯한 경제사정으로 아들에게 더 많은 치료와 재활의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어렸을 때 아들에게 쏟아지던 시선과 말들로 상처를 받아, 아들이 좋아하는 놀이터도 데려가기 힘든 것이 미안하다.

미선이는 올해 7살이 됐다. 미선이 엄마는 아이가 커갈수록 장애아라는 시선이 점점 힘들어진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가야 하는데, 더 힘들겠지요.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미선이는 그런 사회의 시선으로 힘들어질 거예요”

장애아 부모로서 감수해야 할 것은 마음의 상처만이 아니다.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뻣뻣해진 근육에 보톡스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아야 하고, 수십만원에 이르는 장애인 용 신발과 의자 등 전문보조기를 모두 맞춤으로 제작해서 사용해야 한다. 일주일에 최소한 2~3번 전문 재활치료도 받아야 한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가정생활과 아이 재활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

“직장에서 제 아이가 장애 있는 거 모두 알아요. 아이 때문에 제가 남들보다 일찍 퇴근해야 하는데, 그런 사정을 다른 직원들에게 이해시켜야 해요. 직장 동료를 이해시키려면 그들에게 되게 친절하고 잘해줘야 해요. 그렇게 해야 장애 부모라는 것을 이해해주고 편의를 봐줘요.”

기약할 수 없는 미래

지혁이는 태어날 때 청각장애가 있다고 했다. 조금 크면 성형을 해주면 된다고 했다. 백일이 지났을 때 청력 이상이 있다고 하더니, 돌이 지나도 목을 가누지 못하고 발달장애가 나타났다. 담당 의사는 지적장애 3급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세 살이 됐을 때, 머리뼈가 작아서 뇌가 커지지 않는 소두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병원에 갔는데 지금 머리 크기만 갖고 지혁이가 걷고 말하는 것이 기적이라고 하더라고요. 머리뼈를 잘라서 뇌가 자라도록 하는 개도수술을 하자고 해요. 수술해서 잘될 확률이 10~15% 된다는데. 잘못되면 뇌에 물이 차고, 그러면 물을 빼는 수술을 해야 하고 그때부터 경기를 하고 계속 독한 약을 먹어야 하고… 그래서 그냥 수술을 안했어요.”

수술을 하지 않았지만 지혁이는 뛰어다닐 정도로 잘 컸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공짜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에 가고, 복지관 찾아다니며 저렴한 학습을 받는 것이 전부다. 당장 생활은 꾸려가더라도 남편이 정년퇴직하는 15년 후,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다. 노후 대비나 미래 설계는 아예 생각하지도 못한다.
“정말 나중에 우리 부부가 죽고 나면 지혁이는 어떻게 하지요?”

정훈이 미선이 지혁이 엄마는 장애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워주고, 같은 장애 가족과 만나 마음을 터놓기 위해 교회에 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교회조차 시선이 따가웠다. 말은 안해도 눈빛에서 느껴졌다. 이 교회에서 상처를 입고 다른 교회들을 찾아가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를 데리고 갈만한 교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교회, 새로운 희망

약 일 년 전, 정훈이 미선이 지혁이 가족을 비롯해 장애아를 둔 열 두 가정이 일산의 조그마한 교회에 모였다. 소망이풍성한교회(이하 소풍교회)는 장애인 사역단체인 사단법인 고양밀알과 함께 ‘중중장애인 가정의 삶과 영혼의 회복’을 위해 설립됐다.

이정로 목사와 박성균 목사는 중증장애인 가정은 중증장애라는 무거운 짐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 턱없이 부족한 사회적 지원, 미래에 대한 불안감, 수시로 찾아오는 우울함과 중증장애아 양육의 극심한 부담감 등 총체적인 어려움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소풍교회와 고양밀알은 장애인가족쉼터라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 중증 장애인을 위한 휴식의 공간과 시청각자료 재활기구를 구비해 놓고, 비장애 형제들을 위한 놀이기구와 책도 마련했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인 부모들이 이 곳에서 자연스럽게 교제를 나누며, 신앙을 통해 안식을 얻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소풍교회는 장애인가족쉼터를 기독교 중중장애인 가족의 자조모임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자조모임이란 공통의 문제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서로 도와주고 보호하는 비전문가 조직체이다. 우리나라처럼 장애의 문제가 철저하게 개인에게 전가되는 사회 속에서, 자조모임은 장애 가정들이 서로를 돕고 지원자가 되어주는 장애사역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교회에서도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이 변화되는 것을 보고 있다.

“처음 이 모임에 나왔을 때, 다시 기독교인이 돼야 하나 하고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부담이 너무 많이 됐어요. 그러다가 아이가 다른 비장애인 아이와 너무 가깝게 어울리고, 마음이 통해서 좋았어요. 지금 이 모임 속에서 나는 자유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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