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희 목사(낙도선교회 회장)

섬에서 정말 그리운 것은 육지교회 따뜻한 형제애

 

섬 목회는 사방이 막힌 곳에서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목회하는 것이다. 육지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바다는 삶을 감옥처럼 만든다. 아이가 아파서, 갓난아이 분유가 떨어져 육지로 나가지 못해 밤새 하나님 앞에 살려달라고 기도했다는 이야기는 차라리 추억이다. 할머니 네 분을 놓고 목회한지 15년이 되어도 교인은 그대로이다. 한 분 돌아가시면 한 분 다시 교회로 들어오시고 늘 그 자리이다. 그래도 떠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소명과 그 섬의 영혼들 때문이다. 섬에 들어간 지 15년 만에 4명에서 15명으로 부흥한 섬교회 사모님의 감격과 눈물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바다에 갇힌 섬에는 십년 이상 있으면 정신이상이 된다. 제일 무서운 병은 우울증이다. 영적으로 위로받을 만한 공급처도 없다. 경제적으로도 힘들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우울증이 찾아온다. 한 목사님은 섬 예배당 건축을 위한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육지 교회를 찾았는데 그 교회 목사님이 사찰집사님에게 돈 만원 주어서 보내라고 하시고는 문을 닫고 당회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 후 절대 후원편지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굶어죽었으면 죽었지 못하겠다고 내게 호소했다.

추운 겨울 섬 목회자들의 방은 냉방이다. 기름 값을 대기가 힘들어 추운 겨울 작은 전기장판에 식구들이 모여 잠을 잔다. 한 달 기름 값은 한 달 사례비를 넘긴다.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지붕을 안고 잠드시는 목사님 가족도 있다. 목회를 하다 아프면 큰 병원에 갈 일이 막막하다. 섬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자녀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 어려움이 다시 찾아온다. 섬 학교들은 폐교가 되었고 읍내 교육환경은 열악하다. 섬 목회를 그만두고 싶어진다. 그때는 이미 중년의 나이를 넘긴 목회자가 되어 있다. 새로운 교회로 청빙 받거나 개척하기에는 커리어도 개척자금도 없다. 사실 섬목회를 하면 영적으로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정적으로 탈진되어 간다. 그리고 모든 것에서 고립되어 섬 안에 홀로 남겨진 자기를 발견한다.

섬 목회를 한다는 것은 고난, 외로움, 힘듦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섬 목회를 위한 십자가 흔적일 뿐이다. 외로운 섬에서 정말 힘든 것은 돈이 없는 것도, 성도가 없는 것도, 지붕에 물이 새는 것도 아니라 함께 울어주고 작은 말 한마디 위로 해주는 작은 형제애에 대한 그리움이다.
지난달 복음을 전하기 위한 낙도 봉고차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월성제일교회 안형식 목사님은 교인들이 사준 자가용을 팔아 후원을 해주었다. “저는 교회봉고차를 타면 됩니다. 복음 전하는 낙도봉고차가 하나님이 더 필요로 하시는 것입니다”라는 목사님의 음성 속에 봉고차보다 큰 형제애의 따뜻함을 느꼈다. 이런 형제애 속에 위로의 하나님 얼굴을 만난다. 그래서 섬 목회는 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들과 함께한다는 넉넉한 용기를 갖게 된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을 작은 손수건은 후원금으로 살 수 있지만 마음 속에 흐르는 눈물은 형제애로만 닦을 수 있다. 섬에서 정말 그리운 것은 육지 교회의 형제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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