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겔 마이스터 홍성훈 집사, 국수교회서 5중주 콘서트
5년간 제작 트루에오르겔 5대 한자리 모아 천상의 선율

▲ 5대 트루에오르겔과 바아올린, 첼로, 테너의 앙상블이 펼쳐지고 있다.
트루에오르겔(Truhe Orgel) 5대의 하모니는 고아하고 장엄했다. 수백 개의 파이프를 품은 오르겔에서 울리는 조화로운 떨림은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돼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전 세계 최초로 트루에오르겔 5대가 협연한 오르겔 5중주 콘서트(Orgel Quintet Concert)가 1월 27일 경기도 양평 국수교회(김일현 목사)에서 개최됐다.

▲ 트루에오르겔.
‘모든 문을 통과한다’라는 의미를 지닌 트루에오르겔은 1m 높이의 작은 악기지만 예술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대형 파이프오르겔과 견주어 손색이 없어야 하기에 오르겔 제작의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도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장인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만큼 까다로운 공정과 오랜 경험을 토대로 제작된다.

이러한 미지의 악기를 국내 유일의 오르겔 마이스터 홍성훈 집사(52)가 5년 동안의 고된 과정을 거쳐 5대를 동시에 제작하는 쾌거를 거뒀다. 오르겔 제작에 걸음마 단계인 한국에서 이뤄진 뜻 깊은 성과를 흘러 보낼 수 없었던 홍성훈 집사와 국수교회는 5대의 트루에오르겔을 한자리에 모아 콘서트를 열었고, 이 역사적인 순간에 500여명의 관객이 한적한 농촌교회 공연장을 가득 매웠다.

공연 전 베일에 싸인 5대의 오르겔이 공개됐다. 고운 빛깔의 원목에 수백 개의 은색 파이프로 어우러진 트루에오르겔의 고매한 자태는 한 눈에 봐도 장인의 손길이 배여 있었고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과연 이 장인의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낼지 자못 궁금해졌다.

▲ 국수교회 김일현 목사(사진 왼쪽)와 오르겔 마이스터 홍성훈 집사.
이 날 공연은 오르겔 2중주 ‘두 대의 쳄발로를 위한 모음곡’과 ‘가브리엘의 오보에’ 연주로 시작됐다. 두 대의 오르겔의 소리는 청아했고, 하늘과 땅과 공기의 흐름을 담고 있는 자연음은 금세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어진 바이올린 협연과 첼로 협연과 오르겔 3중주에서는 다른 악기를 빛내주는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트루에오르겔의 또 다른 매력이 발산됐다.

이윽고 역사적인 오르겔 5중주. 박미라 문지영 박세희 임담비 정혜연 씨가 연주한 오르겔 5대의 합주 내내 맑으면서 고혹적인 소리가 연주회장을 휘감았다. 급기야 시간의 문마저 통과해 중세교회의 소리를 완벽히 재현했고,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번 공연은 전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5대 트루에오르겔의 협연이라 의미가 크다. 오르겔 제작 역사가 깊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연주를 제작 역사가 10년 밖에 안 된 한국에서 벌이는 위대한 퍼포먼스였다. 또한 국제 콩쿠르를 휩쓸고 있는 젊은 재원들인 바이올린리스트 홍예린, 첼리스트 배지혜, 테너 이명현 씨가 협연해 공연을 더욱 빛냈다. 특히 홍성훈 집사의 딸인 홍예린 씨는 아버지가 만든 오르겔에 맞춰 연주를 해 주목을 끌었다.

공연 내내 객석에서 브라보를 외치던 홍성훈 집사는 “트루에오르겔은 소박하고 겸손하며 있는 듯 없는 듯 찬송을 완벽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 교회에 전자음을 내는 악기보다는 자연의 음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로 채워지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국수교회에서는 2월 6일에도 선교합창단 아이노스 초청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연간 30회 이상의 음악회를 열어 지역 문화 나눔에 기여하고 있다. 담임 김일현 목사(56)는 “농촌지역에서 문화혜택을 누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교회가 문화사역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국수교회가 다양한 문화 나눔을 장을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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