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행동 합일 ‘총체적 복음’ 채택

세계 3대 기독교 기구 … 9개 대륙·104개 선교단체 회원으로
2014년 한국 총회 앞두고 ‘사회적 책임 강화’ 무게중심 이동

세계복음주의연맹(The World Evangelical Alliance) 세계대회가 2014년에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해 앞서 열리는 WCC에 관심이 쏠려 있기에 WEA는 주목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복음주의계열의 최대 협의체라는 점에서 이 모임을 잘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다양한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어 신학적 논란도 다소 예상된다. WEA는 어떤 모임인지 살펴본다.<편집자 주>

▲ WEA는 성경의 권위와 복음전도를 특색으로 하면서 최근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복음주의 계열의 국제회의인 로잔대회 모습.

WEA와 위원회

WEA는 로마가톨릭교회와 진보적 개신교단체인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4억 2000만 명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대표하고 있는 세계 3대 기독교 기구 가운데 하나다. 북미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9개 대륙(128개국)별 연합회와 빌리 그레이엄 센터, CCC, IVF, 네비게이터, YFC, 위클리프성경번역선교회, 월드비전, 컴패션 등 104개의 선교단체들이 회원으로 속해있다.

1846년 영국에서 10개국 복음주의교회들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교회의 하나됨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가졌다. 이 기도회는 1941년부터 가톨릭과 정교회까지 참여하는 모임으로 확산됐다. 1951년 들어 터키, 인도 등 소수의 아시아 국가를 포함, 21개국으로 외연을 확장시켰으며 이때 세계복음주의연맹(WEF)으로 재출발했다가 2001년 WEA로 개명했다.

WEA 내에는 선교, 신앙자유, 여성, 신학, 청년, IT 등의 위원회가 독립적인 사역을 하고 있다. 회장은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원로)이며 김 목사는 2008년 총회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3년 임기의 세계회장으로 임명됐다. 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광선 목사)가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2014년 한국총회 개최를 위한 자체적인 유치위원회(위원장:엄신형 목사)를 구성하기도 했다. 본부는 밴쿠버, 행정은 오타리오 리치몬드와 시애틀, 언론 미디어는 워싱톤 디씨, 유엔사무국은 뉴욕, IT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이 있다.

WEA 목적과 비전

WEA의 목적은 모든 나라를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것과 근대 선교구조의 쇄신으로 설명할 수 있다. WEA는 자신들의 비전을 “모든 나라를 제자삼고, 사회의 그리스도 중심적 변혁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 기독교 연합과 복음주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대회를 가져왔다. 또 6년마다 총회를 개최, 연맹의 사역지도, 지도자 훈련, 상호 배움과 파트너십 촉진, 전 세계를 향한 영향력과 비전을 제공하고자 했다.

WEA의 신앙고백은 말 그대로 복음적이라고 할 수 있어서, WCC와 달리 한국교회에 큰 거부감은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경관은 “본래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며,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무오하고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이며,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삼위 안에서 영원토록 존재하시는 한분 하나님과 믿음과 행위의 모든 것들에 대해 최상의 권위를 갖는다”는 내용이다. 그리스도에 대해서도 성육신, 무죄, 동정녀 탄생, 대속과 육체적 부활 및 승천, 재림 등을 다 고백하고 있다. 성경과 기독론을 포함, WEA 신앙고백은 성경론, 신론, 기독론, 성령론, 구원론, 교회론, 부활과 영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성경적이고 전통적 신앙과 신학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에는 복음과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 차츰 관심을 갖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신앙고백 문서

첫째 윌로우뱅크 선언이 있다. 1989년 발표된 윌로우뱅크 선언은 유대인을 향한 복음주의자들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선언은 서두에서 “복음은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좋은 소식이다”라고 밝히면서 그리스도론에 대해 명확한 신학을 제시했다. 선언에서는 전통적인 기독론적 고백을 하면서 유대인이건 이방인이건 율법의 행위로 하나님과 평화를 누릴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또 잃어버린 자들과 예수 그리스도의 소식을 나누는 것이 기독교인들에게 최대의 의무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이때 존경과 성실함으로 그들에게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선언의 뜻이었다.

둘째 가톨릭교회와 회의에 관한 보고서가 있다. WEA는 1970년대 이후 복음주의와 로마 가톨릭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1993년 이래로 가톨릭과 국제회의를 가질 필요를 느꼈다. WEA는 회의를 통해 상호 이해 및 가톨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자 노력해오고 있다. 2000년부터는 ‘글로벌크리스천포럼(GCF)’이란 모임으로 접촉이 계속되고 있는데 여기서 WEA는 WCC와 가톨릭과 함께, 핍박받는 교회에 대한 공동 대처 등을 의제로 논의하고 있다. WEA는 그러나 이런 회의 보고서에서 기존의 복음주의적 입장은 지속하고 있다. 즉 “교회는 하나의 기관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의 공동체이며, 교회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 모든 구원받은 자들을 포함한다”와 같은 것들이다.

셋째 복음적 사회참여에 대한 성명들이다. 2007년 8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믿음, 하나님의 섭리, 정치적 참여를 주제로 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서는 그리스도의 주되심에 대한 정당한 인식은 그분을 만물의 주님이라고 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모든 사회 정치적 영역과 모든 나라의 통치자와 구조를 포함한 모든 창조물의 주님이라고 고백했다. 그리스도의 주님 되심은 사회 정치적 문제에 있어 기독교인들이 참여하게 되는 근본적 이유를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전도와 사회적 행동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있어 본질적인 문제라고 선포했다. 가난과 평화, 결혼과 가정, 인간 삶의 존엄과 인종적 정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넷째 총체적 사역에 관한 신학위원회 성명서가 있다. 2008년 10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WEA 신학위원회는 ‘총체적 사역’을 주제로 열렸다. 이는 앞으로 WEA 신학의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졌다. 총체적 사역이란 복음증거와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진 사역을 한다는 의미 뿐 아니라 사회적 필요의 대처에 비기독교인과도 함께 협력할 수 있다는 뜻도 포함했다. 자원을 네트워킹 하여 공유하며 동원하는 능력을 갖춰야 세상에서 일어나는 비극에 빨리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총체적 복음 채택

결론적으로 WEA는 성경의 권위와 복음전도를 특색으로 하면서 최근 들어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갖고 그 방법으로 ‘총체적 복음’을 채택하고 있다. WEA의 밖까지 고려해 본다면 로잔대회선언과 같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최근 복음주의 계열의 전체적인 방향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에 대해 정흥호 교수(아신대)는 “복음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깊은 믿음의 관계를 갖고 거룩한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진리나 역사에 부끄럽지 않도록 믿음의 역동성을 갖는 것”이라면서 “WEA도 복음주의란 믿음과 행동이 분리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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