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한국개최 맞물려 ‘큰 입장차’ 찬반양론 거세
‘바울신학 새관점’ 비판 대세 속 논쟁 재점화 불씨
목회현장에 유익 ‘교회 위한 신학’ 공감대 형성

2010년 한해 신학계의 최대의 화두는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의 신학검증’이었다. 또 ‘바울신학의 새관점 비판’이 관심사였으며, 교회를 돕는 신학이 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올해의 신학계 동향을 결산해 본다. <편집자 주>

▲ WCC 신학 비판은 올해 신학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진보·보수 양측은 많은 세미나를 열었으나 확고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사진은 미래목회 포럼 모습.

WCC 신학 비판

WCC 신학에 대해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각각 다수의 신학세미나를 개최하고 찬반양론을 벌였다. 보수진영에서는 WCC가 보여온 종교다원적 신학사상과 기구적 연합으로서의 교회 일치를 추구하는 것은 성경과 어긋나는 것으로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WCC의 종교 다원적 신학은 일부 회원 기구들의 입장일 뿐 WCC의 신앙고백은 아니며, 기구로서의 교회일치를 추구하는 것 역시 아니라고 반박해 양측이 어떠한 합일점을 찾지 못했다.

가장 먼저 이 문제를 다룬 것은 미래목회포럼이었다. 3월 25일 열린 ‘WCC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포럼에서 박명수 교수(서울신대)는 “WCC가 지나온 역사가 신학의 급진성이나 사상의 편향성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WCC가 2013년 한국에서 총회를 할 때 복음적 교회들을 참여시키려한다면 지금까지 진보적 노선을 반성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병호 교수(총신신대원)는 “WCC는 가시적 교회일치론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비성경적이고 반 교리적”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 WCC를 옹호한 박성원 교수(영남신대)는 “WCC는 삼위일체 신앙에 굳게 선 세계교회연합회”라고 종교다원주의를 부정했으나, “WCC의 궁극적 목적은 분열된 교회가 구조적 일치를 이루어 세상에 하나의 교회를 표방하는 가시적 일치”라고 긍정했다.

이후 열린 관련 세미나도 이같은 논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기할 것은 6월 29일 한국기독교학술원(대표:이종윤 목사)가 동일한 주제로 세미나를 열면서 “WCC 한국개최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었다. 기독교학술원은 이같은 입장을 WCC 본부에 발송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WCC 본부는 총무 명의로 답신을 보내면서 “WCC는 사회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한국교회가 의문시하고 있는 WCC의 신학적 정체성이나 기구적 일치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또 12월 13일 한국연합선교회(회장:이종윤 목사)가 ‘WEA와 WCC의 신학과 선교’를 주제로 신학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장신대 한국일 교수는 “성경이 전해지기 전에, 5000년 전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은 모두 지옥에 갔겠냐”면서 “그런 하나님은 ‘기계적인 하나님’”이라고 말해 종교다원주의 논란을 빚었다.

WCC 한국대회 개최와 관련, 대회 자체까지의 반대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다양하지만, 보수교회들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WCC 신학과 역사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데 의지를 모았다고 할 수 있

▲ 한국기독교학회가 목회자들을 초청해 신학계에 대한 바람을 청취하고 있다.
다. WCC에 대한 신학적 토론은 WCC 본부 인사들의 입장 참여가 없이 국내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으며, 진보 보수간 견해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바울신학 새관점

‘바울신학의 새관점’-즉, 1세기 유대인들은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하나님과 언약관계 안에 머무르는 차원에서 율법을 순종하려한 것이었다-신학사상에 대해 국내 신학계에는 비난 여론이 주를 이뤘다. 한국성경신학회(회장:박형룡)가 2월에 진행한 세미나에서 지금까지의 바울신학 관점을 뒤집는 ‘새관점’ 이론에 대해 장세훈 교수(웨신대)는 “유대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토라 준수의 동기와 목적을 왜곡시켜 토라 준수를 구원의 수단으로 여겼으며 1세기도 마찬가지였다”고 ‘새관점’ 입장을 일축했다. 

이승구 교수(합신)도 “새관점 신학을 주장하는 현존하는 신학자 N.T.라이트는 바울이 로마서 2:13을 통해 행위로 말미암는 칭의를 진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이러한 주장은 그리스도께서 적극적으로 얻으신 의를 믿는 자들에게 전가하신다는 개념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갑종 교수(백석대)도 4월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최갑종) 학술대회에서 “새관점은 칼빈과 종교 개혁자들이 유대교가 율법주의라는 전제로 이신칭의 등 바울 신학을 세운 것은 오류라고 주장해 성경을 지나치게 교회론적 에큐메니컬적으로 보는 해석”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해외에서 ‘새관점’ 신학을 배우고 지지하는 신학자들이 최근 한국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복음적 학회들이 비판 세미나를 연 것은, 신학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바울신학’에 대한 논의를 미리 잠재우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새관점’이 바울신학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1세기 유대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던져준다면서 찬성하는 중견신학자들도 있어 ‘새관점’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평가다.

교회 위한 신학

신학계의 최근 몇 년간 주요한 변화는 교회를 위한 신학을 하겠다는 천명이다. “신학이 오히려 교회성장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개교회 목회자들로부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체되는 교세를 염려하면서, 서구와 같은 신학적 진보성향이 보여지면 한국교회 미래가 곤란하다는 개교회 목회자들의 입장이 신학계에 전달됐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정장복)는 5월 13일 롯데월드호텔에서 ‘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 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신학자들이 목회현장을 너무 고려하지 않고 또 모르고 있다”면서 “목회현장에 애정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또 “신학자들도 안식년에 해외로 나가지 말고 목회현장으로 내려와 목회를 이해해야 한다”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실천신학회(회장:김윤규)는 9월 10일 분당만나교회에서 ‘한국성장동력교회의 비밀’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열고 최근 성장하는 중대형 교회들의 성장비결을 연구발표하기도 했다. 또 각 신학회 회장들로 새로 당선된 신학자들은 대부분 “교회를 위한 신학을 하겠다”는 소견을 밝혔다.

한국교회 교세 성장 염려에 공감하면서 교회와 신학이 손을 잡아가는 형국이어서 긍정적인 점이 적지 않지만, 한편에서는 자칫 교회에 대한 건강한 비판의 칼날마저 무뎌질까 염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신학계에서 관심을 모았던 것은 기독교가, 중고교 역사교과서 등에서 역사적 기여도가 폄하되게 기록된 오류를 회복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장, 열린 예배의 대안으로 미국 복음주의계열에서 시험되는 ‘이머징 예배’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 장로교단 일치의 방법으로 교단 신학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고 신학교 다원화를 인정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었다.

2010 신학계 일지
1.28 : 실천신대(총장:은준관) 실천신학콜로키움, 작은 교회 목회 활로 모색
2.5~6 : 한국실천신학회 총회, 신임회장 김윤규 교수
2.8 : WCC성경신학회(회장:박형룡), ‘N.T. 라이트 신학에 대한 성경신학적 고찰’ 논문발표회
3월 : 예장고신, <평신도를 위한 요한계시록 공과> 출간
3.20 : 복음주의선교신학회 총회, 신임회장 안희열 교수
3.25 : 미래목회포럼(대표:김인환), ‘한국교회, WCC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포럼
4.3 :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회장:이은선), 합동WCC대책위(위원장:서기행), ‘WCC에 대한 역사 신학적 고찰’세미나
4월 : <목회와 신학> ‘WCC 신학입장’ 설문조사, 반대 51.03%, 반대이유는 종교다원주의성향 때문(91.95%)
4.7 :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박명수) ‘한국기독교 역사의 재인식’ 강좌
4.15 : 성경통독원(원장:조병호), ‘통매니페스토’ 예수선언 성경선언 발표
4.22 :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정기총회, 최갑종 교수(백석대 부총장) 신임회장
4.30 :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조성돈), ‘예배 포스트모던에 답하다’ 세미나
5.10 : 한국신약학회 총회, 성종현 목사 신임회장
5.8 : 한국개혁신학회(회장:권호덕), ‘새관점’ 신학세미나
5.13 : 한국기독교학회(회장:정장복), 신학자와 목회자의 만남
5.25~27 : 실천신대(총장:은준관), ‘어린이 없는 교회’ 심포지엄
5.28~29 : 한국구약학회(회장:왕대일), 국제학술대회
6.12 : 개혁주의생명신학회(회장:최갑종), 트렘퍼 롱맨 초청 학술회 
6.12 : 교회사학연구소(소장:이양호), ‘장로교 재통합’ 세미나 
6.21 : 한국실천신학회(회장:위형윤), ‘바람직한 한국교회의 실천신학적 방향과 실제’ 학술대회 
7월 : 개혁주의이론실천학회 창립, 김영한 교수 회장
8.19~20: 한국칼빈주의연구원(원장:정성구), 설립 30주년
8.22~27  :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조성돈), 자살예방학교
10.9 : 제 10회 세계칼빈학회, 남아프리카공화국
10.15 : 개혁신학회(회장:김인환), ‘WCC 신학’ 세미나, 정기총회 김근수 목사 신임회장
10.22 : WCC, 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이종성)에 “WCC는 공산주의 인정않는다” 서신 보내
10.30 : 한국기독교학회(회장:정장복), ‘한국그리스도인의 인간성 성찰’ 정기학술대회
11.20 :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최갑종) ‘교회연합 일치’ 논문발표회
11.23 : 한국설교학회(회장:정인교), ‘성경인물설교’ 학술대회
12.13 :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박명수), ‘정부 종교문화정책’ 비판 세미나
11.26 :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조성돈), ‘회심을 말하다’ 세미나
12.13 : 한국연합선교회(회장:이종윤), ‘WEA와 WCC의 신학과 선교’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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