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만난 사람1] ‘소외된 이웃의 어머니’ 강명순 국회의원

‘죽어도 좋다’ 각오로 결식아동 등 빈곤계층 복지예산 확보위해 전력
국민아픔 다독이지 못한 예산안 통과, 어렵지만 묵묵히 책임 다할 것

▲ 강명순 국회의원이 빈곤층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고 있다. 12월 3일 국회의원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1976년 스물네 살에 서울 사당동 판자촌에서 가난하고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강명순 국회의원. 이후 35년 동안 강 의원의 삶은 오직 한 길이었다. ‘강명순’ 이름 앞에 붙는 직함은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사장과 목사 그리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 국회의원 등으로 화려하게 변했지만, 언제나 그의 눈은 낮은 곳으로 향했고, 삶은 눈물과 한숨이 가득한 사람들 옆이었다. 

 ‘빈곤 결식 아동의 대모’로 불리던 강명순 목사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지 3년이 지났다. 강 의원은 그동안 다른 국회의원들과 공무원들에게 “빈곤 아동과 결식 아동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는 협박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 의원과 함께 ‘빈곤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회의원을 100여 명이나 모아 특별위원회(빈나특위)까지 만들었다. 무엇보다 매일 아침 7시 국회의사당 지하 예배실에서 골방기도회를 시작해 벌써 620회를 넘기고 있다.

12월 12일 남편 정명기 목사와 함께 사역하는 안산제일교회에서 강명순 국회의원을 만났다. 2011년 정부예산안을 둘러싼 국회폭력 사건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아 온 몸이 쑤신다고 했다.

“연평도 사건으로 젊은이와 노동자가 죽은 것이 너무 가슴 아프고, 전시와 같은 상황 속에서 국방에 초점이 맞춰져 또 빈곤층을 위한 예산이 삭감될까봐 너무 걱정했어요. 일주일 동안 금식을 하며 기도하고 있었는데, (국회에서 예산안) 사건이 터졌어요. 어떻게 할 수 있는 힘도 없었지만, 눈물이 나서 구석에서 기도만 했어요.”

강명순 의원은 2008년 국회의원이 된 이래 해마다 연말이면 빈곤층을 위한 예산 확보에 목소리를 높이고, 예산 증액을 위해 애썼지만 올해는 너무 힘들었다. 정계는 이미 4대강 등으로 꽁꽁 얼어있었는데 북한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터진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긴급한 일이나 경제위기로 예산삭감을 해야 할 때 극빈층에 대한 예산만큼은 삭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예산을 줄이면, 빈곤층은 삶의 질이 급속히 떨어지고 기초생활마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장 먼저 예산삭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복지 관련 예산이 아닌가.

“우리나라 2010년 빈곤아동복지예산이 얼마인지 알아요? 1699억 원 밖에 안돼요. 복지부 전체 예산(33조 5541억원)의 0.51%에요. 빈곤 아동들이 복지시설에서 먹는 한 끼 밥값과 간식비가 1235원이에요. 연평도 사건으로 전시와 같은 상황이지만, 이런 절대빈곤의 아이들을 위한 예산이 줄어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강명순 의원은 이번에 빈곤아동을 위한 예산 10개를 비롯해, 다문화가정 뇌병변장애아동 아동학대예방 마약퇴치 노숙인 등 빈곤층 지원을 위한 예산안 20개를 지정해서 올렸다. 상황을 생각하면, 이 예산 증액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결국 그는 사고를 쳤다. 지난 3일 국회의원으로서 연평도에서 일하다가 희생당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빈곤 아동과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며 머리카락을 잘랐다. 아예 삭발을 하려다 주위에서 만류해 짧게 자르는 선에서 멈추었다. 그의 행동이 예산 배정을 위한 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3년 내내 빈곤아동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강 의원을 아는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은 한순간의 치기로 보지 않았다.

이후 “국회의원으로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게” 예산안이 통과되고, 강 의원은 그때서야 자신이 상정한 예산안을 확인했다고 한다.

▲ 강명순 국회의원은 어느 자리에 있든 빈곤 결식 아동을 위한 사역에 매진했다. 강 의원이 부스러기선교회를 방문해 요셉이를 안고 있는 모습(왼쪽 큰 사진)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장면(오른쪽 가운데). 강 의원은 빈나특위를 만들어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빈곤 문제의 시급성을 알렸고(오른쪽 위), 이런 활동으로 2010 우수국회의원상을 받기도 했다(오른쪽 아래). 사진제공=강명순국회의원실
“20개 예산안 중에서 12가지가 증액됐더군요. 금액으로는 130억 정도고, 전체 예산이 2300억원 정도 돼요. 사실 연평도 주민을 지원하고 무기 보완을 위해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서해5도 특별지원 등 급한 예산이 많았어요. 또 국회 예결산 계수조정 소위원회에서 감액만 논의하고, 증액은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서 하나도 증액이 안 될 수도 있었어요.” 강 의원은 12월 9일 홈페이지에 <죄송합니다 그러나 감사합니다>라는 글 속에 ‘예산확보 투쟁기’를 올렸다.

이렇듯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으로 강명순 의원은 지난 8월 사회정의시민행동에서 주는 ‘공동선 의정활동상’을 받기도 했다.

“저는 빈곤 아동과 청소년 등 빈곤층을 위한 복지를 위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잖아요. 빈곤아동이 없는 나라를 위해서 제 자리에서 제 일을 하는 겁니다. 지금 빈나2020(주:2020년까지 빈곤 결식아동 없는 나라 만들기 운동)이 50% 정도는 된 거 같습니다. 정부도 빈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어요.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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