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활비는 목회자존감 허물지 않는 마지노선
교단 강력한 실천의지로 통계작업부터 시작해야

“저는 당당하게 목회를 하고 싶습니다. 선교비라는 명목으로 주는 10만원에 머리를 숙입니다. 생활비 앞에 사역은 고사하고 인간적인 자존감도 사라집니다.”
“농어촌 교회 목회자와 도시 교회 목회자는 같은 소명으로 사역하고,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목회자일까요?”

“총회 최저생활비 지원요? 이제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상암동에 수 백 억 투자할 돈은 있어도 농어촌 목회자 지원할 돈은 없는 게 총회입니다.”

농어촌 목회자들에게 ‘총회 최저생활비’를 꺼내기가 미안했다. 목회자들은 시골 목회를 고난으로 여기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며 기도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다고 했다.
총회 최저생활비는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에게 이렇게 자괴감을 안겨줄 정도로 시행하기 힘든 것인가?
무엇 때문에 총회는 88회 총회 이후 최저생활비를 시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최저생활비가 시행되지 않는 이유
현재 총회본부는 완전자립교회 수준인 장년성도 수 50인 이상 교회를 전체 교회의 약 60%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 지난 94회 총회에서 최저생활비 시행이 결의되자 총회본부는 급하게 미자립교회 파악에 나섰다. 미자립교회 조사 방법은 노회나 전국 교회에 공문을 보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한 것이 아니라, 몇 몇 노회와 지역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벌여 대략 “연예산 36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미자립교회가 4400여 교회”라고 밝혔다.

▲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이 농촌지역개발을 위해 새로운 영농기술을 탐방하고 있다.
연예산이 24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교회는 2410 교회 정도라고 한다.
이 통계에 따라 총회본부는 36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미자립교회를 모두 지원하기 위해서는 52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눈높이를 낮춰 24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미자립교회를 지원할 경우, 16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총회본부는 막대한 돈이지만, 전국의 4170여 개의 자립교회가 교회예산의 1%를 납부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총회본부의 최저생활비 지원 방식(안)의 현실성 문제는 따지지 않겠다. 그러나 총회본부의 설명에서 왜 최저생활비 제도를 시행할 수 없는지 이유가 나온다.
총회본부는 지금 교단 내에 미자립교회가 몇 교회인지 정확히 파악도 못하고 있다. 최저생활비를 지원 하려면 현재 미자립교회가 얼마나 되는지, 미자립교회가 지원받고 있는 선교비는 얼마인지, 어느 자립교회가 미자립교회를 얼마나 지원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정확한 사업예산이 나온다.

그러나 총회본부는 88회 총회 이후, 지난 6년 동안 이런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최저생활비 지원이 계속 늦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다.

최저생활비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
혹시나 하고 6년 넘게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자체적으로 최저생활비 제도를 시행하는 노회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경노회가 ‘미자립교회 자립화 지원’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이리노회가 목회자 최저생활비 및 교회 개척자금 지원위원회를 설립해 내년부터 미자립교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리노회는 일단 월생활비가 100만원 미만인 목회자를 대상으로, 노회에서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만큼 지원할 예정이다.

이 노회들은 단순히 생활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생활비 지원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최저생활비 지원은 목회자가 자존감을 갖고 사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생계가 위협을 받을 때 자신이 무능력하게 느껴지고, 사역에 무력감이 생기고, 결국 자신이 목회자로 부름을 받았는지 의심하게 된다고 했다.

최저생활비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이에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넘어, 소명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농어촌 지역은 도시 교회가 상상할 수 없는 상태다.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성도 수가 감소하고 청년 성도가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쌀과 쇠고기 등 농산물 수입으로 경제 기반이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은 인적 물적 자원이 피폐해진 농어촌에서 절망하는 성도를 돌보고 있다.
성도들을 위해 사역해야 할 목회자들이 지금 무력감을 느끼며 무릎을 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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