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프레다임, 아취 리 교수에게 듣는 세계 구약학 동향

공동체 고려한 본문 해석 더 강조돼야
어떤 해석도 성경 권위 넘어선 안돼
학자들 교회 도움되는 연구성과 내놔야

세계적인 구약학자인 테렌스 프레다임 교수(루터대)와 아취 리 교수(홍콩중문대)가 방한했다. 두 사람은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감신대에서 열린 한국구약학회(회장:왕대일 목사) 국제학술대회와 5월 27일 한국신학정보연구원(원장:김정우 목사)에서 강연했다. 두 학자에게 구약학의 동향과 구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법을 들었다. <편집자 주>

최근 구약학의 세계적인 동향을 말씀해주십시오.

 

▲ 테렌스 프레다임 교수가 문서비평은 추측에 의존하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테렌스 프레다임 교수:지금까지 구약학 연구는 성경 외의 다른 전승들이나 자료들을 사용하고 성경본문은 자료비평과 편집 비평적 관점에서 되어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문제가 있으며 현재 우리에게 전해진 최종형태의 성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본문의 이전 형태들을 논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은 그것들이 추측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비평이 본문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우리 앞에 있는 성경본문이다. 또한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 나, 즉 독자에 따라 성경 해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이 성경을 보는 것과 미국인이 성경을 읽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구약성경의 하나님에 대해 관심이 크다. 지금까지 하나님에 대한 이해는 편협된 측면이 있었다. 즉 하나님의 구원사역의 측면에서 하나님을 이해함으로 하나님의 이미지가 다소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나님에 대해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나는 구원보다 창조의 하나님으로서 연구를 하고 있다. 하나님은 구원의 하나님이시만 창조의 하나님이시며, 무섭고 엄위하신 분일뿐 아니라 포용의 하나님이시다.

=아취 리 교수:제가 10여 년 동안 SBL(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세계적인 성경연구기구)에 참석하면서 최근으로 올수록 상황적 성경해석에 대한 발제가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학자들이 상황에 따라 성경해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연구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독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학자들은 성경본문과 상황과의 연관성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이런 관점에 만족하지는 못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의 연구가 성경본문을 우선시하고 상황은 본문의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상황과 본문이 동등하게 소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구약연구에서 본문비평을 시도함으로 성경을 여러 개로 찢어놓은 것은 잘못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본문으로서의 성경에 최고의 권위를 부여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최종 본문으로서의 성경은 정경화되는 과정에서 더 권위 있는 이들의 관점이 삽입됐다. 라틴아메리카나 아시아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목소리는 묻혀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상황이 본문에 종속된 연구경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상황을 고려한 본문해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경의 권위는 성경 자체 안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성경을 경전으로 받아들이는 공동체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성경의 권위를 부인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 문화, 지식의 바탕을 가지고 성경을 읽는다. 이는 성경이 아닌 다른 텍스트를 읽을 때도 해당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렌스 프레다임 교수:성경의 권위와 해석자의 권위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의 권위와 해석자의 권위를 혼동하고 있다. 우리는 해석자의 권위에 의존한 성경해석의 내용을 마치 성경 자체의 권위처럼 받아들일 때가 있다.

 

▲ 아취 리 교수가 성경 독자들의 상황을 고려한 본문 해석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취 리 교수:성경의 권위라고 할 때 특정한 교회가 해석한 교리만이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교회가 기존에 해놓은 해석과 다른 해석이 나올 때 이를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른 연구자의 자세가 아니다.

 

구약학은 어렵고 교회 성장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다. 

=아취 리 교수:구약은 쉬운 책이 아니다. 구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교회에서 성경연구를 한다고 할 때 성경 안에 무슨 말씀이 있는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살피려고 하기보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교리적인 믿음을 성경 안의 구절을 통해 확인하려는 경향을 본다. 이것은 진정한 성경연구가 될 수 없다. 구약은 도전적이고 깊은 뜻이 있는 성경이다. 교리를 확인하기 위해 구약의 구절을 찾으려는 것은 성경에 쉽게 접근하려는 태도이다. 다시 말하지만 구약은 연구가 필요한 책이다.

나는 구약 연구를 위해 신약을 먼저 읽고 신약의 약속 성취 관점에서 구약을 보는 태도는 지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약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하고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을 발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구약부터 읽고 신약을 읽어나가기를 바란다.

또 강단에서 구약본문으로 설교를 할 때 자주 인용되는 본문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것도 유익하지만 구약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게 될 경우, 교회를 40, 50년 다녀도 성경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갖지 못하게 된다. 나는 목회자들에게 교회력에 따른 설교나, 교단에서 마련한 3년 또는 몇 년간의 주기로 편성된 본문을 가지고 말씀을 전하기를 권한다. 이렇게 할 때 목회자는 자의적으로 본문을 선택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선택하게 되며 성경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테렌스 프레다임 교수: 아취 리 교수가 말한 교회력에 따른 설교에도 생각해 볼 점이 있는데 그것은 구약, 신약, 시편, 서신서에서 설교가 택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제기되는 구약은 약속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목회자들과 구약학자들에게 주실 말씀은.

=아취 리 교수:목회자들이 더욱 풍성한 설교를 전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 3년간 목회를 했을 때 토요일은 다른 일을 멈추고 오직 성경을 읽었다. 최소한 토요일은 성경연구와 설교의 날로 구별해야 한다. 이것은 청중들에게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목회자 자신에게도 유익하다.

=테렌스 프레다임 교수: 구약학자들이 교회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 특히 서구학자들은 구약의 언어연구에만 지나치게 집착한다. 교회 회중들에 대한 고려가 적은 것이다. 학문적 관점만 가지고 구약을 연구하지 말고 교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구약 안의 신학적 의미와 하나님의 의미를 전달하는 자세로 학문을 하기를 바란다. <한신대 이영미 교수가 통역을 도왔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