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농촌교회 연합사역

▲ 남원시 아영면 일대 아홉 교회가 연대해서 전개하는 노인대학.

노인복지·교회학교 운영 힘 합치니 ‘큰 결실’

남원시 아영면 일대에는 9개 교회가 있다. 합동 통합 고신 기감 기장 등 소속 교단도 서로 다르고, 목회 스타일도 제 각각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 특히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주민들은 이들 아홉 교회를 하나의 ‘교회’로 인식한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교회들이 지역사회에 ‘한 몸’으로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7년 전 몇 교회가 노인대학을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산간오지에 가까운 농촌지역이라 문맹 노인이 적지 않은데 착안해 한 교회가 시작한 한글교실이, 이웃교회들의 동참과 협력으로 노인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노인대학은 지금은 아영면교회연합회(회장:강기원 목사)가 주관해 관내 교회 전체가 동역하는 사역이 되었다. 겨울 농한기인 12월에 시작돼 이듬해 2월까지 계속되는 경로대학에는 교인들 뿐 아니라 불신자들도 참여한다. 오히려 불신자들의 비율이 훨씬 높은 편이다.

노인대학에 필요한 인력들은 각 교회에서 차출하고, 예배인도와 식사준비는 아홉 교회가 돌아가면서 감당한다. 지역교회들이 힘을 합치자, 지역사회에서도 호응이 잇따랐다. 아영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노인대학을 위해 강당과 컴퓨터실을 개방했고, 얼마 전부터는 남원시에서도 일정액의 노인대학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아영면교회연합회는 일 년에 한 차례 열리는 연합성회의 헌금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장학금으로 기탁하며 화답한다. 처음 노인대학을 창설할 당시 활약했던 목회자들 중 상당수가 이미 임지를 옮겼음에도, 후임자들이 노인대학을 통한 연합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경로대학 학장을 맡아온 최창용 목사(일대교회)는 “아영면 자체가 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특별히 교세가 큰 교회도 없어 사실 개교회 힘만으로는 노인대학 운영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불교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 기독교의 위상을 높이고, 지역복음화에 대한 비전을 키워갈 수 있었던 것은 경로대학을 통한 연합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진안군 성수면과 백운면 관내 교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매 주일마다 연합으로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주일학교 운영을 한 것이다. 개 교회별로는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운영하기 힘들었던 주일학교도, 여러 교회가 힘을 모으니 풍성한 규모가 되었다.

공간 여유가 있는 교회는 예배당을 제공했고, 인력을 갖춘 교회는 교사들을 보내왔다. 목회자들도 차량수송, 설교, 간식제공 등 각기 역할을 분담하며, 어린이들을 위해 한 마음이 되었다. 방치되어있던 시골 아이들은 ‘교회’를 통해 즐거움을 만끽했고, 예수의 사랑을 배웠다.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연합주일학교 사역은 3년 전 중단했지만, 당시의 연합은 아직도 지역교회들 사이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민규 목사(성신교회)는 “작은 농촌교회들도 힘을 합치면 힘찬 사역을 펼치며, 복음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회합병이라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이웃교회들끼리 조금씩 마음을 열기만 한다면 농촌교회가 해쳐나갈 수 있는 활로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선인들의 교훈을 요즘 농촌교회들이 되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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