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체계적 해설 핵심 접근
〈스펄전의…〉‘탁월한 집중의 결과’인 스펄전 175편 설교 분석

▲ 모처럼 질적·양적으로 무게 있는 신학 서적이 선을 보였다. 〈스펄전의 이적과 비유 설교〉와 〈개혁주의 신앙의 기초〉가 그것이다.
칼빈 탄생 500주년을 통해 한국교회에 심겨진 개혁주의 신앙 정체성 찾기에 대한 열정이, 해를 넘겨서도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에 발표된 두 권의 중량감 있는 책들은 2010년 들어서도 한국교회 신학의 화두가 여전히 개혁주의 신학의 회복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한권은 개혁주의 신앙의 핵심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알려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대한 해설집이며 또 한 권은 개혁교회가 가장 강조한 예배의 요소인 설교에 대해 ‘설교의 황제’라고까지 불린 찰스 스펄전 목사(1834-1892)가 생전에 행한 설교 모음집이다. 

먼저 김은수 교수가 집필한 〈개혁주의 신앙의 기초〉(SFC간, 전 3권)는 개혁주의 교리의 가장 완벽한 체계요,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의 해설서다. 이 책은 저자가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서울교회(이종윤 목사)에서 성도들을 대상으로 2년간 강의하면서 엮은 것으로 책의 순서를 따라 진행하면서 교역자들이 성도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집필된 것이 특징이다. 책은 제1권 하나님, 인간, 예수 그리스도, 제2권 성령 하나님, 구원, 교회, 제3권 주기도문, 십계명으로 구성됐다. 또 부록으로 소요리문답 연간 교육일정표를 싣고 있는데 모두 50회 분량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분류했다.

이 책의 특징은 사도적 정통신앙과 칼빈주의적 개혁파 정통신학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의 핵심을 체계적으로 요약했으며 또 현대적으로 풀어 적용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본서의 구조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의 순서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대신 신학적 교리와 신앙의 실천적 부분으로 나누었다. 그것은 다시 기독교 신앙과 삶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세 가지 문서인 〈사도신경〉, 〈주기도문〉, 〈십계명〉을 차례로 해설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사도신경이 기독교 신앙 교리의 기초라면, 주기도문은 기도의 기초이고, 십계명은 삶의 실천을 위한 기초 규범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특색은 소요리문답에는 은혜의 방편(말씀, 성례, 기도)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교회론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빠져있는데 이 책에 특강형식으로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직신학의 전체적인 교리 부분을 정리하고 공부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조직신학과 역사신학 및 성경 신학의 유기적인 접목을 시도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소요리문답의 문답들을 조직신학의 항목에 따라 해설하면서 역사 신학적 배경과 발전 및 성경신학적 논의와 연결시키고자 노력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은 17세기 영국에서 청교도들, 즉 전국적으로 성직자와 신학자들(121명), 그리고 평신도 상하원 사정관들(30명) 등 모두 151명의 대표들이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교회당에서 모여 6년간(1643-1649년), 1163회의 모임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인 기독교 신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4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한국장로교회를 비롯한 세계의 개신교회들이 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신앙의 교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소요리문답 해설서가 발간된 것에 대해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이단문제와 성장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해무 박사(고신대원)는 “한국교회는 크게 성장하면서도 내실까지는 구비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단이 생겨났고, 교회가 분열했고, 교인들이 부정과 부패에 개입했다”면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교리교육의 부재였다”고 강조했다.

서문 강 목사가 번역한 〈스펄전의 이적과 비유 설교〉(크리스챤다이제스트간)는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침례교 설교자인 찰스 스펄전이 예수님의 이적과 비유를 주제로 한 175편의 설교를 번역한 책이다. 서문강 목사는 로이드 존스 목사의 〈로마서 강해〉(전 9권) 등 유명 목회자들의 적지 않은 분량의 설교를 번역해왔는데 이번 스펄전 설교를 번역하는데도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렇다면 왜 서문강 목사는 설교 번역에 이처럼 많은 수고를 쏟는 것일까? “교회사적으로 볼 때에 어떤 동기나 이유로든 ‘설교의 가치와 능력과 영광을 알지 못하는 시대의 교회의 영성’은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세교회가 그러했고,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엽의 시대들이 그러했다. 종교개혁도 따지고 보면 하나님께서 교회에 부여해 주신 설교 제도의 의도에 충실하게 돌아간 ‘설교의 회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전체 교회사 중에서 가장 탁월하고 영감 넘치는 설교를 했던 설교자 가운데 한 사람인 스펄전 목사의 설교를 되새기고 그의 설교를 연구한다는 것은 한국교회 강단 회복에 유익을 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스펄전의 설교는 오늘날의 설교와 비교해 볼 때 현대 교회지도자들을 숙연케 한다. 먼저 설교를 풀어 읽을 경우, 한 편당 60~70분 분량 정도로 길다. 또 이 책에 실린 175편의 설교가 예수님의 이적과 비유라는 단일 주제로 써졌다는 점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스펄전 목사가 예수 그리스도에 얼마나 집중했고, 관련 성경을 깊이 연구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오늘날 목회자들이 설교를 준비할 때 본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또한 스펄전의 설교는 복음 전도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스펄전의 설교에 대해 스펄전의 외손자요, 스펄전의 거의 모든 설교가 진행된 영국의 ‘메트로폴리탄 태버너클 교회’ 담임 피터 매스터즈 목사는 “이 설교들에서 스펄전 목사가 성경의 각 구절에서 메시지를 어떻게 끌어내어 청중의 마음과 생각에 어떤 식으로 적용하는지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말씀을 수종드는 일을 위해 가장 훌륭한 훈련을 받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칼빈 탄생 500주년을 지나면서 계속해서 개혁주의 신앙을 전수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신학적 작업들이 진행되고 수년간의 준비 끝에 무게 있는 책들로 편찬되어 나오는 것은 한국교회를 회복시키는 청신호가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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