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신학회 논문발표회서 톰 라이트 회심의 개념 비판 잇따라
“1세기 유대교 이해 차이…이신칭의 등 전통적 입장 훼손 안돼”

‘바울신학의 새관점’(이하 새관점)은 올해 국내 신약학계의 최대 논쟁거리다. 새관점은 바울신학의 대가로 알려진 김세윤 교수가 〈바울신학과 새관점〉(2002)에서 이미 비판한 바 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해 한국 신학계는 앞 다투어 새관점을 주제로 신학세미나를 잇따라 계획해, 새관점에서 새롭게 제기하고 있는 이신칭의 등으로 대표되는 바울신학의 주제들에 대해 확실한 입장 정리를 하려고 하고 있다.

▲ 성경신학회가 주최한 톰 라이트 신학 세미나에는 300여 명이 참석해 바울신학의 새관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복음주의신학회와 한국개혁신학회가 4월과 5월에 같은 주제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성경신학회(회장:박형룡)가 2월 8일 신반포중앙교회(김성봉 목사)에서 ‘N.T. 라이트 신학에 대한 성경신학적 입장’이라는 주제로 제25차 정기논문 발표회를 가졌다. 국내 신학계가 새관점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새관점을 그대로 따를 경우, 바울신학의 전통적 관점이 바뀌고 루터와 칼빈이 지지했던 이신칭의 개념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새관점은 유대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전제로 샌더스(E.P. Sanders)와 던(J. Dunn) 등이 문제제기 한 이후 비평학자들 뿐만 아니라 복음주의 학자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수용됐다. 즉 샌더스 등은 1세기 유대교인들은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하나님과의 언약관계 안에 머무르는 차원에서 율법을 순종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도바울도 이러한 관점을 가졌는데 종교개혁자들이 잘못 해석해왔다고 말했다. 성경신학회가 주제로 삼은 톰 라이트는 새관점을 지지하는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이 큰 복음주의자라는 점에서 예의 주시되고 있다.

먼저 톰라이트는 칭의의 개념을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나온 사람의 삶의 결과에 대한 하나님의 선언하시는 판결”이라고 정의한다. 이승구 교수(합동신대원)에 따르면 라이트는 “오직 율법을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하심을 받으리니(롬 2:13)”라는 말씀을 매우 강조하면서 바울이 이 구절에서 행위로 말미암는 칭의를 진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라이트는 현재의 칭의는 종국적으로 하나님이 행위로 말미암아 의롭다 칭해주실 것을 믿는 믿음에 근거해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승구 교수는 이러한 라이트의 주장은 “그리스도께서 적극적으로 얻으신 의를 믿는 자들에게 전가하신다는 개념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톰 라이트는 이신칭의를 믿는 믿음을 통해 의롭다 함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복음 자체를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라이트의 복음의 정의는 의, 즉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성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전통 개념과 다르다. 또 라이트는 지옥을 예루살렘의 힌놈의 골짜기, 하늘을 우리의 일상적 삶의 또 다른 숨겨진 차원으로 정의하는가 하면, 예수가 참 메시아인 근거는 예수님의 부활 때문이라는 등 파격적인 주장을 해왔다.

그럼 톰 라이트의 주장이 전통적 개혁신학의 그것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장세훈 교수(국제신대원)는 1세기 유대교에 대한 이해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학설과 달리 톰 라이트는 바울 시대의 유대교가 토라 준수를 통해 구원을 이루려 했던 행위 의존적 율법종교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트는 유대인들에게 율법의 행위들은 신의 호의를 얻어내기 위해 율법주의자가 올라야 했던 사다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안에 계속 머물면서 혹은 언약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토라를 준수했던 것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라이트는 사도바울도 1세기 유대교에 대한 이같은 이해를 가지고 성경을 기술했으며 본래 구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행위 지향적 율법주의를 공격하지 않았는데, 종교개혁자들이 오해했다고 까지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세훈 교수는 “하나님이 유대인들에게 토라를 주셨을 때 언약 백성으로 부름 받은 이스라엘의 언약적 의무 차원에서 주셨고 이스라엘 백성들도 이미 베풀어주신 구원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반응으로 토라를 준수했던 것은 사실이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선지자들이 비판했듯이 유대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토라 준수의 동기와 목적을 왜곡시켜 토라 준수를 구원의 수단으로 여겼으며 이는 1세기 당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톰 라이트는 유대인들의 토라 이해가 구약의 토라 이해를 계승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며 이런 전제 때문에 톰 라이트가 급진적 칭의 개념 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 장 교수의 분석이다.

톰 라이트는 성공회 목회자이면서 역사적 예수 분야에서 공헌하는 훌륭한 학자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신학은 현 시대에 기독교의 영향력 제고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해 복음주의계열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의 주장의 바탕에는 바울신학의 새관점 및 1세기 유대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은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가는 기독교계에 깨우치는 바가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신칭의 등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김현광 교수(한국성서대)는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되는 방법은 행위가 아닌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임이 분명하다”면서 “이스라엘의 회복만을 위해 죽은 예수가 아니라 온 인류를 위해 대신 죽으신 예수를 변함없이 설교하며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라스 토마스 라이트(Nicholas Thomas Wright, 약칭 N.T Wright) 또는 톰 라이트(Tom Wright) 주교(1948년 12월 1일~ )는 영국 성공회 주교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에서 신약성서학을 가르쳤으며, 2003년 영국 성공회 더럼교구 교구장(Bishop of Durham in the Church of England)으로 선출됐다. 제3의 역사적 예수 읽기(Third Quest for the Historical Jesus)와 새로운 사도 바울 읽기(the New Perspective on Paul)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톰 라이트와 함께 하는 기독교여행〉(IVP), 〈예수〉(살림출판사), 〈Jesus 코드〉(한국성서유니온선교회), 〈악과 하나님의 정의〉(IVP),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크리스챤 다이제스트), 〈하나님의 아들의 부활〉(크리스챤 다이제스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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