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강화 · 전문화된 목회자 양성에 진력
'설교대학원' 신설, 깊이있는 연구 · 수업 병행

'21세기 인재 요람' 총회 신학교 탐방 ② 

칼빈대학교(총장:길자연 목사)를 찾아가는 길은 의외로 짧았다. 시원하게 뚫린 분당-내곡간 도시고속화 도로를 이용해 강남을 떠나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용인시이지만 서울에서부터 접근성이 매우 수월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주변에 높이 들어선 현대식 아파트 군의 위용 속에서 도로 확장을 비롯한 각종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모습은 앞으로 칼빈대학교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쉽게 짐작하게 했다. 칼빈대학교의 아담하고도 아름다운 교정 안에서도 1954년에 설립돼 55개 성상을 지나온 전통과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부단한 자기개혁의 힘찬 숨결이 요동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칼빈대학교의 교정에는 [개혁신학의 요람]이라는 표석이 있다. 이는 칼빈대학교가 추구하는 철학과 정신이요, 칼빈대학교가 지키고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와 자기정체성이다. 그리고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은 모든 일에 하나님 주권을 인정하고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깊이 묵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칼빈대학교는 [1.2.10운동]과 [1.2.20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학부는 하루 2시간 기도와 성경 10장을 읽고, 신대원은 하루 2시간 기도와 성경 20장 읽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학교는 이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기 위해 매 학기 영성훈련 우수학생 10명을 선발해 10일 일정의 성지 순례 및 미국 또는 유럽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칼빈대학교는 신앙의 전통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 시대가 요구하고 한국교회가 요청하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신선한 시도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인문학 중심의 커리큘럼 개선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학문간 분류가 모호해지고 습득한 지식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시점에 기존의 대학 커리큘럼으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고기를 낚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칼빈대학교는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커리큘럼에 철학, 문학, 어학, 역사 등 인문학을 강조하고 있다. 신학과에서도 신학과목을 4학년 때부터 그것도 개론서 위주로 배우도록 편성운영하고 있다. 1~3학년에는 인문학과 어학 위주의 기초학문에 충실함으로 신대원에 진학해 신학을 전공할 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둘째 전문화된 목회자를 양성하고 있다. 오늘날 신학대학원의 커리큘럼을 보면 신학자 양성인지, 목회자 양성인지, 선교사 양성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혼재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 착안해 칼빈대학교는 각 학생들의 진로에 따른 맞춤형 전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즉 목회자 양성을 위해서는 목회자가 갖추어야 할 인성, 영성, 지성을 함양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개선하고 목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목회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보강해 운영 중이다. 특히 눈에 띄는 계획이 [부교역자다운 부교역자를 양성하겠다]는 착안이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자들은 평균적으로 15년 정도의 부교역자 시절을 거친다고 한다. 따라서 이 시기동안 담임 교역자를 잘 섬기고 교회가 필요로 하는 사역을 감당하도록 교육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신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소수 정예를 선발, 장학금 혜택을 통해 해외 유학시킬 예정이다. 선교사 지망생들에게는 선교사에게 필요한 어학 훈련과 현지 사회개발에 필요한 제반 지식을 제공함으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준비된 선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 중에 있다.

최근 칼빈대는 또 하나의 깜짝놀랄만한 교회를 위한 시도를 했다. 바로 [설교대학원]의 신설이다. 내년에 첫학기를 개설하는 설교대학원은 설교전문대학원이면서 학위(Th. M과 MA)를 수여하는 학교로서는 국내 최초로 기록된다. 모니터링과 피드백 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획기적인 수업방식을 도입할 뿐 더러 명설교가들의 교수, 신구약 성경의 깊이 있는 연구가 병행될 예정이어서 향후 한국교회에 미칠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칼빈대학교는 [연구], [교육], [사회봉사]라는 3대 기능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학교가 지닌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과거 공급자 중심 학교 운영에서 수요자 중심의 학교 경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길자연 총장의 철학이 학교의 하드웨어인 건물 등을 리모델링함으로 쾌적한 교육환경으로 변모시켰다. 또 소프트웨어인 커리큘럼 개선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칼빈대학교의 새로운 시도는 벌써부터 싹을 틔우고 있다. 매해 신입생의 지원율이 높아지고 우수한 교수들과 학생들이 캠퍼스로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 변화하지 말아야 할 영원한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시대를 선도하는 칼빈대학교의 부단한 도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칼빈대학교의 오늘 

칼빈대학교(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142-12)는 1954년 목회자 양성을 위해 야간신학교로 시작, 8000여 동문을 배출했다. 1997년 4년제 종합대학교로 교과부의 인가를 받아 이주영 총장, 김의환 총장, 그리고 현재 5대 길자연 총장에 이르는 동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대학부에는 신학부, 아동보육학과, 교회음악과, 목회비서학과, 실용음악과가 있으며, 대학원에는 Th. M 과정 Ph. D 과정이 있다. 신학대학원에는 M. Div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부속기관으로 칼빈연구소, 교회사연구소, 성지연구소, 지역주민을 위한 어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곧 취임 2년을 맞는 칼빈대학교 길자연 총장은 {한국교회와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경쟁력 있는 학생을 키워냄으로, 작지만 강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이후 학교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07년 12월 내가 취임했는데 와서 보니까 학교의 시설이 매우 노후되어 있었다. 그래서 기숙사를 짓고 모든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또 실력 있는 교수들을 모시고 실용적인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학과들을 개설했다. 그랬더니 최근 몰라보게 학교가 발전해 학교 경쟁률이 치솟고 우수한 학생들이 유치됐다. 지금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학교라고 확신한다.

▲칼빈대의 비전은.
=인문학이 강화된 커리큘럼으로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럼으로 작지만 강한 학교를 이뤄내겠다. 생각할 줄 아는 지도자를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용학문이 팽배한 시대에 오히려 철학 어학 문학 역사학 등을 강화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인문학적 바탕 위에 실용적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 나갈 것이다. 목회비서학과나 실용음악과가 대표적이다. 향후 식품학과 등의 학과도 더 개설해서 기독교 지도자로서 각 분야에서 활동할 인재들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 후원운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한편 우리 대학은 신학교로부터 시작했다. 영성훈련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다. 1.2.10 운동 등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영적으로 성장했으며 학교에 대해 자긍심도 높아졌다.

▲학교 이전 계획도 있다고 하는데.
=학교 이전은 이사회가 이미 과거에 결정한 사안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더 넓은 땅으로 옮겨야 겠다는 생각은 있다. 그러나 이전 움직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은 계속되어야 한다. 금년 가을까지 정부차원에서 17개 정도의 대학을 폐교시킨다는 방침이다. 아직은 지방대학들이 해당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학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시설을 더 보강하고 더 강한 학교, 경쟁력 있는 학교를 만들려는 생각이다.

▲교단발전을 위해 제안하신다면.
=우리 교단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학적 정체성을 더 강하게 확립해야 하는 것이다. 칼빈주의적 성경중심 신학을 지향해야 한다. 또 교회에 적용이 되는 신학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우리 교단은 훌륭한 신학적 전통을 갖고 있으나 교단 신학을 교회에 적용하는 데는 다소 소홀했다. 교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르침으로 신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교회와 목회자에게 유익을 주도록 해야 한다. 기도의 능력과 구체적인 섬김의 방법 등을 교육해야 한다.
또 지역주의를 뛰어넘는 사고를 하는 교단이 돼야 한다. 지역주의는 교단을 망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 생기면 다시 망각해 버린다. 하지만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우리 교단은 장자교단의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우리 교단은 경쟁력을 발휘할 소양은 많으나 아직 확실한 경쟁력이 없다. 교단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또 한 가지 기억할 일은 교단이 화평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모적인 논쟁을 종식하고 하나를 이뤄 한국교회를 선도하는 앞선 교단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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