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 판단 근거는 결국 '생명존중' ... 잘못된 선택 엄격히 차단해야

[해설] '존엄사' 대법원 판결 이후 과제는

 

존엄사에 대한 논란은 2008년 6월부터 시작됐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김모씨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면서 김씨 가족이 서울서부지법에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 그 발단이었다.

이후 서울서부지법의 민사12부는 김씨의 연명치료장치를 제거할 것을 선고해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이후 세브란스병원의 잇따른 상고에도 불구하고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적으로 존엄사가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말기환자 중에는 인공호흡기의 도움으로 간신히 생명만 연장해 고통만 더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 전인 5월 18일에는 서울대병원 의료윤리위원회에서 [사전의료지시서] 제도를 마련해 말기 환자들이 치료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존엄사 인정에 대한 여러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교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권오성 목사)는 {삶과 죽음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주권에 있다}며 {인간 죽음의 시점을 인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을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엄신형 목사)는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하면서 {의료비용을 환자 가족이 부담하는 현실에서 경제적인 요인을 감안하지 않고 환자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저소득층에서 치료비가 없기 때문에 존엄사를 선택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신학자들도 존엄사 인정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며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총신대학교의 이상원 교수는 21일 열린 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에서 {뇌사상태에 들어가서 뇌기능이 정지되었다고 해도 영혼이 신체 안에 머물러 있으며 의식적인 존재와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인간으로 보아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식물인간상태의 환자에게서 연명치료장치를 제거하는 행위는 무의미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와는 구별되어야 한다}며 {존엄사는 안락사를 전략적으로 미화하는 용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판결이 난 만큼 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존엄사가 법제화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먼저 마련되어 존엄사 오남용의 문제를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세브란스병원은 판결 이후 [존엄사 3단계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할 예정이다. 환자의 상태를 3단계로 나누고(회생 불가능한 사망 임박 상태, 인공호흡이 필요한 식물인간 상태, 스스로 호흡하는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 그 단계에 따라 존엄사에 필요한 절차를 정한 것이다. 앞으로는 세브란스병원의 [존엄사 3단계 기준]과 서울대병원의 [사전의료지시서] 등의 기준으로 존엄사가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교계에서도 입법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며 존엄사가 좀 더 생명을 존중하는 방안이 될 수 있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는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결정은 신중히 내려져야 한다}며 {그것은 기관 의사 2명 이상의 소견과 다른 병원 의사 2명 이상의 소견에 근거한 각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존엄사 판결은 끝났지만 이 법이 교리적으로 올바른 기준에서 입법될 수 있도록 교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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