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오(좋은교사운동 대표)

유교 영향을 받은 동아시아 문화와 기독교 영향을 받은 서구 사회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교육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즉 서구 사회의 교육관을 보면 일정한 지식을 가르친 후 그것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한 줄로 세워 좋은 성적을 받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몰아주고, 성적이 낮은 학생을 합법적으로 배제하는 동양적인 교육 개념과는 전혀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서구 사회들을 보면 그 형태는 다르지만 교육을 ‘선발과 배제’가 아닌 ‘발견과 발굴’로 본다는 차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교육이란 개별 학생들이 주어진 교육과정을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소질과 적성, 특기를 잘 관찰하여 격려 혹은 보충해 주고 그 과정을 면밀하게 기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대학이나 사회는 그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상세한 기록과 결과물에 근거해서 자신의 대학이나 전공 사회에 맞는 학생을 ‘발견’하고 ‘발굴’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서구의 학교는 아이들을 줄 세우거나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 공부를 가르친 후 잘 하는 아이에게는 더 높은 창의성을 요구하는 과제를 주고,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는 더 기초적인 과제를 준다. 그리고 어떤 영역이든 조금이라도 잘 하는 부분에 대해서 격려하고 그것을 더 열심히 하도록 해 준다.

물론 이러한 교육을 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 비해 초중고 단계에서는 학업 성취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보다 더 잘 하기 위해 쫓기듯이 경쟁하고, 이 과정에서 낮은 자아를 형성하며 공부에 질려버리는 일이 없기 때문에 대학에 가면 자기 전공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창의성과 집중력을 나타내며 우리 나라를 앞질러 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서구 사회를 지배하는 교육철학이 성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었고, 각자에게 다른 은사와 재능을 주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다른 은사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과 은사를 충분히 계발하고 훈련하며 이를 가지고 서로를 섬기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물론이고 교회마저도 아직 유교에 기반한 ‘선발과 배제’의 교육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경이 ‘발견과 발굴’의 교육관을 말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를 가르치며, 이러한 교육관을 우리 사회 가운데 어떻게 제도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바꾸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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