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독' 김인식 안수집사

뇌경색 극복과정서 ‘영적 평안’ 절감

“이젠 회식자리서도 ‘죄짐맡은…’ 불러요”

 

온 국민을 열광케 했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난 지도 벌써 두 달이나 지났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경기 시작을 두 시간여 앞둔 대전야구장 라커룸에는 그와의 인터뷰를 요청한 여러 국내외 언론사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수더분한 얼굴로 악수를 건네는 김인식 감독(62·한화이글스). WBC 대회를 통해 ‘덕장’ ‘믿음의 야구’의 상징으로 온 국민에게 불려지고 있지만, 김감독은 사실 ‘믿음의 야구인’이다.

김감독이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것은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6개월 전. 두산베어스 감독 시절 알고 지내던 한 후배와 아내의 간곡한 권유에 못 이겨 한두 번 교회를 찾기 시작했었다. 교회를 한 곳 정하지도 않은 채 후배를 따라 여기저기 교회를 찾아다니는 식이었다.

“아내가 원래 기독교인이었는데, 시집오고 나서는 내가 못 다니게 했어요. 그러다가 때늦게 내가 교회를 다닌다고 하니까, 못미더워하면서도 교회까지 데려다주곤 하더라구.”

비정기적이었지만 교회 출석은 김감독에게 난생 처음 영적인 감흥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찬송을 부를 때는 이유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처음 보는 찬송가 가사가 절절한 찬양 곡조에 실려 한 마디 한 마디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던 중 2005년 12월 왼쪽 뇌혈관 일부가 막히는 뇌경색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가 마비됐다. 갑작스런 중병에 주위에서는 갑자기 교회를 다녀서 그런다는 둥 말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김감독은 마음이 편안했다. 옅은 신앙이었지만 어느덧 김감독의 마음 속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주는 평안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들의 간절한 기도와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 오랜 친구인 황대현 장로(여의도순복음교회)는 손가락 하나조차 까딱하기 힘든 김감독을 조용기 목사에게 데리고 가 안수기도를 받도록 해주었다. 주위의 기도와 염려 때문에 증세는 나날이 호전돼, 한 달 반 만에 퇴원을 하고 전지훈련장인 일본 나가사키 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김감독에게 신앙의 도약을 가져왔다. 아내가 출석하고 있는 용인시 수지 이레교회(장익봉 목사)에 등록을 하고, 주일 예배를 철저히 지켰다. 지방원정경기 때나 해외전지훈련 때에도 기독교인 선수들과 함께 꼭 근처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렸다. 몸에 밴 습관도 하나둘 고쳐나가기 시작해, 40여 년간 해오던 술과 담배를 끊었고, 구단 회식자리에서는 유행가들 사이로 ‘죄짐 맡은 우리 구주’를 주저 없이 부른다.

“개막식 때 고사를 지내는 데 나랑 기독교 선수들은 절을 안해요. 예전에 나를 알던 사람들은 그런 모습 보고 많이들 놀라지.”

기독교 신앙을 가진 후부터 마음이 늘 편안해졌다는 김감독은 이후 자신이 추구해오던 지도력을 더 강화시키기 시작했다. 이른바 ‘믿음의 야구’. 경기 중에 실수를 범한 선수들에게 책임 추궁을 하는 대신, 계속 기용을 하고 기회를 주었다. 그 결과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기다려준 감독을 향한 선수들의 믿음과 신뢰는 깊어졌고, 구단 내 성과는 물론 2006년 WBC 4강에 이어 제2회 WBC 준우승까지, 한국야구 전체를 전 세계에 알리는 밑거름이 됐다.

김감독은 최근 섬기고 있는 이레교회에서 안수집사 임직을 받았다.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는 김감독은 교회에 출석하는 횟수는 적지만 조금이라도 교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 헌신하겠다는 각오다.

말수가 적기로 유명하지만, 김감독은 요즘 선수들을 항해 한 마디 권면의 말을 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죄가 없으면 교회 안다녀도 되지만, 조금이라도 죄가 있다고 느껴지면 교회 다녀라’는 조언이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신앙경력이지만 몸으로 체득하고 실천하고 있는 신앙이기에 김감독의 권면에는 언제라도 마운드를 맡길 수 있는 베테랑 구원투수같은 신뢰가 담겨있다.

교회 중직자로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김인식 감독. 세계무대에서 야구인으로서의 위대한 도전은 끝맺었지만 신앙인으로서의 위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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